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껴안고 날아오르다

탈출

by 글꽃

한밤중, 손에 땀이 배어 나온다. 남편과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얻어낸 일본 3개월 요양이라는 승리. 하지만 왜 이렇게 가슴이 무거울까. 내가 원하는 걸 쟁취했는데도, 모두의 미움을 한꺼번에 받을까 두려워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저녁밥은 두 숟가락도 못 넘겼다. 애써 밝은 척 우진이의 야식을 챙기면서도, 내 안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보고 싶은 이들을 보지 못할 거란 생각에 숨이 막히고, 아이들 걱정에 마음이 무너진다. 남편의 반응도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매일 밤 꾸는 악몽은 내 불안을 그대로 보여준다. 맞지 않는 신발, 작동하지 않는 핸드폰, 어지러운 화장실. 모든 것이 내 마음속 혼란을 대변하는 듯하다. 꿈에서 남편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나를 비웃듯 지나가는 모습은 내 자존감을 더욱 낮춘다. 나는 그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랐는데, 그가 내 앞에 던진 쓰레기처럼 내 마음도 쓰레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나는 날아오르려 한다. 비록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이 선택이 옳다고 믿으니까. 때로는 가장 두려운 순간이 우리를 가장 크게 성장시키는 법이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했다는 승리감은 고양되지만, 내 안의 새로운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과 미움받을 용기 없음으로 인한 불안은 극도로 커져만 간다.

내가 우겨서 일본에 3개월 어학연수 가는 거면서 막상 허락을 받아낸 후 이렇게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내 상태가 이렇다는 게 너무 한심하고 걱정스럽고, 마음이 너무 복잡해 자괴감도 든다. 회사와 가족 그리고 나에게 기대하고 있던 주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지고, 얼굴은 스트레스 때문에 뒤집어져 간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감정을 글로 풀어내며 조금씩 정리해가고 있다.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다.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되는 거야. 이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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