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리스트, 그 너머의 은혜
진정 구해야 할 것
야외 예배를 위해 비를 멈춰달라고 기도했다. 하늘은 내 기도를 듣지 않은 듯 계속 비를 내렸다. 우리는 살아가며 나의 필요에 의해 늘 무언가를 간절히 구한다. 안정된 직장, 가정의 평화,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관계의 회복을, 상처의 치유를, 선택에 대한 확신을. 마치 쇼핑 리스트처럼 기도 제목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 모든 간구 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여전히 목마르다.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으로,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채우려 했던 사랑의 결핍으로.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영혼의 진정한 갈망을 채우지 못했다.
비가 오는 야외 예배당에서 젖어가는 성도들 사이로 은은한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우산을 든 채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얼굴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진정 구해야 했던 것은 비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였음을..
내가 진짜 필요했던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다. 삶의 모든 순간, 기쁨과 아픔 속에서도 늘 든든하게 의지하고 절대자의 품 안에서 평안을 느끼며 함께하는 여정 그 자체가 은혜였다. 자녀의 성장통도, 관계의 어려움도, 마음의 방황도, 모든 것이 행복한 동행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건 삶의 조각들을 완벽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조각들 사이에서 발견하는 내 고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절대자의 숨결이었다.
이제는 안다. 비가 그치지 않아도 괜찮다. 삶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그 모든 순간 속에서의 그 분과의 동행을 온전히 느끼며 예배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도이고, 은혜이며,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