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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I Dec 19. 2018

창업 컨설턴트가 파놓은 덫

 

  2012년 직장 생활 중 어쭙잖게 시작한 스타트업 스터디가 도화선이 되어 퇴사까지 이어졌고, 종점에 와서 난 카페를 오픈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심엔 함께 퇴사심을 불태우던 입사 동기 H가 함께했다.  

 장사는 즉각적인 매출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를 시작해서 현금이 돌기 시작하면, 그때 부른 배를 두드리며 우리가 스터디했던 IT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자고 했다. 조목조목 따지고 보면 카페가 만만해 보였다는 수준의 이유밖에 안되었다. 최악의 이유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카페나 요식업을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다면, 앞으로 몇 화간 펼쳐질 나의 첫 사업기를 꼭 참고하길 바란다.

 창업에 지식이 전무했던 난 강남의 창업 컨설팅 업체를 찾아갔다. 그들은 브랜드 컨설팅이나 브랜드 디자이너와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 창업 컨설턴트들은 부동산 중개업에서 발전된 형태이며, 권리금 / 양도양수 / 프랜차이즈 가맹 개설 등을 통해 이윤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봉이 김선달 같은 존재였다. 카페 창업과 폐업 과정에서 겪은 창업 컨설턴트의 특장점과 덫을 정리한다.

<출처 : 미핑캠퍼스> 정부지원의 건강한 컨설팅 프로그램도 있다.


그들은 돈 냄새를 잘 맡는다.
돈이 움직여야 자신에게 돈 가루가 떨어지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1. 창업 자문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예산이다.

 

 브랜드 컨설턴트가 브랜드가 품은 가치, 완성도 & 매니지먼트로 해당 프로젝트받는 반면, 창업 컨설턴트의 Goal은 그야말로 '창업'에 있다. 따라서 그들은 매장이 들어설 위치, 상권, 유동인구 등을 분석하여 고객이게 업종 제안을 하고 실제 창업에 이어지게 해 준다. 이때 컨설턴트가 제안하는 업종과 상권에서 가장 크게 고려되는 것은 투자 예산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금액이 클수록 좋은 상권과 넓은 평수의 매장을 제안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문료나 수수료도 올라가기 때문에 컨설턴트의 조언의 질 또한 예산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예산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업종과 프랜차이즈도 구분되어있으므로 본인의 예산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팅에 임하는 것이 좋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서 가맹 개설 비용을 안내하고 있으니 미리 본인의 예산과 맞춰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쉬운 것은 더 좋은 상권, 더 비싼 업종, 높은 수수료를 위해 창업 컨설턴트들은 창업 예산의 100% 사용을 유도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가령 통장 가득 현금을 두둑이 들고 있는 은퇴자에게 그들은 절대 절반만 투자하여 이면 도로 골목으로 입점할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산의 리미트도 본인이 미리 설정하고 미팅에 임하길 바란다.


저 아니었으면 이 금액 못 맞췄어요!


2. 자문료 외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창업 컨설턴트의 수익은 매장 양도양수, 즉 권리금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가장 극대화된다. 일정 수준의 자문료 (자문료로 200~300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를 제외하더라도 권리금이 붙는 계약에서 권리금 조정의 대가로 성공 보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합당한 노력에 적당선의 보수를 지급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간혹 비양심적인 컨설턴트는 양도-양수자의 직접적인 연락을 차단하고 말을 꾸며 내기도 한다.

 가령 내가 1000만 원의 권리금으로 거래된 매장의 현 임차인이라면, A 컨설턴트는 처음 제시된 권리금 제안액이 900만 원이었으나 본인의 협상으로 1000만 원짜리 계약을 만들었으니 추가 성공 보수를 요구한다. 역으로 그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현 임차인이 원하는 금액은 1100만 원이었으나 100만 원의 인하를 이루었다고 보고하고 인하에 대한 성공 보수를 요구한다.

 소수의 사례에 불과하겠지만 실제로 발생되는 일이다. 몇몇 비양심 중고차 딜러가 중고차 시장의 이미지를 흐리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왜 창업 컨설턴트들을 통한 창업이 <치킨 - 피자 - 카페 - 주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까
프랜차이즈와 공생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현재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 중이다.

3. 창업 컨설턴트와 프랜차이즈 업체는 공생 관계이다.


 왜 창업 컨설턴트들을 통한 창업이 <치킨 - 피자 - 카페 - 주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까? 그들이 이 프랜차이즈들과 공생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 확률을 보장하는 유명 프랜차이즈는 거액의 투자금이 움직일 합리적인 이유가 되어준다. 대체로 프랜차이즈들은 본사 직영의 가맹본부를 운영하면서도 각 창업 회사와 연계를 하고 있다. 신생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직접 가맹 시스템을 꾸리기 어렵기 때문에 창업회사에 영업을 위탁하기도 한다.  

창업 컨설턴트는 상권과 업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예산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프랜차이즈를 구비하고 제안해준다. 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제안하는 경우도 있으니 옥석을 가리는 판단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만약 당신이 예산이 적고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없으며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매장에 대한 밑그림이 있다면 창업 컨설턴트보단 브랜드 컨설팅 업체를 찾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미지 - the lime design



4. 컨설턴트의 직급에 현혹되지 말라

 

 창업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다수의 창업회사는 팀 단위로 월 매출을 평가받고 인센티브를 나눠 가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매출 즉, 계약이 발생되려면 총알인 매물이 필요하니 팀의 막 나는 온갖 매장에 "권리금 두둑이 받아들일 테니 가게 내놓을 생각 없으세요?"라는 전화를 돌려댄다.


 회사에서도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목적으로 과장, 팀장 직급이 적힌 명함을 마구 뿌려댄다. 아무래도 날 상담해주는 직원이 신입사원보다는 과장이라면 조금이라도 믿음이 생기겠지.

 따라서 당신이 만약 창업 컨설턴트와 미팅을 가진다면, 그의 직급을 너무 믿지 마라. 짧은 경력을 속여 컨설팅의 평가에 가산점을 받고자 하는 위장술일 확률도 높다.

 부동산 중개업자나 창업 컨설턴트는 예비 창업자에게 좋은 조언자가 되어주기도, 무지한 창업자의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좋은 안내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본인이 창업하려는 카테고리의 기초 지식이 필수적이고, 창업 지역과 예산, 기간 등을 스스로 잘 정리하고 상담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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