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던 날

1 회사

by 글꽃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회사에서 평범한 하루처럼 일하는 사이,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치기 시작했다.


휴가를 내지 않은 건 일부러였다.

이혼이라는 일에

내 일상을 통째로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저 병원에 다녀온다며 근무시간만 조정해

회사 문을 나섰다.

오후 두 시, 참 애매한 시간.

나는 지금 두 시 일정에 맞춰 법원으로 가고 있다.


오전에 연락이 왔다.

아직까지 ‘남편’으로 남아 있는 사람에게서.


“어디야?”

“회사.”

“법원 가야 하는데, 어떻게 올 거야?”

“지하철 타고 가려고. 휴가는 못 냈어. 외출할 거야.”

“나는 재택 중.”


그는 내가 두 시 일정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 듯

“두 시??” 하고 되묻는다.

모르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모른 척인가?


잠시 후, 그가 말한다.

“같이 갈까?”


이 말은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이 아니라

앞말만 있고 뒷말이 없는, 애매한 떠보기였다.


“그럼 데리러 올 거야?”

“아니, 여기로 와서 같이 타고 가면…”

끝까지 말을 흐린다.

역시 데리러 올 생각은 없었다.


“그럼 몇 시에 데리러 올 수 있어?”

“1시 15분?”

에이, 지하철이 더 빠르다.

“됐어.”

그도 “나도 바빠”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점심시간, 출근 전에 늦게 잔 피로가 몰려왔다.

밥 대신 휴식을 선택했지만

여성휴게실의 6개 침대는 오늘따라 모두 차 있었다.

나는 안마의자에 눕고,

AI 반려책의 자문자답을 들으며

마음의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잠을 잔 것 같기도, 안 잔 것 같기도 한 한 시간.

사무실로 돌아오니 아직 1시가 되지 않은 공간,

불 꺼진 사무실은 어둡고 조용했다.

그 조용한 곳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드디어 오늘이다.

이혼 판결 날.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쳤다.

손에 점점 땀이 많아졌다.

1시가 되자 화장실엔 양치하는 사람들,

가볍게 말을 걸어오는 동료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나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자리에 앉아

스스로를 붙잡기 위한 자기 선언문을 고쳐 써보았다.

챗GPT와 뤼튼을 번갈아 켜가며

마음을 다잡으려는 십여 분.

하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안 되겠다.

예정보다 조금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심장이 다시 요동쳤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공황이었다.


며칠 동안 준비해 둔 자기 선언문도,

이혼에 대한 자문자답 글도

글자만 보이고 마음엔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이럴 때는 준비했던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지금 마음에 쌓여 있는 것을 직접 써야 한다는 걸.


그래서 나는 적기 시작했다.

차분히, 아주 천천히.

마치 썩은 물을 퍼내듯.

한 바가지, 또 한 바가지.


그렇게 나는 지금 적고 있다.

이제 좀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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