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못 쓰는 작가가 로맨스에 빠지다.
내 얘기다.
-그렇다
결국 백기를 든 사람은 나. 그리고 3일이 채 되지 않아 나는 그녀의 책방을 찾았다.
목 상태가 좋지 않다. 잦은 기침. 그리고 힘들어하는 그녀.
내가 며칠 안 와서 아팠던 걸까?라고 믿고 싶지만 참- 말도 안 되는...
“오늘 책 읽기가 많이 힘드네요-”
한숨을 반복적으로 쉬는 그녀를 위해 실시간 채팅을 통해 시동을 걸어주었다.
l 쉬세요. 너무 안 좋은 거 같은데... 쉬셔야 또 방송하죠. 건강이 우선입니다.
그녀의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성별 중 70%는 남자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그녀와 가까워지는 것. 아니,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 그런 족속들이 ‘착한 척’을 무시할리 없다.
한번 시동을 걸어주니, 연쇄적인 반응이 따라온다.
l 그래요 oo님 쉬세요.
l 아휴, 아파서 어떻게 해요. 몸 챙기시고 약 먹고 쉬세요.
l 맞아요. 책 고만 읽으시고 어서 쉬어요.
결국 청취자의 등살(?)을 못 이긴 그녀는 방송을 종료했다.
“잘 자요-”
다음날, 점심식사를 마친 나는 우리 둘만의 오픈채팅을 통해 아침부터 궁금했던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기침 계속 나오면, 배즙이나 도라지 즙도 괜찮은데. 챙겨드리지 못해서 속상하네요.
-딱히 감기랄 것도 없는 녀석이, 별로 아프지는 않으면서 애꿎은 목만 괴롭히는 못된 녀석. 썩 물렀거라!-라고 DM 보내놨으니 조만간 사라질 겁니다.”
“감사합니다. 매실청에 꿀 섞어 마셨고 배도라지즙도 집에 있어요. ^^ INK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면역력이 떨어진 틈새로 감기가 기가 막히게 알고 왔네요. 밥 잘 챙겨두시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요즘 감기, 기가 셉니다”
“혼자 계시는데, 아프면 안 됩니다. 물론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어떤 포인트에서 와락- 서러움이 밀려들기도 하거든요. 좋아하는 거 맛있는 거 많이 챙겨드세요”
“넵! 감사합니다”
뭐 이런 대화였습니다. 나쁘지 않았죠?
그날 밤에도 어김없이 그녀의 책방에 들렀다. 다행인 건 어제에 비해 확실히 목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으나, 오늘은 리딩에 집중하느라 방 전체 분위기가 그다지 화기애애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못내 아쉬웠다.
11시 반도 안되었는데 다들 자는 분위기.
채팅창은 적막하기만 했고, oo님은 묵묵히 자신만의 텐션으로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코드 하나가 자연스럽게 생성되었으니, 바로 ‘먹는 것’ 얘기다. 소설의 내용 중 ‘요플레’ 얘기가 잠시 나왔고 또한 뒤를 이어 어떤 노래가 나왔는데(참고로 oo님이 노래 부르는 건 진짜 저세상 텐션이다. 이건 대놓고 oo님께 내가 말한 건데, 도대체 얼굴이 얼마나 두꺼워야 노래를 그렇게 부를 수 있냐고 했더랬다.) 이 두 상황을 절묘하게 엮어서
“아, 잠들라 했는데 저 노래 때문에 잠 다 깸. 내일 먹으려고 쟁여둔 과자 먹고 있음-” 이라며 ‘과자’ 이야기에 사람들을 끌여들였다.
많은 사람이 모인 탓에, 반응도 가지가지다.
그러다가 해태제과 얘기가 나왔는데, 해태그룹 중 제과를 제외한 계열사가 공중분해되어 각각 다른 회사로 매각되었음을 어제 처음 알았다.
“아, 내 최애 맛동산-”
시동이 걸렸다. 각자 자신의 추억 속 과자를 꺼내 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여기서 난 필살기를 꺼내든다.
무려 ‘꽃사슴’이라는 과자 이름을 꺼낸 것.
채팅창은 분주했졌다. 그런 과자도 있냐,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불량식품 아니냐.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꽃사슴’ 이란 이름의 과자를 아시는 분이 계실까...?
하지만 결국 책방에 모여있던, 검색의 신(新)들은 꽃사슴을 찾아내었고, oo님은 이 과자의 표지가 드러나 있는 사진을 구해서 메인에 띄웠다.
그리고 내가 얻은 별명은 ‘어르신-’
그렇다-
그래... 그간 어려 보이기 위해 ‘삐삐가 뭐예요?’ 했던 나인데, ‘어르신-’ 이 되어버리고 oo님의 책방 분위기를 밝게 했으니 난 그거면 만족해.
oo님! 나 잘했죠?
※ 과자 꽃사슴을 즐겨 먹던 세대는 아니다. 그 이후 세대이긴 하지만... 솔직히 필자도 이 과자에 대해서는 예전에 가족이야기를 그린 단편소설을 쓸 때 자료조사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일 뿐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