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진전이 없다.

로맨스를 못 쓰는 작가가 로맨스에 빠지다.

by INK

말 그대로다.


그녀는 매일 방송을 켜고 있고, 나는 매일 방송을 듣는다. 그녀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아니다-

사실 내가 상상한 건 책의 내용이 아니라, 책을 읽어주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녀와의 수업 또한 진전이 없다. ‘포기했다’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녀를 도와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게 하는 게 나의 목표였는데 그녀는 이미 포기를 선언했다.


“저의 작은 그릇에 IN.K 님은 너무 많은 것을 담으시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이 학생은 공부의 의지가 잠시 타올랐으나, 금세 열정이 식어버렸다. 나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그녀의 눈높이에 맞춘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진행했으나 정작 본인이 싫다는데 할 말이 없다.


열정이란 게 그렇다. 아 솔직히 열정이라는 단어를 쓰니까 스티븐 유(유승준)가 생각나긴 하는데, 짜슥이 군대만 다녀왔으면 한국의 마이클잭슨이 될 수도 있었다.

아- 마이클 잭슨 하니까 그의 빌리진이 생각난다. 수십 년이 지난 노래지만 아직도 그의 음악을 들으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당연히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마이클잭슨의 노래들이 가득하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아 맞다 열정...


열정(熱情)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로, 어떤 일에 대해 뜨거운 마음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무슨 일이든 열정을 가지고 하면 성공한다고 까지 말한다. 그만큼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감정이라 하겠다.


하지만 난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쓸데없이 주변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이게 열정이다.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들의 특징은 스스로 그 감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 빠르게 흥분한다.

둘째- 쉽게 확신한다.

셋째- 그 확신을 타인에게 강요한다.


열정적인 사람들은 대개 자기감정을 ‘진리’처럼 다룬다.

조금만 공감받아도 사명감이 되고, 반대 의견을 만나면 곧바로 적대감이 된다.

토론이 아니라 설득이 되고, 설득이 아니라 설교가 된다. 그래서 그들의 열정은 종종 에너지라기보다 누군가에게는 소음에 가깝다.


본인은 불타고 있지만, 주변은 데인다.


자, 이제 스스로를 돌아보자.

자 이제 자신이 열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지를.

아니 그럼 열정 없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지?라고 물으신다면...

나는 그걸 태도라고 부르고 싶다.


열정이 불이라면, 태도는 온도 조절기다.

뜨거울 땐 식힐 줄 알고, 식었을 땐 다시 데울 줄 아는 능력.

태도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 감정을 관리한다. 그들의 기분은 태도로 연결되지 않는다.

둘째 - 속도를 조절한다. 당장의 흥분보다 오래가는 리듬을 파악하고, 그렇게 움직인다.

셋째 - 타인의 피로도를 계산한다. 혼자 달리지 않고, 같이 갈 수 있는 속도를 맞춘다.


결국 성과를 만드는 건 불타는 사람보다, 주변을 둘러볼 줄 알고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열정은 순간을 밝히지만, 태도는 인생을 바꾼다.

나도 어마무시하게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지금도 열정적이지만 굳이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그 열정에 태도를 더했기 때문이다. 아- 진작 알았더라면 크게 성공했을 텐데...


그녀가 글을 쓰겠다는 열정을 드러낸 순간 나 역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녀의 열정이 식어버린 순간 그녀를 위해 준비한 시간과 노력은 내게, 일종의 소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난 이 상황을 올곧은 태도로 전환하여 차갑게 식혀서 꺼내어 볼 수도 없을 지경으로 방치하지는 않겠다. 은근한 온도를 유지하고, 다시 타오를 때와 시간을 기다려 보겠다는 이야기다.

도대체가 진도가 없는 이 상황은, 크리스마스이브를 지나 크리스마스 당일인 오늘까지...

반복되는 일상...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기다림이었고,


나는 그 기다림조차 책임지기로 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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