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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Jul 02. 2020

나에게도 존재하는 차별의 그림자

6년전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빌트인 영업관리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확인차 해운대를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 현장은 오피스텔이었고 건축공정으로는 거의 막바지로, 입주자 점검을 1개월 남겨놓은 상태였다. 현장에 도착하니 빌트인 기사분들께서 한창 설치를 하고 계셨다. 납품된 물건의 대수, 향후의 납품일정, 현장담당자 미팅까지 모두 마친후 점심시간이 되어서 기사분들과 함께 해운대 바닷가 앞에 있는 조용한 밥집에서 식사를 하였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설치기사 십여분들과 함께 여러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설치기사분들 노고도 풀어드릴 겸 음료수라도 뽑아서 해운대 바닷가 앞에 잠깐 앉아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드렸는데, 그분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예전에 해운대 바닷가에서 쉬려고 했는데, 입주민들과 호텔 측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현장으로 돌아와서 쉬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파란 작업복에 헬멧, 공구가 걸려있는 엑스반도... 누가 보기에도 깨끗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운대라는 것은 사유지도 아니고 관광객들만의 장소도 아니지 않은가?!      


어디서 그랬는지 이야기를 듣고 따져도 보고 싶었지만 그때 나는 회사의 조직원으로 속해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그러한 행동이 회사에 대한 반감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제하고 그분들과 함께 현장으로 복귀하였다.       

    



얼마 전 교육생과의 코칭을 앞두고 삼성역 코엑스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식사를 하였다.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카운터 앞쪽에 있는 자리에 앉아 먹고 있었는데,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근로자 아저씨가 들어왔다. 하얀색 헬멧, 회색 콘크리트로 범벅이 된 자켓과 신발. 테이크 아웃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보기에도 깨끗한 모습은 아니었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순간 6년전 해운대 현장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에게도 동일한 마음이 존재하는구나. 정도는 다르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50보 100보였다.      


어쩌면 해운대에서의 설치 기사분들이 내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나는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라는 공적인 공간과 햄버거 가게라는 공간적인 차이를 떠나서 나와 내 주위 사람이 차별을 당하면 매우 못 마땅해하면서도 나 자신은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우리나라 성장의 근간을 이루시는,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은 그 누구보다 존대받아야 마땅하다.”    

  

말은 쉽게 하지만 잠시나마 나에게 들었던 생각 속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내 마음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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