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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I Dec 16. 2018

인사팀과 쿨하게 헤어지는 법


 “부장님 죄송합니다. 아버지 회사를 제가 물려받게 되었습니다.”라는 플롯이 아니라면, 퇴직에는 상당한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야경대원이 성벽 밖으로 떠나며 밤마실 다녀오듯 헐랭 헐랭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의 울타리가 당신을 지켜줄 때 최대한 많은 준비와 장비를 꾸려나가야 정글에서의 생존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그렇게 내가 부족함이 없어야 쿨하게 인사하고 나올 수 있다.


 1. 경력 만 2년 혹은 대리를 달고 나오자.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人>이 2018년 7월 신입사원 채용기업 687개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채용 기업의 66.2%가 사내 조기 퇴사자 (취업 1년 내 퇴사)가 있다고 답했다. 퇴직자들이 밝힌 퇴직 사유 1위는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48.6%)였다.

적성에 맞지 않은 직무를 억지로 하면서 일정 기간 근무하기를 권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사회 초년생이고 사업을 계획 있다면 최소한의 경력은 만들어 놓고 퇴사하길 바란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이 3년 내 실패할 확률은 70% 정도라고 한다. 비단 영업부진으로 인한 폐업이 아니더라도 첫 사업을 겪으며 본인이 <사업형 인물>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

 대한민국은 유난히 실패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사회 구조인데, 사업 이후에 타사에 재입사하거나 경력직으로의 재취업이 조금이라도 유리하려면 적어도 2년은 채우고 퇴직하길 권유한다. 대리같이 직급을 달고 나오면 더 좋다.


 그 2년의 경력이 당신이 다시 회사로 돌아갈 때 조직에 적응 못해 사업 따위를 벌려 본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님을, 최소한의 경력과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인장 노릇을 해 줄 것이다.  



  미안한데 단물 좀 빨아먹고 가도 될까요?



2. 퇴사와 창업에도 좋은 시기가 있다.

  

 퇴사 후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 ‘사업은 타이밍이다’라는 명제에 빠져 어느 정도 구상이 되자마자 쉽게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지만 퇴사와 창업에도 좋은 시기가 있다.

 기업마다 다르지만 회사는 1년에 1~2회 정도 profit sharing이 있다.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PS, OPI, TAI, 연말 상여금, 초과이익 성과급, 목표 달성 장려금이라고도 불린다. 내가 오늘 퇴사한다고 작년에 열심히 근무했던 나의 성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최대한 퇴사의 일정을 성과급을 수령한 이후로 설정하자.

 또한 업종마다 창업에 적합한 시기가 있는데 보통 식당의 경우 겨울 창업은 피하기 마련이다.

 겨울철 혹한엔 고객들이 미리 목적지를 정하고 이동하기에 기존 단골 매장에 대한 충성도가 올라가고, 신규 매장 홍보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식당을 준비하고 있다면 연말 성과급을 수령하고 봄이 올 때 퇴사하는 것이 좋다.


산와산와 믿으니까- 과도한 빚 고통의 시작입니다.



3. 대출 등 금융업무는 직장인일 때 수월하다

사실 직장인 신용대출은 내 신용이 아니라
우리 회사 신용의 덕을 봤던 것이었다.

 중견기업 이상 되는 회사의 직원이라면 재직증명서, 급여 증명서 정도로 제1금융권 신용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퇴직을 하는 순간 금융권은 당신을 비경제활동인 - 백수 수준으로 분류한다. (실제론 더욱 꼼꼼한 분류가 있겠지만 당시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돌이켜보면 직장인 신용대출은 사실 내 신용이 아니라 급여명세서에 찍히는 직장의 신용 덕을 본 것이다.

 당장 거창한 사업을 차려 수익이 들어오더라도, 소득 금액 증명원에 기입되기 전까지 개인사업자의 소득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보통의 경우엔 사업 초기 넉넉한 수익을 남기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첫 1년 소득 금액 증명원에 찍히는 숫자는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세무 해택을 위해 많은 비용을 잡았다면 증명원의 소득은 더욱 줄어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만약 당신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금융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면, 퇴사 직전 상담을 받는 것이 퇴사 이후에 받는 것보다 매우 유리할 것이다. 물론 금융권에서 재직 증명은 1년마다 확인하니 다음 연도엔 대출을 전환할 계획까지 잘 짜 두어야 한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강남구 상표지표>


 4. 지역별 창업 지원 센터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자.

기업은 신입사원의 교육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만, 창업의 세계로 나오면 쉽게 말해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치 단체 차원에서 소상공인의 창업과 운영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고 있는데 가장 좋은 예로 서울시의 <소상공인 종합 지원 포탈 www.seoulsbdc.or.kr>이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각종 창업 관련 온라인 교육부터 금융 상담, 시장 정보, 1년/3년 내 생존율(단어가 섬뜩하다.), 사업 성공 사례, 사업 계획 및 경영 회계 가상 계산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굳이 서울 지역 창업 예정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본인의 창업을 미리 판단해 볼 수 있으니 퇴사 전에 충분히 시뮬레이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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