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삼각김밥을 받아간 아이의 뒷모습〉
해가 지고 골목 끝 하늘에 분홍빛이 퍼질 즈음, 학교 앞에서 짧은 만남이 있었다.
석식 시간을 맞춰 아이가 학교 밖으로 나왔다.
저녁을 챙겨주고 싶었다.
직접 만든 제육 삼각김밥 두 개와 작은 견과류 한 봉지.
제육은 기름기를 쏙 뺀 담백한 맛으로 볶았고, 따끈한 밥에 조심스레 감쌌다. 도시락을 싸는 손길은 분주했지만 마음만은 오래 머물렀다.
이걸 먹고 아이가 힘을 낼 수 있기를, 그런 마음이 담겼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 길. 10분 거리지만 마음은 5분이면 닿을 듯 조급했다.
아이가 배고프진 않을까, 혹시 기다리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바람보다 먼저 달렸다. 학교 앞에서 마주친 아이는 약간 지쳐 보였다.
종일 학교 수업하고 다시 자율학습,
그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부정한 어깨, 급하게 걷는 발걸음. 익숙한 장면인데도 유독 마음이 뭉클했다. 괜히 울컥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모든 말이 다 들리는 것 같았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사랑해.’
말로 꺼내지 못한 마음들이 아이의 뒷모습에 가 닿았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너무 벅찬 일인지도 모른다.
아침 일찍 등교하고, 수업 마치자마자 학원으로, 다시 야간 자율학습으로 이어지는 하루. 주말도 다르지 않다. 시간은 온통 계획표로 채워지고, 쉴 틈조차 없이 흘러간다.
놀아도 되는 나이, 실컷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외우고, 버티고, 견뎌야 하는 날들이 반복된다.
그날, 아이의 뒷모습이 유난히 작고 멀게 느껴졌다. 삼각김밥을 받아 든 손이 마음에 닿은 듯, 말없이 눈물이 났다. 고맙고, 미안하고, 대견하고, 안쓰러웠다.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 순간, 엄마의 마음이란 게 어떤 건지 조금 더 선명히 알게 됐다.
도시락 하나로 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도시락을 싸게 된다. 따뜻한 밥과 반찬 안에 담는 건 음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마음이 아이에게 닿기를,
오늘 하루도 충분히 살아냈다는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