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인생에서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깊어가는 밤, 문득 이찬혁의 '파노라마' 가사가 머릿속을 맴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 문득 불안과 공포가 온몸을 휘감는다. 떨리는 손으로 신경안정제를 삼키며 생각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엄마, 왜 그래?" 우진이의 맑은 목소리에 흠칫 놀란다. 그의 순수한 눈동자가 내 불안한 마음을 꿰뚫어 본다. 그동안 감춰왔던 엄마의 아픔이 들통난 것만 같다. "엄마가 슬퍼 보이는데..." 아이의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엄마가 잠시 아파서 약을 먹고 있어. 걱정 마, 곧 나을 거야." 우진이는 순진하게 묻는다. "언제? 며칠 후에?" "그건... 엄마도 잘 모르겠어." 솔직한 대답이 목구멍을 메운다. "3일? 4일?" "아니, 조금 더 걸릴 것 같아. 하지만 반드시 나을 거야."
아들은 엄마의 슬픔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며 조심스레 말했다. "우진아, 절대 그렇지 않아. 이건 엄마의 문제야. 우진이는 늘 엄마의 최고의 기쁨이고 행복이야. 그런 생각하지 마." 풀 죽은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무너진다. 더는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뒤에 숨어 있는 나,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내면과 외면 모두를 새롭게 가꾸고 싶다. 일본 유학으로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호주의 광활한 대지를 달리며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바이올린의 선율로 마음을 달래고, 골프장과 테니스 코트에서 활력을 되찾고 싶다.
유튜브로 세상과 소통하고, 수필로 내 이야기를 남기며, 성경 속에서 평안을 찾고 싶다. 한라산 정상에서 이 모든 꿈들을 외치고 싶다.
우진아, 더는 걱정하지 마. 약속할게. 더는 슬픈 엄마가 아닌, 꿈을 이뤄가는 멋진 엄마가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