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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기 Dec 11. 2018


당신 샛길로 빠질 준비를 하고 있나

 


 나의 시작은 이렇게 하자.

“다 때려치우고 편하게 카페 하나 차려서 책이나 읽으면서 살고 싶다” 는 마음을 안주머니에 품고 광화문, 여의도 일대를 뛰어다니던 2012년.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럴듯하게 포장돼서 평범한 사람의 생활을 망친다.


 그런 면에선 다행일까, 앞으로 이어질 이 칼럼은 벼락 성공스토리는 아니다. 거대한 경제적 담론이나, 멋들어진 사회적 가치, 촘촘한 경영 스킬도 없다. 다만 매일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자영업 세계로 한 발을 딛고자 하는 독자에게 그럴싸한 사장님이 되고 싶었던 나의 8년의 시간과 노하우를 정리하려고 한다.

 지난 8년간 세 번의 개업과 한 번의 폐업을 경험했다. 운영했던 매장이 각각 <기술 전수 매장 - 브런치 카페>, <프랜차이즈 - 이자카야 매장>, <개인 브랜드 - 일본 가정식 매장>이기에 시간 순서대로 쫓아가면 퇴사 - 개업 - 운영 - 폐업의 절차, 메뉴 별 매장 특징, 운영 꿀팁, 내 브랜드의 식당 만들기 노하우가 어렵지 않게 풀려나올 것이다.  

나도 무언가를 그만둘 수 있을까?
나도 샛길로 세서 ‘나의 길’을 만들 수 있을까?


 전제를 하자면, 자영업 진입 특히 그 대부분을 차지할 요식업계  창업을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뉴스에서는 매일 같이 무시무시한 5년 내 폐업률을 들이밀며 겁을 주지만 거꾸로 매일 같이 대박집은 생겨난다.

 당신의 자본이 창업 과정에서 수반될 선택지에서 모든 옵션을 선택해도 될 만큼 막대하거나 의사결정을 도와줄 유능한 인재에 둘러 쌓여 있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사업을 시작할 때, 생활에서 무엇인가를 포기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에서 대박집과 쪽박집을 가르는 첫 갈림길이 시작된다. 그 첫 선택은 업종 선택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그 대답이 당신의 업종을 선택하게 해 줄 것이다.

 인생에서 사장을 필연적으로 타고 난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장사의 시작은 <중고등학교 - 대학 - 직장>까지 각 인생의 단계를 성실하게 밟아나가던 사람이 그 길에서 <벗어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느 방향으로 벗어 날 것인가?

 누군가는 ‘타인과 구별되는 나’를 찾으라 하지만, 그것을 찾아낸 사람들은 이미 벗어남에 고민도 없었으리라. 보통의 ‘나’ 들은 딱히 특별한 취향도 없는 것 같고, 특출 난 재주도 없으며, 남보다 뛰어나게 내세울 장점도 없기 마련이다. 꾸준함이나 노력도 (나에겐 결핍된) 위인들의 선천적 재능일 뿐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장사를 시작한다면 그 첫 시작으로 ‘나’를 깊이 탐구하는 과정을 거치길 바란다. 

 

 지금부터 당신이 일궈야 할 사업체의 의사결정은 사장인 당신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 당신이 만나게 될 수많은 블랙 컨슈머들과 불성실한 직원들도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이 장사는 1달짜리 캠프나 체험 학습도 아니다.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하고 생활의 거의 모든 시간을 잡아 먹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흥미 있어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궁극적으로 내가 자영업에 맞는 사람일지에 대한 깊은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지-한국경제


 자기 탐구 과정이 없는 사업은 사장의 진심이 고객에게까지 전해지지 않는다. 업종도 쉽게 바뀌게 된다. 매장 메뉴의 발전이 없고, 손님들의 의견에 휘둘린다. 첫 업종 선택을 예상 수익을 적은 장표나 영업사원의 꾐에 위탁하지 말자.

창업과 업종 선택은 자기 탐구를 통해
“무엇이 나의 24시간을 지배하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의 대답이다.


단순하게 보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팔아야 한다. 깨끗한 옷에 집착하는 사람은 세탁소를 차려야 한다. 커피 원두 산지를 따져가며 마시고 매일 같이 빵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 카페를 차려야 하고, 핸드폰 사진첩이 패션 잡지 스크랩 가득한 사람이 의류 매장을 오픈해야 한다.


 당신은 이제 당신의 24시간을 지배할 장사라는 것을 시작하려고 한다. 창업은 무엇이 당신을 지배하게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기 탐구의 결과물 그것이 업종 선택이며, 대박집의 운명은 거기에서부터 첫걸음을 뗀다.

8년 전 나의 시작은 그러하지 못했다. 이 글을 읽을 당신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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