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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Apr 23. 2018

침묵의 축복 (2) 결코 느린게 아니야.

교회친구 H와 양갈비를 굽고 있다. 평소에 우리는 종종 만나 양꼬치를 먹었지만 H가 오늘은 갑작스럽게 비싼 양갈비를 시키는 모습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얼마 전 회사에 있던 프로모션 면접에서 합격하여 승격하게 된 것이라 한 턱 쏘겠다고 한다.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양갈비 앞에서 오랜 친구와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 사업의 어려움, 이사, 장모님의 결혼반대, 미군부대 취직, 수리산 아래 신혼집 마련, 고생 끝에 태어나게 된 아기, 사당을 거쳐 상도동의 집 마련 그리고 지금의 승격까지 그 동안의 어려웠던 일들을 우린 함께 회상하였다. H는 그 어려웠던 시기들을 거쳐서 이제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미군부대 상급 매니저가 되었고 서울에 집마련도 하였으며 장인어른 부부를 여행 보내드릴 정도로 건실하게 자랐다. 그러면서 가족과 처가 집에 인정을 받았다. 아니, 결혼을 반대했던 처가 집에서 볼 때 가장 듬직한 사위가 된 것이다.     


“하나님께 저는 왜 이래야 되죠? 왜 쉽게 갈 수 없는 거죠? 하나님! 제 스타일은 먼 곳까지 청사진을 보며 시원시원하게 나가는 것인데, 왜 한방에 터뜨려주시지 않는 것이죠? 라고 생각했는데, 한걸음씩 한걸음씩 내디뎠던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니 빠르게 왔었던 것이더라구. 결코 느린게 아니었어.”     


바로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H를 보며, 오늘 오후에 있었던 QT학교 말씀이 생각났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 119:105)     


내 발의 등이라는 말씀. 한걸음 한걸음을 보여주시고 그 길들을 조금씩 나갔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비전을 이루어주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분만을 의지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분의 비전을 받아드릴 수 있을 때 성취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인도하고 계신다. 다만 우리가 그 것을 못 느낄 뿐이다. 하지만 모든 때가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우리가 주님의 그늘아래 있었다는 것을.     


지난날의 고백을 듣는 시원한 봄날의 저녁이었다.     


H를 생각하면 창의적 파괴력이란 말이 가장 어울리는 친구이다. 약간 까칠한 성격이지만 항상 발전적인 것을 찾고 성취하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준 친구였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에 작성하여 일일조회 수 15만명을 기록했던 글 ‘하와이로 신혼여행 추천하지 않는 이유 1, 2’의 아이디어를 준 친구이기도 하다. 항상 만족함이 없었기에 더 발전적이고 개선적인 것들을 바라보았고 그러한 것들이 아이디어로 바로 적용되는 친구이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참 많다.    


“H야. 이제 우리인생에 1막을 완성했고 2막이 열리고 있어.   

 지금부터는 하나님께 받은 것들을 갚아드려야 될 때인 것 같아.”     


오늘도 깨달음을 준 H의 삶과 신앙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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