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2'는 단순한 종교적 광신이나 사회적 혼란을 넘어, 인간 본성의 깊은 어둠과 맞닿아 있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는 인간이 도저히 가늠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마치 자연재해와 같은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지옥 고지'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엄청난 공포와 불안을 야기하며,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극 중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러한 공포와 불안에 대응한다.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절대적인 질서를 부여하려는 정진수, 진실을 밝히고 약자를 보호하려는 민혜진 변호사,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따라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중까지. 이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투영하며, 인간이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다.
정진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절대적인 권력을 추구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죄와 벌에 대한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강요하며, 자신의 불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킨다. 이는 마치 역사 속에서 종종 반복되었던 종교적 광신주의를 연상시킨다.
반면, 민혜진 변호사는 비록 세상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 할지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대중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정진수의 사이비 종교나 민혜진 변호사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도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특징 중 하나인 '대중심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드라마 ‘지옥’은 허무주의와 쾌락주의라는 두 가지 철학적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허무주의는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나 의미가 없다고 보는 관점이다. '지옥 고지'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은 이러한 허무주의적 관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으며, 세상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인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쾌락주의는 삶의 목표를 쾌락 추구에 두는 관점이다. 허무주의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삶의 무의미함을 극복하기 위해 순간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드라마는 이러한 두 가지 철학적 관점을 결합하여,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삶은 불확실하고 비논리적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맞이할 수 있다.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현재를 살아야 한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현재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삶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나는 극 중 인물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앞서 서술했던 허무주의 관점을 바탕으로 쾌락주의적인 삶을 추구하고 싶다. 삶의 부조리와 무의미함을 인정하고, 현재의 즐거움에 집중하여 그 어떤 구속에도 얽매임 없이 나에게 중요한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며 나 중심적으로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옥'은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동시에 희망을 준다. 비록 세상이 혼란스럽더라도,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도 지금 '지옥'처럼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다짐해 본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에게나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스스로 나만의 답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옥'은 그 여정의 시작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