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잠시 멈춘 시간

by 글꽃

수많은 계절이 지나고
기다림에 지쳐
서러웠다가 화났다가
체념했다 다시 기다리던
그 모든 시간이
무색해지네

하늘에서 내리는
순백의 선물이
세상의 흔적을
고요히 덮어
새하얗게 만드네

아픔도 그리움도
어제의 기억도
소복소복 내리는 눈이
다 감춰주네

한 송이 두 송이
거부할 수 없이
쌓여가는 첫눈에
마음을 뺏기네

저 멀리 높은 산에는
영원한 만년설도 있지만
도시의 첫눈은
이내 녹아들겠지

녹으면
길은 더 지저분해지고
발걸음은 더 무거워지겠지
흙탕물 되고
빙판길 되어

알고 있지만
지금은
이 순간의 하얀 고요만
간직할래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