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예술을 가장 중세답게 느낄 수 있는 미술관
맨하탄 윗동네의 상징 할렘, 그 할렘보다 더 윗동네의 한 공원(Fort Tryon Park)에 중세 수도원의 모습을 한 미술관이 있다. 바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중세 분관이자 약 5,000점의 12 ~15세기 중세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클로이스터스(The Cloisters)이다. 1938년도에 설립된 본 미술관은 조각가 조지 버나드(1863 ~ 1938년)에 의해 수집된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의 중세 수도원 건축물 조각과 예술품들을 재조립, 재창조하여 건축된 미술관이다. 클로이스터 뮤지엄의 각 방들은 중세 시대별로 인테리어 되었으며 시대별 예술품이 그 시대의 환경에 맞게 배치되어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채광이 잘되는 방에서는 그에 맞는 화려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아주었고, 또 다른 방에서는 어두운 조명 아래 은은한 작품들이 중세의 신비감을 자아낸다. 중세 아치 형태의 창, 벽난로, 기둥, 계단 등은 그러한 느낌을 배가 시킨다. 한 조각가의 열정에서 수집된 중세 유럽의 건축물 조각과 작품들은 신대륙의 상징인 꿈의 나라 미국 맨하탄에서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예술 작품을 구경하며 중간에 나타난 회랑과 정원이 있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클로이스터(Cloister)란 사전적으로 성당, 수도원 등의 지붕에 덮인 회랑을 이야기한다.
이 곳에도 곳곳에 회랑과 정원이 있어 작품들을 구경하면서도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또, 그 쉼을 통하여 각 위치별로 나뉘어진 시대별 예술 작품들을 그에 맞는 내부환경과 함께 구분하여 관람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회랑과 정원에 있는 식물과 꽃, 나무 등은 그 전시되어있는 작품 안에 있는 식물, 꽃, 나무들을 시대에 맞게 재배되어 전시, 관리되어서 그 당시 시대를 십분 반영한 환경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모습에서 미국인들의 전문성과 원본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그래서인지 회랑을 걷다보면 당장이라도 복도를 따라 수도승들이 걸어다닐 것만 같았고, 실내에 있는 무덤가에서는 검을 든 기사가 도열을 하며 서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한쪽의 두꺼운 문을 여니 허드슨 강변이 나왔고, 건너편 뉴저지주 절벽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광경이 절경이었다. 예술작품과 작품, 중세 시대와 시대 사이에 허드슨 강변, 뉴저지 주의 절벽을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후 연인들이 들어와 허드슨 강변을 보기 위해 난간으로 향하여 나는 몰래 뒷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후 자리를 비켜주었다.
다시 실내로 들어와 향한 곳은 중세시대의 모습을 복원한 채플이었다. 가만히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면 중세의 환경이 나를 감싸고 돈다. 이 미술관이 특별한 것은 중세 작품을 그 시대에 맞게 느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회랑과 정원, 허드슨 강변의 절경, 채플 등을 통하여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현대식으로 잘 짜여진 미술관과 구분되어지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도시이자 각양각색의 민족이 모여사는 메가시티 뉴욕 맨하탄에 가장 고풍스러운 클로이스터스가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우리를 더욱 고귀하게 만들어준다. 유럽 여러 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그 당시 중세의 시대상과 환경에 맞게 적용한 미술관은 보지 못했다. 물론, 유럽 대부분의 도시들은 그냥 집 앞을 나가면 주변 자체가 작품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겠지만 전혀 생소한 신대륙의 메가시티에 중세의 모습을 복원하고자 노력한 미국의 전문성과 노력에 감탄이 나온다.
역사가 짧은 미국에 가장 중세다운 미술관이 만들어졌다. 어쩌면 그것은 짧은 역사에 대한 열등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단지 그들이 예술과 역사에 대해 귀중히 여기는 마음과 미국의 자본으로 투자된 것 일수도 있고, 어쩌면 단지 그들의 성격 자체가 치밀하고 완벽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장 중세다운 미술관이 역사가 짧은 미국의 뉴욕 맨하탄에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들이 예술에 대해 얼마나 숭고하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 대변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