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이라는 웹 드라마가 있더라. (보진 못했다.) 내 경험에 미루어 볼 때 회사를 그만두는 건 그렇게 최고의 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도의 전략과 온갖 아양으로 꾸민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입사한 기업을 스윽 빠져나올 때, 뭔가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었다. 퇴사하는 마지막 퇴근길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자넨 사회에서, 난 회사에서 꼭 성공해서 만나자” 다짐하는 진한 선후배의 장면도 그려보았고, 나 없으면 우리 팀 업무가 숭숭 구멍 뚫리고 급기야 회사에 큰 손실이 생겨 매일 같이 다시 돌아와 달라고 연락 오는 거 아니야?라는 상상도 했었다.
하지만 나의 퇴사일에도 모두는 각자 업무에 정신이 없었다. 나 따위가 없어도 회사는 승승장구했고, 지금 보니 퇴사 시점보다 주가도 3배나 올랐더라. 어쩌면 그동안의 힘든 자영업의 시간을 겪기보단 이 모든 투자금 전부를 그 회사 주식에 박아두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적합한 회사형 인물이 있다.
어찌 됐든 나는 아니었다.
조직에 적합한 <회사형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1. 경쟁심이 강하고 목표의식이 명확하다.
2. 두루 친하고 사내 조직 문화에 수긍을 잘한다.
3. 상사의 질책에 맷집이 좋다.
4.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다.
5. 회사나 종사하는 사업분야에서 자신의 롤모델을 찾아낸다.
6. 조직의 목표 달성에 큰 성취감을 느낀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사리분별도 못하던 신입사원 시절을 보내고 2년 차가 되었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앞으로 지난 1년이 매년 반복될 예정이고, 20번~30번쯤 반복하면 사회로 다시 뱉어지겠다는 사실도 함께 깨달았다.
그런데 창업에 앞서 조심해야 하는 덫 중에 하나는 사업가가 앞서 기술한 <회사형 인물>보다 스스로가 우월하다는 자만심이다.
“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이고 너희는 현실에 안주한 루저야!”라고??
<사업가형 인물>과 <회사형 인물>은 우월과 열등의 관계가 아니다. 내가 겪어본 사업가형 인물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1. 경쟁심이 강하고 목표의식이 명확하다.
2. 두루두루 친하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것을 즐긴다.
3. 고객의 질책을 두려워하고 반대로 맷집도 좋다.
4.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다.
5. 돈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철저한 관리가 있다.
6.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그것을 나누는 것에서 큰 성취감을 느낀다.
<회사형 인물>과 겹치는 부분도 보이지 않나?
사업가형 인물을 구분하는 가장 핵심 키워드는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를 공유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식당 주인장은 음식을 팔지만 외식사업가는 공간과 시간의 가치를 판다. 사업가는 한 테이블의 공간과 지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그 가치를 팔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와 그 당신이 하려는 그 사업의 가치는 무엇을 향하고 있나 되물어야 한다. 돈은 그 과정의 결과물이지 원료가 될 수 없다.
“난 새로운 품종의 돼지고기를 맛있게 손님께 제공하고 싶다.” “내 취향의 공간에 음악을 가득 채우고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 같은 가치가 우선되는 매장은 그것을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순간 서비스와 재화의 값어치가 월등해진다.
알다시피 사업가는 모두 장사꾼이다.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을 팔 것 인가. 하루벌이 장사꾼이 될 것인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가치를 더할 것인가? 돈이 목적이 되어 원가에 얽매이는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 그것을 뛰어넘는 취향과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독자가 자기 탐색을 거쳤다면, 이제 본인 사업의 가치를 탐색하면서 점점 <사업가형 인물>이 되어 갈 것이다. 속칭 외향적이고 사람 좋아하는 성격이라 사업하면 잘할 거야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 그것만이 결코 사업가형 인물의 충분조건이 아님을 명심하자.
5평짜리 매장이라도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지 방향이 명확해지면 매장 계약과 영업 시작과 같은 후속 스텝은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