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인기 Jun 24. 2020

이공계 직무로 전환하는 인문계 졸업생들

이번 주에만 두 사람 정도와 면담을 하였다. 바로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이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여 엔지니어로 업무 분야를 조정한 사회초년생들이다.      


인문/사회계열의 취업이 정말 쉽지 않다. 기업이 불경기를 예상하며 채용인원을 줄였는데,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채용 문턱을 더 높였다. 일부 대기업은 상반기 공채에서 인문/사회계열 직무에 대한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영업/마케팅, 인사, 경영지원 직무는 이제 스타트업 인턴조차도 공채와 비슷하게 경쟁률이 치열해졌다. 이에 반하여 이공계 졸업생은 그 능력에 따라 비교적 수월하게 취업할 수 있다.      


지난주에 찾아온 교육생 중 일부는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였지만 중간에 엔지니어로 직무를 전환했거나 연구/개발직으로의 직무전환을 고민 중인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은 자신의 전공인 인문/사회계로의 취업을 중단하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전혀 다른 분야인 S/W 엔지니어로 취업을 하였다. 꼼꼼하면서도 항상 개선점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펼치기 바라는 성격 특성상 부서 내에서 업무를 비교적 훌륭하게 처리하였으며 상사들에게도 인정을 받아 얼마 전 조금 더 큰 중견급 회사로 이직을 하였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스타트업에 경영지원으로 취업하였지만 스타트업 특성상 인력부족으로 인해 채용부터 영업/마케팅, SNS 마케팅,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업무를 지속할수록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 시점에서 나에게 찾아왔다. 파이썬(프로그래밍 언어)을 배워 이공계 분야로 직무와 커리어를 옮기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경영지원으로 커리어를 계속하는 것이 좋을지를 문의하였다.      


항상 답을 구하지만 명확한 답을 줄 수는 없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선택의 장단점과 위기/기회요인, 가능성에 관하여서만 답변해 줄 수 있을 뿐이다.(단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미 취업한 기업 내에서 직무 순환을 통하여 분야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직 취업하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을 위해 본인의 전공과 무관한 직무로의 지원을 선택한다면 해당 분야에 경력이 없는 것이기에 자신의 학력/이력 사항보다 낮은 학력/이력의 지원자들과 비슷한 대우[급여, 직급 등]를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본인에게 그 직무가 맞다면 그것도 답일 것이다.)  

   


단지, 내가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자신에 대해 통찰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13년전 나는 경영학과 학생으로서 마케팅, 인사, 재무 등 대부분의 과목은 모두 그럭저럭 수행하였는데, 단 한 과목 경영정보시스템은 너무 힘들어 했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익혀야 했고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익숙했던 인문/사회계열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 능력이 없는 내 입장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대단한 선물을 부여받은 것이다. (인문/사회계열 중 파이썬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거기에 더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개선하고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라면 관리직무보다는 연구/개발직군에 더 어울릴 수 있다.      


항상 인생의 전환점에서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이공계 엔지니어로의 전환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번 시기가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회였으면 좋겠다. 어쩌면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 때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방향을 설정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지금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것조차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되었다면 언제든 늦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해가 빠르나 늦으나는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시간에도 인문/사회계에서 이공계로의 직무 전환을 고려하는 모든 교육생들이 조금 빠르고 늦고를 떠나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맞는 직무를 찾고 선택한 분야에서의 길이 보다 수월하게 열리길 소망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