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인기 Jul 27. 2020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북유럽 (상)

나는 대한민국 대표 대기업을 그만두고 여행길에 올랐다. 약 9년, 과장의 커리어로 회사를 그만두었기에 시원섭섭하였지만 그래도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기에 발걸음과 가고자 하는 방향은 명확했다.      


여행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지쳐있는 상태였기에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의 북유럽 4개국을 선택하였다.      


둘째, 그래도 내가 제조 대기업 과장 출신이었기에 제조업이 발달한 선진국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독일을 선택하였다.      


모두 합쳐 약 10개월간 돌아본 후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니 주변 지인들께서 물으셨다. 그렇게 많이 다녀보고 지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는데, 과연 그 나라들은 어떤지...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세상에 천국은 없구나’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한국이 제일 살기 좋다고 생각되었다.      


지금 많은 정치인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북유럽을 동경하고 비슷한 제도를 한국에 적용시키려 하고 있고 젊은이들도 이에 호응한다. 무조건적 동경은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기에 현지에서 느낀 북유럽의 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 시작 전, 이는 개인이 겪고 경험한 사견일 뿐임을 밝힌다.     

           


의료

의료는 상당히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만에 완쾌되는 질병이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에서는 몇 개월째 의사를 만나지 못해 점점 심해져 만성질환이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된다.  

    

나에게 해외에 거주하시는 친척분들이 많으시고 내가 유학이나 이민을 가면 soft landing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분들도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국에 남도록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의료였다.  

    

먼저,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은 NHS(National Healthcare Service)라는 취지하에 국가에서 의료를 보장해준다. 무상의료인 것이다. 북유럽, 독일,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이 사회보장, 의료보장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이에 따른 장점도 있지만 단점은 명확했다.      


의사가 국가의 관리하에 활동을 하다보니 서비스가 공무원과 비슷하였고 그저 그날 정해진 인원의 환자들만 돌볼 뿐 더 이상의 환자를 돌보거나 최신식 의료기술에 대한 연구 등도 없었다.      


일례로 여든이 넘으신 큰고모께서 무릎이 불편하여 병원에 갔는데, 걸어오신 것을 보고 병원에서는 3주 후로 진료예약을 잡았다. 얼마전 핀란드에서 돌아오신 한인분께도 핀란드의 의료 상황을 물어보니 국가가 관리하는 병원은 우리나라 보건소보다 조금 못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큰고모가 한국에서 치료받으셨으면 바로 치료되셨을 텐데 고모는 지금도 무릎으로 고생하고 계시다.      



그들이 지향하는 자연치유  

이것에 대하여 노르웨이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기준은 명확했다. 바로 “자연치유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빠르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이 유럽에서는 언제, 어떻게 나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뭐 TV 프로그램에서도 스포츠 스타가 이야기했지만 유럽/북유럽의 의료기관은 자연치유를 권장하며 긴급하거나 치명적 증상이 아닌 경우 진료를 급하게 하지 않는다. 다만, 내상의 경우 쉽게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3~4개월 후 진료를 하게 된다면 이미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도 배제하지 못한다.   

   

2020년 코로나 19로 세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에 스웨덴은 자율적 거리두기를 권장하며 집단 면역 전략을 실행했다. 즉,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코로나19에 노출이 되고 또 자연적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 개월만에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일례로 면역체계가 약한 다수의 노인 사망자를 만들게 되었다. 정부의 우매한 정책으로 노인들이 희생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자연적 거리두기 전략을 지속 실행 중에 있다. 한국이었으면 어떻게 해서든 치료되었다.     

 

또한, 의료가 국가에서 무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의사들은 성과도 성취감도 느끼기 힘들다. 그러므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의사들은(일반적으로 백인) 돈을 잘 벌 수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며 유럽의 지방일수록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에서 건너온 의사들이 많고 장비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성과와 성취감이 없는 직업의 폐해를 보여준다.      


반면 유럽과는 정반대로 풍족한 물자와 소비재가 있어 비슷한 경제적 수준이라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미국도 의료의 허점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국가 의료보장제도가 발달하지 않아 개인이 의료보험을 신청해야하는데, 의료보험의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보장이 되더라도 한국만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는 쉽지 않다. 민영화된 의료기관의 의사들은 천문학적인 수입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거주하시는 한인분들이 비싼 비행기 티켓 값을 지불하더라도 한국으로 들어와 치료받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의료강국 한국  

명확하다. 한국 사람들은 성격상 무엇이든 대충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세밀하고 정밀한 작업을 잘한다. 그리고 환자들은 병원들을 비교해가며 시설과 서비스에 관하여 상당히 민감하다. 이러한 특성이 모여 한국에서 실력있는 의사를 양성하였고 최첨단 설비를 확충하게 되었다.

     

또한, 의료수가가 비교적 낮은 편이고 이에 반하여 국가 의료보험도 발달하였다. 모든 것을 다 지원해주지는 않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대부분을 커버한다. 그렇다고 의사가 못사는 것도 아니다. 의사의 급여도 비교적 높아 해마다 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의대를 지원한다.    

  

즉, 국가의 보장, 저렴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는 환자, 우수한 실력과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 비교적 높은 급여를 받는 의사의 삼박자가 모두 갖추어졌다. 이러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정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또 다른 의료보장제도가 있다.)      


이제까지 유럽, 특히 북유럽 의료의 실상을 살펴보았는데, 앞으로 의료 외에 몇 가지 기준들을 더 살펴보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