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로맨스를 못 쓰는 작가가 로맨스에 빠지다.

by INK

기약 없던 수업의 재개는 바로 오늘 다시 시작되었다.


12월 15일 월요일.

잠시 시간을 멈추고 얘기하자면 난 지금 이 글을 12월 12일에 쓰고 있다. 그리고 저 날짜와 요일까지 쓰고 딱- 중단했다가 이어 쓰려고 하는데, 만약 날짜와 요일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얘길 이어갈 것이고 변경된다면 과감하게 이 글은 남겨둔 상태에서 다시 이어갈 것이다.

이 정도의 소소한 내 미래 따윈 내가 직접 결정하겠다!

그래서 다시 시작된 이야기. 12월 15일.


-역시!

그녀에게 작법 강의를 하기 전,

오늘은 연애와 사랑에 대해 그 유행과 유형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겠다.

이는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중 솔로들. 특히 모쏠들을 겨냥한 이야기이며 쭉 읽다 보면 어느새 무릎을 탁- 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확실히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이다.

이는 2000년대 초, 중반에 나온 단어로 이미 나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단어 되시겠다. “첫눈에 반했어”, “느낌이 왔어”, “그래 바로 저 사람이야!” 만난 지 며칠 안 됐는데 이미 연애를 시작하고 있고, 감정이 앞서며 속도가 빠르다. 앞에 나의 사주를 써 놓은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응, 그래 딱 너야’ 하실터.

불타오르듯 시작했다가 빨리 식는 경우도 잦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밀당형 연애가 많았다. “연락은 네가 먼저”, “좋아하는 티 내지 마” 관심은 있지만 바로 고백하지 않고, 심리전. 주도권 싸움이 특화되어 있으며 연애 초반이 마치 게임처럼 흘러간다.


썸에서 연애로... 이게 2010년 초반쯤이다.

“우리 썸이야?”, “썸 타는 중”

썸 기간이 비교적 길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연애 시작 안정적이지만 애매함이 길어질 위험이 있다.

이 사이에 또 유행했던 유형이 있는데 이 얘긴 맨 뒤로 빼고...


2010년 후반부터 2020년 초반까지의 연애방식은 어떤 면에서는 나와 닮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영 아니다. 신형 금사빠. 즉 직진형 연애. “아, 이 사람이다” “느낌 왔어!”

마음 생기면 숨기지 않고 밀당 없이 바로 표현하지만 그 베이스엔 계산이 깔려있다.

금사빠의 진화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예전처럼 감정만 앞서지가 않는다.


“나... 좋아하는 거 맞는데, 손해는 안 볼래”


누가 먼저 좋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연애의 속도, 연락빈도, 만남주기를 맞추는 템포 맞춤형 연애도 있다. 이 연애방식은 감정보다 본인의 생활 리듬이 우선이다.


관계 검증형 연애도 있다. “이 사람이랑 연애하면 내 삶이 괜찮아질까?” 호감은 빨리 생겨도 바로 사귀지 않고 가치관, 경제관념, 생활 패턴을 본다. 연애를 감정 플러스 현실로 보며,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생각한다.

요즘 대세는 비연애 지향이다. 자연스레 비혼으로 연결되는 이 연애는 “연애 안 해”가 기본값으로 세팅되어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특정 사람에게만 예외가 발생한다.

예외. 즉 변수가 발생했을 시 비연애 주의에서 바로 결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목적이 연애가 아니라는 게 포인트다. 결과일 뿐. 자연스럽게 흘러들면 뭐, 연애하는 거고, 아니면 말고...


또 이런 연애도 있다. 노브랜드. 노 라벨.

특정 상표를 광고하는 게 아니다.

그냥 정의된 게 없다. “너랑. 나. 사귀는 거야? 우리 정확히 무슨 관계?” 이런 것 자체가 없다. 썸과 연애 구분을 흐리고 자연스럽게 만나다가 어느새 연인이 된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할, 연애방식 하나를 얘기하겠다.

아까 중간에 건너뛴 바로 그 유형인데.

바로 선섹후사 되시겠다.


“선섹후사”란 무엇인가 선(先) 섹스, 후(後) 사귀기


관계의 시작을 감정·고백·연애 선언이 아니라 신체적 친밀감에서 먼저 출발하는 방식으로

“일단 맞는지 보자. 그다음에 사귀어도 늦지 않다.” 이게 원래 2010년도에 잠깐 유행했다가 사라졌었는데, 요즘 ‘썸’의 기준을 놓고 얘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등장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지만, 그 얘기를 뒤집어 보면 몸이 가까우면 마음도 가까워진다. 참 그럴듯하다.


그럼 이게 왜 다시 등장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연애에는 시간과 감정. 책임...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

사귀다 헤어졌을 때 “괜히 사귀었다” “상처받기 싫다” 는 심리가 작용을 하며, 감정보다는 검증이 우선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 사귀자라고 관계를 선언해 버리면, 뒤에 따르는 책임감과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고 ‘썸’이나 ‘밀당’을 통한 불필요한 감정소모가 커지기 전에, 몸부터 맞춰보자는 발상이다.

선섹후사는 연애가 무거워지던 시대에 사람들이 책임을 뒤로 미루기 위해 선택한 가장 솔직하고도 가장 비겁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무튼-

여러모로 귀찮은 게 바로 이 연애다.


여기까진,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께 ‘연애’와 ‘ 사랑’의 방법들에 대한 얘기를 했고, oo님하고의 작법강의를 시작해야 하니 잠시 사라지겠다. 하나 시작하기 전. 난 그녀에게 분명히... 아니 나 자신에게 분명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그래, 오늘 강의 시작은 그거다.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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