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빛

우울과 공황 사이, 그 어딘가에서

by 글꽃

어둠의 늪에 잠겨 헤매던 밤들

유년의 상처가 만든 결핍의 그늘

빙하처럼 얼어붙은 내 영혼이

마침내 용암이 되어 솟구쳤다


심장을 파고드는 공황의 파도여

붉은 피처럼 흐르는 불안의 물결

믿었던 모든 것들은 허상이 되어

화산재처럼 흩어져 사라지네


부모님의 사랑도, 친구의 위로도

연인의 약속도, 남편의 맹세도

자식에 대한 희망, 하나님까지도

달콤한 거짓으로 덮인 환영들


회피형이 된 내 영혼은 이제

그 누구도 믿지 못한 채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얼음성을 쌓아 올리네


하지만 이제야 깨달은 진실

내 안의 빛이 가장 강하다는 것

거짓된 위로의 지팡이 대신

내 발로 걷는 한 걸음의 의미


어둠 속 박쥐 같은 불안이 와도

이젠 두렵지 않아, 내 안의 등불로

무덤 같은 우울을 깨고 일어나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리


폭풍 치는 바다 한가운데서도

나는 나만의 단단한 등대가 되어

자기 연민의 그림자를 벗어나

끝없는 여정을 노래하며 걸으리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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