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늘도 아침이 밝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이 며칠, 나는 남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지치지 않고 노력해 왔다. 집안일과 아이들 육아에 나를 온전히 쏟아붓고, 딱딱하게 굳은 그의 마음을 녹여보려 살갑게 말을 건네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전보다 더 무표정해졌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며, 식사 자리조차 피하며 나를 노골적으로 외면했다. 그의 차가운 시선은 내 마음에 또 다른 벽을 쌓아 올리는 듯했다.
오갈 데 없는 마음이 팔락일 때면, 나는 필사적으로 나의 작은 세상으로 시선을 돌린다. 내가 가진 모든 관심과 사랑을 쏟아낼 때마다 행복해하는 우리 아이들. 그 속에서 나는 위안과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특히 둘째 우진이는 내가 마음을 줄수록 놀랍도록 밝아진다. 그 모습은 내게 큰 보람이자 기쁨이 된다. 오늘은 여름방학 첫날, 종일 집에서 우진이랑 한자를 공부하고, 구구단도 함께 외고, 숨은 그림 찾기에 몰두하며 깔깔거렸다. 동물 퍼즐을 맞추고, 함께 수박화채를 만들고, 기억력 스머프 게임을 하며 서로 경쟁하듯 웃음꽃을 피웠다. 작은 손으로 연필을 쥐고 그림을 그리는 우진이를 보고 있노라면, 이 작은 아이가 주는 순수한 에너지에 나 또한 지치지 않는 힘을 얻는 듯하다. 우진이는 정말 놀라운 에너지를 가진 아이다. 아무리 놀아도 지칠 줄을 모른다.
서진이와 우진이가 모처럼 싸우지 않고 베개싸움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 나이차이가 제법 많이 나는 우리 집 두 형제가 별 충돌 없이 사이좋게 어울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최대한 환경을 만들어주려 애썼다. 힘들게 찾아온 그 평화로운 순간, 남편이 불청객처럼 나타났다. 자다가 깨어난 그는 방에서 나오더니 서진이에게 "너 절대 보러 들어오지 마!"라고 외쳤다. 아…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저것은 반어적으로 서진이를 자기 방으로 유인하는 그의 유치한 방식이라는 것을. 왜 저러는 걸까. 결국 서진이는 홀린 듯 남편 옆으로 가버렸다. 안방에서는 시끄럽게 '거침없이 하이킥'이 울리고, 남편과 서진이는 낄낄거렸다. 그 곁에 남겨진 것은 실망한 우진이와 허탈한 나뿐이었다. 아이들이 어렵게 어울리는 그 시간을 남편이 망쳐버린 것이 너무나 속상했다.
한심하고 짜증이 치솟았지만, 나는 울먹이는 우진이를 위해 용기를 냈다. 남편에게 다가가 "그거 그냥 혼자 좀 보면 안 되나? 모처럼 애들 잘 놀고 있었는데 말이야."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자기가 대체 뭘 어쨌냐는 듯 태연했다. 나는 그가 간식으로 서진이를 유혹하고, TV 소리가 들리도록 방 문을 열어 유인한 것을 차분히 설명했다. 그는 서진이에게 "너 가!"라고 내쫓듯 말했고, 서진이는 "아, 나 이거 보고 싶은데! 왜! 우진이랑 놀기 이제 기 빨려! 힘들다고!!"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내가 꿋꿋이 문지방에 서서 눈치를 주니, 서진이도 마지못해 나왔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방 문을 잠그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서진이는 베개싸움에 흥미를 잃은 듯 다시 아빠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잠긴 문을 열 수 없자 레고나 혼자 하겠다고 했다. 나는 서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고, 우진이도 함께 놀아보라고 권했다. 서진이도 좋다고 했다. 둘이 레고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옆에서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그런데 평화도 잠시, 남편이 또다시 문을 열고 나와 부엌에서 간식을 가져가며 문을 활짝 열어 두어 TV 소리를 시끄럽게 들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서진이는 다시 그 유혹에 넘어가 레고 놀이는 그만두고 아빠와 함께 TV를 보러 들어갔다.
또다시 홀로 남겨진 우진이. 나는 망설임 없이 우진이 옆에 앉았다. 내 체력은 이미 바닥났지만, 우진이가 배우고 싶다고 했던 한자를 한 시간 가르쳐주고, 스머프 메모리 보드게임을 또 한 시간이나 해줬다. 고단했지만, 즐겁게 노는 이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만큼은 내게 무엇보다 소중했다.
밤 10시가 되자 남편은 서진이를 시켜 "늦었으니까 애들 재워야지!"라고 말했다. 나는 서둘러 보드게임을 마무리하고 아이들 잘 준비를 시켰다. 그는 그저 말만 할 뿐, 혼자 큰 안방에서 TV를 보며 잠이 들었다. 나는 서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우진이를 재우기 시작했다. 우진이는 침실에서도 한참을 재잘거리고 이불놀이를 했다. 아이를 진정시켜 재우려 노력하는데, 우진이는 힘이 넘치는데 나는 이미 체력이 바닥이라 먼저 잠들 것만 같았다. 우진이 방 책장 정리 및 부엌 선반 정리 등 종일 밀린 집안 정리를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진이에게 자라고 하고 안대도 씌워준 뒤 잠시 한숨 돌리며 핸드폰을 좀 보고 있었는데, 우진이가 작은 목소리로 "엄마, 나 안아줘. 재워줘." 한다. 이미 핸드폰을 안 하는 다른 한쪽 팔로 꼭 안아주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안고 있잖아. 잠이 안 와?"라고 묻자, 우진이는 고개를 살랑이며 "아니 아니. 그거 핸드폰 놓고 두 손으로 꼭 안아줘."라고 명확히 말했다. 그제야 내가 놓치고 있던 우진이의 마음이 읽혔다. "아, 그래. 엄마가 핸드폰 그만 들고 있을게. 일루 와, 꼭 안아줄게." 나는 당장 핸드폰을 내려놓고 두 팔로 우진이를 더 꼭 끌어안았다. 우진이는 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아이다. 다른 일에는 눈 돌리지 않고 오직 자기만 바라봐주고, 자기와 함께 해주길 바라지. 그런 우진이를 돌보는 입장에서 나는 가끔 지치고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엄마인 내가 해주지 않으면, 과연 누가 이토록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겠는가. 아빠는 늘 자신의 세상인 TV와 핸드폰 게임에 빠져 있으니…. 우진이를 꽉 끌어안고 사랑을 듬뿍 주었다. 우진이는 행복하게 잠이 들었고, 나도 그렇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그러나 새벽 6시, 오늘도 밤새 악몽에 시달리다 잠에서 깨어났다. 며칠 동안 계속되는 배탈은 남편과의 갈등 때문일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불신하고 냉담한 남편은 이제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내가 과연 이 관계를 3년을 버틸 수 있을까. 아니, 3개월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자라는 올해는 넘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 우진이는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으로 행복해한다. 내가 관심을 줄수록 확연히 밝아지는 모습은 내게 큰 보람이자 살아갈 이유다. 다 큰 것 같아 보이는 첫째 서진이도 아직은 여린 사춘기 소년이다. 엄마 품속에 파고드는 그 아이에게도 아빠의 조건적이고 착취적인 사랑이 아닌, 엄마의 무조건적인 애정이 절실하다. 학업이 힘들 때 옆에서 함께해 주면 곧잘 따라오는 이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의 손길은 절실하다. 내가 어떻게 이 아이들을,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만 맡겨둘 수 있겠는가.
오늘도 나는 이른 새벽부터 이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 본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고,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