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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I Jul 24. 2019

성실한 알바 하나 열 사장 안 부럽다.

 <나도 그럴싸한 사장이 되고 싶다>

- ch9. 성실한 알바 하나 열 사장 안 부럽다.


 예비 창업자분들은 통상 평가를 받는 입장이 익숙하지 누군가를 평가하고 채용하는 일의 경험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2012년 말 첫 사업을 준비하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아르바이트를 뽑는다고 가정하면 나의 경험에 의하면 3할의 확률로 그는 면접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1할의 확률로 첫 출근일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며, 2할의 확률로 첫 출근 다음날 연락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1달을 충실하게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은 업무 능력을 차지하고라도 상위 30~40%는 정도의 성실함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6개월 전 Brunch에 아르바이트와 관련되는 글을 쓰고 있던 그 시점에도 한 면접 예정자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첫 출근이 예정되었던 직원은 가당치도 않은 이유로 출근을 취소했다.


 직원 구인을 주제로 예비 창업자에게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불성실을 먼저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는 당신이 면접시간에 마주한 그 구직자가 앞서 말한 것처럼 최소한의 성실함은 갖추었고, 역으로 창업자 여러분이 생존의 명운을 걸고 고민하는 매장이 아르바이트 학생에게는 한낱 용돈 벌이의 수단 정도 일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서이다.


 속칭 ‘헬조선’에는 악덕 사장을 다룬 기사가 참으로 많다. 그러나 내 본 대다수의 자영업 사장님들은 한없이 ‘갑’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인건비 한 푼을 아끼기 위해 직원 두세 명 몫을 해내고, 자기 멋대로 업무 시간을 조정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쩔쩔매는 ‘을’ 사장님들이 수없이 많았다.


 성실하고 주체적이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며 거짓말하지 않고 근로 계약 항목을 잘 지키고 출퇴근을 칼 같이 준수하면서 근태가 매우 성실한 사람.

 모든 사장님들이 동화 속에 존재할 이런 직원을 구인하고 싶어 한다.


‘추노했다’ 라는 신조어가 있다. 아르바이트가 힘들어서 몰래 도망쳤다는 뜻이다.


그런 멋진 직원,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1.     경력 많고 성실한 직원은 초보 사장님의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그들은 작게는 손님들의 클레임이나, 예약 응대부터 크게는 매장의 시스템까지 조언해줄 수 있는 베테랑들이다. 그런 베테랑 직원들을 구인하기 위해 인정에 호소하는 것은 일회성 방법에 불과하다. 언제나 훌륭한 능력과 퍼포먼스에는 합당한 금전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요식업계의 직원 급여는 같은 직급에서 월 10~30만 원  / 휴무 1~2회 싸움이다. 매장을 책임질 수 있는 베테랑 직원들을 구인하고 싶다면 충분한 급여 보상을 먼저 내세우는 것이 좋다.



2.     사장님부터 선의의 마음으로 구인과 직원 운영에 임해야 한다.


 최근 직원들의 주휴 수당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근로 기준법의 <주휴 수당은 개근한 직원에게 지급>이라는 항목을 빌미로 처음부터 직원이 개근할 수 없는 시간대로 업무를 편성하라고 조언하는 어떤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17년도부터 시작된 최저시급 이슈가 2019년에까지 이르러 현재 필자가 운영하는 매장의 인건비도 연일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저런 방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절대 옳지 않고 택해서도 안 된다.


 우리의 직원들은 나의 또 하나의 고객이다. 직원들 중 특히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매장이 위치한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매장의 평판은 반드시 입에 입을 타고 다닌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편법을 저지를 때 매장 밖에서 그들은 우리 매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내가 현재 운영 중인 이자카야는 우리 직원이 식사하면 20% 할인을 해준다. 직원의 지인이 오며 그 직원의 이름을 달고 서비스를 넣어준다. 직원에게 ‘나를 인정해주는 내 매장’이라는 짧은 명제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예비 창업자 여러분이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직원에게 주휴수당을 주면 인건비 과다로 폐업할 같은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당장 그 창업 계획은 접길 바란다.  


 두 매장에서 20명이 넘는 직원을 운영하며 최저 시급 이슈에 대해 적고 싶은 내용도 많다. 그러나 내 의견이 어찌 되었든 자영업자 개인이 이 룰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룰 안에서 선의의 마음으로 구인과 직원 운영을 하시길 권유한다. 매장의 평판과 인정이 고객으로 돌아올 것이다.


3.     개인적으로 몇 년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르바이트와 직장 구직자들과 연락과 면접을 진행한 결과 여간 해선 채용하지 않는 리스트가 있다. 개인적인 리스트이나, 구인에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정리해본다. 단, 아래의 리스트로 구인의 편견을 가지고 임하지는 않으시길 바란다.


<<여간해선 절대 채용할 수 없는 리스트>>

ㄱ)  야간 주류 판매 매장에서 미성년 중고등학생은 절대 불가.

ㄴ)  모바일이나 PC 게임, 스포츠 토토 등에 심취하는 분.  

ㄷ)  출퇴근 거리가 1시간 30분 이상이신 분.

ㄹ)  면접시간이나 날짜를 계속해서 바꾸시는 분.

ㅁ)  여러 명의 친구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분.

ㅂ)  이력서나 면접에 최소한의 성의도 없으신 분.

ㅅ)  특별한 이유 없이 첫 출근 일자는 2~3주 이상 뒤로 요청하시는 분.

ㅇ)  비속어를 자주 사용하거나 이성을 비하, 차등해서 판단하시는 분.



 인사관리에 관련한 서적과 이론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자영업 사장에게는 동료가 없다는 점이 일반 회사원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누구와도 결정과 책임을 나눌 수 없는 고독한 봉우리 위에 고립되어 있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생각을 나누던 직장 동료들이 자영업 사장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옆 매장 사장님은 본인 매장의 사정에 바쁘고 직원부터 납품 업체 세무사무실 등도 모두 금전 관계에 얽힌 비즈니스 파트너이다. 사장님 혼자 서적과 이론의 거대한 담론을 실행 적용해보기에 아직 우리 작은 매장들의 매일은 너무나 치열하고 바쁘다.


 그럼에도 사장이 365일 24시간 매장에 상주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나를 대신해 순간의 결정을 내리고 매장의 얼굴이 되며 우리 가게의 이미지를 만들어갈 사람들이 필요하다. 직원들은 함께 매장을 구성하는 근간이 되고 손님들 눈에 가장 자주 보일 우리 매장의 대표 상품이 된다.


 바로 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좋은 직원들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멋진 인사 관리 이론 이전에 선의의 경영을 바탕에 깔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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