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짝사랑을 해라

키다리 아저씨와의 놀이

by dindyuu

키다리아저씨와

자주 했던 놀이가 몇 가지 있다.


1) 주차장에 있던 둥그런 모양의 보드 블록에 누가 오래 서있나

: 맨날 내가 졌다. 그래서 캔음료수를 되게 자주 샀다. 1+1으로. 담배 물고 서있으면서 나보다 왜 이렇게 잘 서있는 건지.


2) 무조건 가위바위보

: 내가 제일 못 하는 게임이 가위바위보다. 다른 건 어지간하면 잘 하는 편인데 어쩜 확률게임을 이렇게 못 하는지 모르겠다. 벌칙은 즉석에서 정해진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쏘기,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으로 올라가기, 다음 날 점심 사기 등등.


3) 자전거 타기

: 출퇴근을 자전거로 자주 하셨던 선배님. 같이 퇴근하는 날이면 그는 홍대역까지 자전거를 끌고, 나는 걸어서 함께 갔다. 그러다가 집에 바로 안 가고 지하철역 근처 아무 데나 털썩 앉아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러다 자꾸 본인 자전거를 타보라고 권한다. 안장이 높은 자전거를 160인 내가 타는 건 쉽지 않았다. 안장을 제일 낮춰도 높았다. 내 기억엔 선배님 키가 아마 178 정도였던 것 같다.


한 번은 타다가 몇 번 넘어진 적이 있다. 워낙 비싼 자전거임을 알고 있기에 내 몸이 먼저 바닥에 닿게끔 넘어져버렸다. 나야 뭐 다쳐봤자 찰과상 정도지만, 자전거가 다치면 수리비가 어마어마하니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했다가 선배님한테 된통 혼났다. 진짜 진심으로 혼났다. 일하면서 혼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혼났던 것 같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고.


그 자전거…

몇 백 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4) 이상한 사진 찍기

: 나는 똘끼가 있는 사람이랑 잘 맞는다. 그렇다, 나도 똘기가 있다는 얘기다. 사람은 적당히 또라이 기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어려운 상황도 조금은 가볍게 만들 수 있고, 너무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진지할 땐 진지해야겠지만.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N드라이브에 자주 들어갔다. 살펴보다 보니 그 이상한 흔적이 발견되어 첨부한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차렷 하고 찍으니까 뭔가 더 이상하다.

(촬영 장소는 당시 사무실 주차장)

이 외에도 더 많은 이상한 놀이들이 있다. 하루하루 지루할 틈이 없었다. 퇴근하고 몇 시간씩 수다 떠는 것은 기본. 그렇게 오래 얘기해도 지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쓰면서 옛날 생각하다 보니 살짝 화나려고 하는데? 이렇게 잘 맞는 친구가 있는데 대체 왜 그냥 사라진 걸까? 이유라도 말해줬으면 이렇게 궁금하지나 않지. 그와 마지막으로 남은 컨택 포인트에 메일이나 하나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웬만하면 네이버 아이디는 잘 안 바꾸지 않나?


밑 져야 본전이지. 한 번 보내봐야겠다.
그리운 내 옛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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