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멜로디
아침, 집을 나서려 할 때
둘째 우진이가 현관 앞에서 묻는다.
“엄마, 또 올 거지?”
그 작은 목소리가
아침의 차가운 공기보다 먼저 가슴에 닿았다.
나는 꼭 아이를 안으며
“당연하지! 엄마 당연히 또 오지!!”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아이의 마음을 완전히 안심시키지 못한다는 걸
나도 알고, 우진이도 알고 있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안쪽에서 우진이의 노랫소리가 들려 나왔다.
아침에 유튜브로 함께 들었던 노래.
신나고 밝은 멜로디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작은 떨림이 실려 있었다.
그 노래는,
우진이가 울음을 삼키기 위해
조금 더 큰 소리로 부르는 마음의 굴절 같았다.
갈 곳 없는 슬픔을 숨기기 위한
아주 어린 리듬.
⸻
지난밤, 우진이는 이런 얘길 했다.
“엄마! 나 이제 일주일에 한 번만 똥이랑 오줌 싼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건강과 생리의 원리를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주중에는 안 쌀 거야. 엄마 오는 날에만 할 거야.”
그제야 깨달았다.
이혼 마무리 조정으로 오지 못했던 지난 일주일이
우진이에게는 너무 길었다는 것을.
아이는
그리움을 ‘배설’이라는 가장 본능적인 감각으로 비유해
이해 가능한 언어로 바꿔 말하고 있었다.
어떤 철학자보다도,
어떤 시인보다도
직접적이면서도 은유적인 방식으로.
⸻
형인 서진이는 정반대다.
감정 표현이 늘 짧다.
필요한 만큼만 말하는 아이.
어젯밤 불을 끄고 누워 있을 때
서진이는 조용히 내 옆으로 와서 말했다.
“엄마 좋아.”
그 한마디면
그 아이의 모든 마음이 정리되었다.
부연도, 설명도 없다.
그게 큰 형만의 방식이다.
나는 그의 안경을 벗겨 베개 옆에 두고
잠드는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두 아이의 숨결이 서로 겹쳐 들리고 있었다.
⸻
아침에 집을 떠날 때
문틈에서 흘러나온 우진이의 노래는
오랫동안 내 귓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하루가 지고,
저녁이 되어
서울대입구 근처 작은 지하 소극장에 들어갔다.
무대 위에서는
일본 아마추어 밴드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드럼의 리듬, 기타의 선율,
일본어 가사가 공간과 맘을 흔들었다.
아침에 들었던 아이의 노래가
집이라는 울타리에 부딪혀 도는 울음이라면,
이 저녁의 일본 밴드 노래는
집 바깥의 넓은 세계로 뻗어가는 선이었다.
한쪽은 내가 머물며 지켜주고 싶은 목소리,
다른 한쪽은 나를 세상으로 밀어주는 목소리.
나는 그 두 개의 멜로디 사이에서
그저 조용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