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린 미역줄기와 깨어나지 않는 악몽

비양육 엄마의 새벽

by 글꽃

지난 한 주, 나는 고립된 섬처럼 모든 풍랑을 홀로 감당했다. 변호사로부터 날아든 이혼 조정 화해 권고 신청 연락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헤집었고, 주민센터의 주소지 미이전 과태료 통지는 현실의 또 다른 벽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신경 쓸 바에야 다시 양육권을 가져오는 게 나아!" 따뜻한 위로 대신 던져진 친구의 무심한 조언은 내 마음속 더 깊은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


나는 아직도 내가 아이들과 함께 사는 엄마인 듯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자다가 눈 떠보면, 낯선 작은 원룸 바닥에 홀로 누워있는 나를 발견한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단 한순간도 아이들 곁을 떠난 적 없는 내 마음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그들의 모든 움직임에 닿아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아이들의 하루를 더듬어 챙기려는 애틋한 노력들이 이어지는 나날이었다.


지난 목요일 이른 아침, 요란한 전화 벨소리가 애써 잠든 잠을 깨웠다. 큰아이 친구 엄마였다.

"서진 엄마! 서진이 학교 보냈어? 설마 아직 자? 오늘 8시에 반 피구대회인 거 알지? 난 우리 애 학교 차로 지금 데려다주고 나오는 길이야! 서진이도 빨리 학교 보내! 반대항 피구대회라서 늦게 가면 애들한테 욕먹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도 몰랐던 소식에 깜짝 놀랐다. 나는 잠결에도 허둥지둥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큰아이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서진아, 빨리 일어나서 학교 가! 오늘 반 피구대회라던데, 알고 있지?" 자다가 깨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중요한 일정을 상기시키는 것에 온 정신을 쏟았다. 과연 내 목소리가 잠결의 아이에게 온전히 닿았을까.


목요일은 이주에 한 번 있는 둘째의 받아쓰기 시험날이기도 했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등하원 도우미 선생님께 간절히 부탁해 두었다. "둘째가 이번에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데, 짬짬이 연습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하지만 돌아온 선생님의 대답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이번 주 아빠가 일찍 와 계셔서 애가 말을 잘 안 들어서 전혀 시킬 수가 없었어요. 죄송해요. 아빠도 받아쓰기 시험이란 것을 알고 계시긴 하세요." 챙기지만 닿을 수 없고, 결과도 알 수 없는 허공에 열심히 허우적대는 듯한 비양육 엄마의 일상. 나의 애씀이 무력하게 흩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억압과 무력감, 아이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은 그 밤, 새벽을 관통하는 꿈 속에서 폭발했다.

나는 어떤 미친 남자에게 쫓기고 조롱당하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해도 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쫓아다니며 미친 짓을 하고 조롱을 이어갔다. 그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니, 이번엔 또 다른 미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자기의 힘들었던 사정을 하소연했고, 나는 그녀를 뿌리치고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달아나려다 그 여자가 굴러서 다치는 상황에 처했다.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외치며 뒤쫓아 오는 그녀를 뒤로한 채 나는 계속 도망쳤다.


그러나 그녀는 기어이 나를 붙잡았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몰인정하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미칠 만한 사정'이 있어서 미쳤노라고 변명했지만, 그 순간 내 입에서는 "내가 미칠 만한 사정은 더 많아! 난 이제 남편도 없고 애들도 없어! 다 잃었어!!"라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서 그 여자보다 더 미친 사람처럼 대성통곡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소리 질렀다. 꿈속에서 그렇게 통곡하고 소리치는데, 자꾸만 목에 미역줄기 같은 것이 턱턱 막히는 고통이 느껴졌다. 숨통을 조여 오는 그것을 손으로 끄집어내려 애쓰며 울었고, 결국 숨이 너무 막혀 힘겹게 잠에서 깨어났다.


금요일 새벽이었다.

잠에서 깼지만 악몽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동안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고, 손은 저렸다. 겨우 좀 진정되나 싶더니 이번엔 배가 아파왔고,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려야 했다.


일주일 내내 혼자 쌓아두었던 모든 스트레스와 감정들이 잠 못 드는 새벽, 가장 고통스러운 형태로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현실, 말하지 못하고 삼켜야 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꿈속의 미역줄기처럼 내 목을 꽉 움켜쥐고 있었던 건 아닐까. 홀로 견딘 길고 긴 밤의 서늘한 기운이 금요일 아침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너덜해진 그 상태 그대로 나는 여전히 출근을 감행해야 했다.


좀비처럼 출근한 나는 익숙한 책상에 앉아 메일을 열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일거리들을 상기한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전화를 해서 협의하고 또 자료를 정리하기를 반복한다. 드디어 찾아온 점심시간, 나는 여느 때처럼 구내식당 대신 사내 수면실로 내려가 이불을 뒤집어쓴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배고픔은 둘째 치고, 일단 쉬고 싶다. 하지만 회사 수면실에서도 악몽은 계속된다. 쫓기고 도망가고, 또 쫓기고 또 도망가고. 일어나지만 다시 누워있고, 또 일어나도 또 누워있는 가위의 연속.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데 피해 지지 않고, 극복하고 싶은데 계속 제자리인 현재의 이 상황이 반복해서 재현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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