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스토킹

로맨스를 못 쓰는 작가가 로맨스에 빠지다.

by INK

■ 스토킹 stalking : 상대방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의적으로 쫓아다니면서 집요하게 정신적․신체적으로 괴롭히는 행위 ■



사람이 무언가에 빠지면, 집착의 눈이 슬며시 떠진다.

주로 열정을 타고난 사람들이 그러하며, 비단 열정이 없다 해도 다른 기운들이 그것들 대신하여 깨어날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열정'이란 놈에 대해 나중에 심도 있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다.)


스토킹에 대한 구체적 처벌에 관한 법률이 나온 것은 불과 4년 전으로 그간은 일반 경범죄(지속적 괴롭힘)로 분류되었으니, 솜방망이 처벌로 인하여 법률 제정 전에 피해를 입은 분들이 느낀 분노는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 글,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해 상대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때문에 내가 OO님께 지속적으로(그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 마음을 표현했다가는 범죄자취급을 받거나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녀는 목소리 만으로 나를 잠식해 버렸다.

어쩌면 그녀가 스토커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정신승리조차 전형적인 스토커들이나 할 법한 말이란 것도 잘 안다.

“니가 그때 웃어줬잖아! 너도 날 좋아하는 것 아니었어?”

“싫으면 싫다고 말을 했어야지! 날 그동안 가지고 논 거야? 너도 내가 싫은 건 아니잖아!”


물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아 이 사람 좀 위험한데?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래 봬도 고등 지적생명체이며 꽤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또한 앞선 글에 얘기했듯 나 또한 스토킹범죄의 피해자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쓸 때에도 메일을 통해, 미리 그녀의 허락을 구했다.


초고를 첨부한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본문을 남기었다.


안녕하세요, IN.K입니다.

조심스러운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이렇게 메일을 씁니다.
OO님을 처음 알게 된 후, 한 편의 단편 에세이를 구상 중인데 그 안에 OO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야기가 포함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이름(활동명)은 언급되지 않겠지만, 읽는 분들에 따라 OO님을 떠올릴 수 있는 묘사가 있을지도 몰라 미리 허락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원치 않으신다면, 그 부분은 바로 수정 혹은 삭제하겠습니다.

물론, 에세이가 아닌 소설로 내용을 틀어, 허구의 인물로 재구성하는 것도 가능하기에 부담 갖지 마시고요, 다만 에세이로 진행할 경우, 제 진심이 담긴 첫 로맨스라...
조심스럽게 먼저 여쭙습니다.

감사합니다.
– IN.K 드림


추신 : 초반 내용을 좀 읽어보시면, 허락의 범위를 좁힐 수 있을 것 같아 원문을 보내드리니
읽어보시고 회신 부탁 드립니다. (초고 임에, 심한 오탈자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구합니다)


이 얼마나 신중한 부탁인가?


다행히 허락을 포함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난 브런치를 통한 업로드 시 키워드로 [소설] 이 아닌 [에세이]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 여태까지는 전부 팩트. 그리고 앞으로 쓸 글들도 팩트.


남녀사이? 어찌 될지 모르는데 혹시 흐지부지한 맺음으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글이 될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스스로의 기만장치로, 소설을 택하고 싶지만 뭐랄까? 이건 일종의 자존심이다.

그날 자신감이 충만해진 나는 채팅창에

“오늘부터 1일”

이라는 문장을 남긴다.


미쳤나 봐-



“에이- 우리 잉크님, 오늘부터 1일이요? 이 방에 있는 사람 아- 무도 안 믿을걸요?”


‘믿고 안 믿고는 늬들 사정이고. 나는 1일이야... 흐흐흐’


무섭지?

이렇게 쓰니까 솔직히 “응? 뭐야? 전형적인 스토커네!”라는 반응, 충분히 예상해 본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니 넘어가자.

솔직히 그냥 별 얘기 안 했음 했는데 굳이 저렇게 말씀하시니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단순히 내 글을 위해 그녀를 이용하는 게 아닌 이상,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오만이며 불만이다.


그래서 그날은 방송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나와버렸다.

인사도 없이.


그리고 그 이후로도 몇 번...

이상한 감정이 솟구칠 때면, 나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위해 방을 나왔다.

이러면 그녀와 멀어질 수 있을까?


아니- 없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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