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이 나를 질주하게 할 때

자기 학대의 가속도를 멈추는 법

by 글꽃

나를 가장 지치게 만든 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한 말도 아니고

누군가가 나에게 준 상처도 아니었고.

나를 몰아붙인 건 내 안의 억울함이었다.


회사에서 받은 억울한 평가,

이혼 과정에서 과하게 양보해야 했던 시간과 권리들,

누군가는 자유롭게 연애하고 삶을 회복해 가는 동안

나는 책임과 역할을 묵묵히 짊어지고 서 있었다.


상처는 조용히 스며들지만,

억울함은 어느 순간 폭발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질주’로 해소하고 있었다.


새로운 취미를 열 개쯤 만들고,

모임을 다섯 개쯤 가입하고,

여러 가지 일을 시작하고 끝내고 반복하고,

몸이 아파도, 감기를 달고 살아도,

잠시라도 멈추면 감정이 밀려올까 봐

스스로를 더 밀어붙였다.


그 질주는 사실 보상이었다.

“나는 너무 잃었고, 그러니 다시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이 믿음이 나를 계속 달리게 했다.


그러나 그 질주는

결국 자기학대적 속도였다.

나는 지쳤고, 불안했고, 결핍은 채워지지 않았으며,

혼자 더 깊이 꺼져가고 있었음을 뒤늦게야 알았다.


억울함은 멈추라고 경고하는 감정이다.

그 경고를 듣지 않으면

몸이 먼저 무너지고, 마음이 무너지고,

삶 전체가 흔들린다.


“ 더 이상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어!”
— 이미 너무 많이 양보한 삶에서 욕망이 나에게 하는 말


내 마음은 요즘 복잡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복잡함을 넘어서 혼란스럽다.


나는 너무 많이 잃었고,

너무 많이 양보했고,

너무 오래 참아왔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는

“나는 이제라도 다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으로 가득하다.


운동도 하고, 취미도 하고, 날씬하고, 예뻐지고 싶고,

이 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나보고,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도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

그리고 보란 듯이 전남편보다 더 멋진 연애도 하고 싶다.

또한, 아이들이 엄마 없는 자식 인 티 나지 않도록 교내외 생활들을 살뜰히 잘 챙기면서,

직장에서도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여 더 인정받고 성공하며 다시 빛나고 싶다.


욕망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현실은 제한되어 있고,

마음은 불안하다.


그런데도 나는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왜냐하면 이미 너무 많이 포기해 온 삶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에서 한 번,

직장에서 또 한 번,

관계에서 여러 번,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수없이.


그래서 이번만큼은

“나를 잃고 싶지 않아”

“이번엔 나를 먼저 챙기고 싶어”

라는 마음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모든 욕망을 동시에 추구하게 만들었고,

그건 결국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흔히 ‘욕망을 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욕망은 줄일 필요가 없다.

욕망은 자연스러운 필요로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결핍 기반의 에너지원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욕망에도 순서가 필요하다.

정렬되지 않은 욕망은 나를 해치고,

순서가 있는 욕망은 나를 성장시킨다.


나는 이제야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 갖고 싶어도 괜찮아.

단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순서를 선택하자.”


이 마음을 받아들이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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