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못 쓰는 작가가 로맨스에 빠지다.
■ 타로점은 78장의 특별한 카드를 사용하여 질문자의 현재 상황, 미래의 가능성, 심리 상태 등에 대한 통찰력과 조언을 얻는 점술 또는 심리 상담 기법으로, 카드의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거나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원래는 유럽에서 놀이용으로 사용되다 18세기 후반부터 점술용으로 발전했다.
밤 9시에 오픈하는 그녀의 달콤한 책방에 나는 벌써부터 줄을 서 있다.
하지만 오늘은 10시에 오픈한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무슨 일 있나? 애인과의 데이트?'
방송에서 솔로임을. 그리고 비혼주의임을 얘기한 그녀지만, 그녀의 속 사정을 누가 알겠는가?
대수롭지 않게 또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미안하지만 오늘은 휴방이에요~]
또 다른 공지가 올라오고야 만다.
휴... 그래 차라리 잘 된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듣는 그녀의 목소리에 난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으니...
일방적인 관심이나 사랑은 쉬- 지친다.
마치 화초처럼 정기적으로 물을 주거나, 영양을 공급하거나 하는 행위가 없으면 말라가고 시들고 결국 죽어버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간 솔직히 좀 피곤했다.
이건 내 정신적인 피로함을 얘기하는 것이며, 어떤 느낌인지는 나와 비슷한 경험 또는 짝사랑이라 불리는 외사랑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던져본다.
내가 이 플랫폼에 가입을 하고, 우리 oo님의 책방 말고 또 들르는 곳이 있다면 oo님의 방이 되시겠다. oo님은 리딩을 하시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즐기는 방을 운영하고 계시고 무려 성우시다. 아직, 성우협회에 정식 등록된 성우님은 아니지만 내 맘 속엔 이미, 엑스파일의 스컬리역할을 더빙하신 저 유명한 서혜정 성우님이나, 동물농장 성우로 잘 알려져 있는 안지환 성우님보다 더 훌륭한 성우님이다. (이하 성우님이라 칭 하겠다)
앗. 그런데 마침 이 성우님이 오늘 라이브방송을 통해 무려 타로점을 봐주신단다.
아, 이건 절대 지나칠 수 없었다.
앞서 의뢰를 한 분들의 점을 보고 계셨는데 다들 반응이 놀랍다.
우와- 우와- 한다.
이 얘기를 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난 종교가 없다. 그리고, 살면서 신점을 보러 다섯 번쯤 점집을 간 적이 있는데 입구컷을 세 번 당했다.
“저는 저보다 더 큰 신을 모시는 분의 점사를 볼 수 없습니다”
이게 이유였다.
한 번은 무당이
“내 동료가 되어라-” (이건 원피스의 루피의 성대모사가 필요하다)
라고 한 적도 있다.
난 내 운명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결혼을 세 번 할 것이며, 마흔여덟에 전성기를 맞이하고
그 기운은 계속 뻗어나가서, 결국 죽기 직전까지 호사롭게 살 것이다.
물론 명예도 뒤따른다.
성우님은 나의 3개월 연애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다.
일단 연애에 관한 카드는 아예 없단다.
아 이런 내 로맨스 에세이는 결국 소설로 그 방향을 틀어야 하는가?
또 이런 말씀도 해 주셨다.
한 달 안에 뭐가 된단다. 뭔가 된단다... 근데 이기적으로 굴란다.
솔직히 무슨 뜻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내 멋대로, 한 달 안에 출판에 대한 새로운 제의가 들어올 것이고 그때 갑과 을의 정산 비율에 대해 조금 이기적으로 말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업계표준이요? 아이, 아니죠... 자세히 보셨어요? 이 IP는 잠재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귀사에 얼마를 벌어다 줄지, 감이 안 잡히시나요? ”
아- 이런 미친 상상... 너무 좋아.
-어쨌든 그랬다.
성우님께 질문을 하나 더 드렸다.
지금 내가 오롯이 집중해야 할 단 한 가지에 대해 말해달라는 내용.
그리고 슬며시 보기 몇 개를 제시했다.
1. 본업 2. 사랑. 3. 서브잡(작가) 4. 가족(부모, 형제)
솔직히 3번을 말씀해 주시기를 바랐지만, 카드는 4번을 얘기한다고 하셨다.
가족?
부모님... 형제...?
정말?
참담한 기분이 들지만, 로맨스를 생각하고 쓰는 이 글에 가족얘기가 더해질 수는 없다.
뭐, 나중에 OO님을 부모님께 소개해드리는 장면이 나온다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누나도 등장인물에 포함될 수 있겠으나 지금은 아니다.
아, 근데 너무 앞서갔다. 부모님께 소개라니... 그녀에게 괜히 미안하다.
어쨌든 축 처진 어깨로 몇 자 더 쓰다가 잠들려 하는데.
띵동- OO 님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알람이 왔다. 응? 휴방이라며?
오른손은 그녀의 책방에 입장을 하기 위해 이미 출발했고, 왼손은 교묘히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왼손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 방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생기는 지를.
무슨 일 있었어요? 보고 싶었어요.... 등등 그녀에게 부담스러운 말 들만 늘어놓을 것을 말이다.
왼손은 나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들지 않고 침대로 향했다.
그녀도 내가 오길 기다릴까?
아냐... 이런 상상은 용납할 수 없어.
억지로 잠을 청했다.
기다렸지만, 기다리고 있었노라 말할 수 없음에...
아! 며칠 후 아침.
난 9년 만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