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첫 만남이 너무 달콤해

로맨스를 못 쓰는 작가가 로맨스에 빠지다.

by INK

오늘은 저녁에 미팅이 있었다.


때문에, 그녀에게 미리 연락을 했다.


<오늘은 미팅이 있어서 청취가 늦을 것 같아요. 보고 싶다고 울면 안 됩니다>


메시지를 보내고 잠깐 멈칫하고야 만다.

주워 담을 수 없는 메시지는 이미 이불킥 감이다.


왜 이렇게 보낸 거지?

그녀가 날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난 그냥 수많은 청취자 중 한 명일 뿐인데, 그녀에게 넌 이미 의미 있는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는가?


미쳤나 봐-

맞다-



작은 출판사 미팅이었는데 2차 저작권에 대한 독소조항이 눈에 띄어 그들을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당장 책 한 권 내는 게 다가 아니다.

성공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쉽게 계약을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얘기를 이 자리를 빌려 꼭 하고 싶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나와 같은 길을 걷고 계시는 분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불발을 내다보면 업계에서 좋지 않게 찍힐 수도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계약금 포함해서 3천쯤 받았다 치자.

처음엔 와- 하겠지... 하지만 3년 동안 묶인다.

그러다 편성이라도 불발 나면?

끔찍하지 않은가?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내 뇌를 갈아 넣어야 할 노력과 시간이?


하지만, 이제 막 뭔가를 하시려는 분들은 이다음 얘기를 눈여겨보셔야 한다.

해리포터로 유명한 작가 J.K 롤링(조앤롤링) 은 시리즈의 첫 작품인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을 무려 12군데 출판사에 돌리지만 ‘내용이 너무 길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선택받지 못한다. 하지만 한 출판사의 편집자가 본인이 읽기 전 8세 아이에게 이 소설을 보여주었고, 그 아이의 반응을 본 뒤 출간을 결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출간된 책의 이름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다.

한화 약 8만 원의 보조금을 받으며 살던 작가는 연간 2천2백억 원을 벌어들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작가로 기록되었다.

소설보다 소설 같고, 드라마보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공모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말 공들여 쓰신 작품을 한 두 번 떨어졌다고 휴지통에 넣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누군가에 눈에 띄어 세상의 빛을 볼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날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선보이기 위해 매일 들여다보고 매일 퇴고할 것을 권한다.


필자 역시 내 작품이 빛을 받을 때 그 어느 것보다 빛나게 하기 위해 매일 갈고닦는다.


각설하고-

하여, 이 분들과의 간단한 미팅 후 관계자 한 명이 마침 집이 근처라 하여 둘이 꼬치집엘 들어가 한잔 했다. 결혼은 했냐, 자식은 있냐, 업계에는 얼마나 계셨냐 등 실없는 얘기를 소주잔과 함께 주고받던 중.


“잘... 하신 거 같아요”

“네? 뭐를... 요?”

“아... 거절하신 거잖아요. 잘하신 거 같아요. 솔직히 저희가 끌고 갈 스케일이 아니에요”


내심 미소가 번진다.

“아, 네에... 혹시 담배 태우세요?”

“작년에 끊었어요, 아이 때문에...”

“아, 그럼 저 잠시 실례 좀.”


밖으로 나와 연초 한 개비를 물고 불을 댕기자, 참았던 미소가 더욱 번졌다.

“그렇지? 그래... 이게 몇 년이 걸리면 좀 어때. 내 노후를 책임질 작품인데...”

스스로 만족하며 들어가려는데, 그 관계자가 문을 열고 나온다.

“한대 드릴까요?”

습관처럼 담뱃갑을 내밀었다. 기계적으로 웃으며 손사래 치는 담당자가 묘하게 말끝을 흐리며 말한다.


“아뇨... 괜찮습니다. 하하...

... 작가님. 혹시 가지고 계신 단편은 좀 없나요? 장르는 상관없고...”

“있긴... 몇 편 있죠...?”

“제가 좀 볼 수 있나요?”

“완성된 원고가 아니라, 아직은 보여드리기가 좀, 그렇고요. 탈고 후에 전화 한번 드리겠습니다.”

“아, 네. 이거 원, 빈손으로 돌아가려니...”

못내 아쉬웠나 보다.


그와 남은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아! 시간이 벌써!’

하루에 그녀와의 만남이 허락된 건 단 네 시간. 그나마 얼마 전까지는 두 시간이었는데 최근에 네 시간이 되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그녀와의 첫 만남을 회상해 본다.


불과 며칠 전- 이지만...




