그냥, 말하고 싶었나 봐

인정을 갈망하는 풋어른

by 시나브로

언제부턴가

우리 집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게 됐다.

엄마 아빠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는 것,

나는 그런 집에서 자랐다는 것.


처음엔 말하기 어려웠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였고,

말하면 괜히 내 삶이 불완전해 보일까 봐,

어디선가 스스로를 감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얘기를 덤덤히 꺼내는 나를 발견했다.

그건 내 상처를 자랑하려는 것도,

동정을 바라려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 상황에서도 내가 해낸 것들—

공부든, 성장이든, 지금의 모습이든—

그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 말 뒤에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나, 이렇게 살아왔어.”

“이런 환경에서도 나쁘지 않게 살아냈어.”

그 말을 들려주고 싶어서

먼저 내 상황을 꺼낸 건 아닐까?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다.


“넌 정말 잘 살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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