밀리의 서재(밀리로드)에 연재 중이었던 작품을 중단했다.


연재 중 또는 완결된 작품까지 공개한 작품만 올해 8편이고, 그중 감사하게도 이달의 밀크로 선정된 작품도 있다. 그럼에도 당분간 밀리회원들의 니즈에 맞는 글을 쓰기 전까지 밀리로드 연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작가가 각 잡고 쓴 **글이 뜻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 솔직히 글 쓸 마음이 떨어진다.


작가는 관종이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아야 되는 존재이다.

솔직히 장르적인 면에서 팔리는 글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인정받고 싶은 내용이었으며 이 작품은 근 미래에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굴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밀리에서는 안된다.

밀리는 순수문학. 에세이가 강세다. 다른 건 잘 읽히지 않는다.

그렇게 나의 글은 다른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겼고, 단시간에 판타지 전체에서 상위에 랭크되었다. 물론 무료연재이나 많이 읽히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에 나름 만족하던 어느 날...

**실제로 이 작품은 B 플랫폼에서 97화로 완결되었다, 세 달 동안 무료 연재작 판타지 부분 전체에서 5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12월 10일 완결일을 기준으로 조회수 6212회, 좋아요(관심등록) 133. 평점 5점 만점을 기록했다. 가장 중요한 건. 로판. 현판등 강세의 장르가 아닌 순수 SF 장르로서 말이다.


밀리에서 알람이 떴다!


OO님이 INK0702(밀리의 서재 필명) 님을 관심작가로 등록했습니다.


‘연재가 중단된 상태에서 관작 등록이라니. 아, 이거 연재를 다시 해야 하나?’


관작(관심작가) 등록을 하면 해당 작가가 새로운 글을 올릴 때마다 알람이 표시된다.

연재를 계속해달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누군가는 너의 글을 계속 보려고 다짐했으니, 어서 새로운 글을 내놓아라.

이는 흡사 어떠한 사유로 공사가 멈춘 아파트에 분양신청이 들어온 것과도 같은 것!


이 정신 나간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다.


먼저, 맞 관작을 하고 작가 소개글을 살폈다.


[... 편안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드리는... 앞으로 쉽고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책 읽어주는 사람?


그렇다.

그 사람은 한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고 난 홀린 듯 그 플랫폼에 가입을 했다. 그분의 닉네임을 검색하자, 동일한 닉네임을 발견할 수 있었고 프사를 통해 동일임을 확인한 나는 주저 없이 팔로잉을 했다.


띠링- OO 님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아, 뭐라고 얘기하지? 지나가다 들렀어요...? 관심작가 등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 IN.K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씨...

첫 만남, 첫인상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던 둘이, 어느 순간 서로의 기억 속에서 특별한 이름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그 시작은 아주 작은 분위기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곧.


아니, 관작 좀 했다고 내 방송엘 찾아와? 너 뭐야 스토커야?


라는 대답을 들을까, 긴장이 된 나머지 라이브방에 입장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그녀)가 날 알아볼 수 있게 나의 이름을 IN.K로 표기하는 건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 친절한 플랫폼은 나의 아이디 옆에 [인사하기]라는 버튼을 보여주었고, 그것을 누르자 ‘안녕하세요’ 라며 나조차 어색한 인사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와- 우리 잉크님~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아, 솔직히 그분이 남자던 여자던 상관없었다.

아니다-

솔직하지 못했다... 반드시 이성이길 바랐다.


라이브방송에 흘러나온 그 목소리는 감사하게도 여성분이셨고, 잠시 책 읽음을 중단한 그녀는 그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작가라고 소개해 주었다.

심지어 밀리의 서재에 연재했던(현재 완결) 내 밀리 첫 작품인 [특별한 작가의 기묘한 이야기]를 이 방에서 읽어주셨다는 얘기까지 하셨다.


그래. 그날 내가 기억하는 건 딱 거기까지다.


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귀에서 꿀이 흘러내리는 착각을 하게 되었으니 그렇게 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그리고 방송이 끝난 후의 여운이 어찌나 짙었는지 한동안 이어폰을 귀에서 빼지 못했다.


심장이 두근거려 밤을 설쳤다.

원래 금사빠이긴 하지만, 이건 그 범주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

태어나서 이토록 편안한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고, 이토록 목소리에 집중을 한 적도 없다.

문득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 차가운 커피캔을 꺼내어 그대로 들이켰다.


아- 손에 잡힌 것이 하필 커피였어.


카페인이 몸에서 돌자 더욱 쿵쾅거리는 심장.


그날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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