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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Oct 29. 2020

가을 강원도 여행

가을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열어보니 마치 알프스에 온 것과 같이 산과 나무, 산장이 조화를 이루었다.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에 발이 묶인 상태이기에 아쉬운 대로 강원도 여행을 왔다. 그동안 국내는 잘 돌아보지 않았기에 대한민국의 관광지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났는데 산책도 할 겸 리조트를 돌아보았다.

평일의 가을날, 여행 비수기이기 때문인지 사람들 없이 한적했고 조금씩 붉은빛을 띠기 시작한 산과 나뭇잎들이 산장처럼 생긴 숙소와 조화를 이루어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콧속 깊이 들어오는 산 공기도 상쾌했다. 지금 서울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텐데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 한적함만이 가득하다. 맑은 공기와 가을 자연의 여유로움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첫 여행지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첫 여행지는 대관령 양떼목장.

먼저 목장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산 정상까지 올랐다. 새파란 하늘과 초록색 잔디, 그 사이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산을 따라 일직선으로 늘어선 풍차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계속 걸어 내려오면서 만난 양떼. 토실토실 뭉게뭉게 구름은 파란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초록 잔디밭에도 구름은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귀엽고 온순하게만 느껴졌다. 나도 양띠인데...  

한 시간 정도를 내려왔을까? 숲길이 시작되었고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내리막길을, 자연과 가을이 만들어준 화려한 커튼 한가운데를 통과하며 걸었다. 가을의 강원도 대관령은 그 속에 묻혀서 걷기에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애초에 계획했던 시간보다 훨씬 지났지만 이곳을 느긋하게 걷는 것이 너무 좋아 이후의 일정은 모두 내려놓아도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숲길을 지나 다시 시작된 목장과 초야에서 누렇게 익은 갈대와 숲이 가을을 뽐내고 있었다. 도심보다는 조금 일찍 시작한 듯한 가을날. 강원도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대한민국 가을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토실토실 뭉게뭉게 양떼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매년 본다는 듯한 무관심으로 풀을 뜯고 있었다.           




이제 경포해변으로 이동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초등학생일 때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 이후 처음이었다. 어쩌면 그 이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따뜻한 여름이었지만 지금은 가을. 가을 동해 바다의 매력은 파란 하늘과 검게 보이는 바다, 시원한 바람, 그 바람과 함께 우렁차게 나에게로 향하는 파도에 있는 것 같다. 방금 전 양떼 위에 있던 구름은 토실토실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가을 바다 위의 구름은 저녁을 알리고 있는지 어둡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같은 하루, 같은 강원도 하늘 아래 있지만 이렇게도 다르다니 자연은 짧은 시간 동안 너무도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놀랍기만 했다.      

가을의 바다가 비수기이기 때문인지 사람도 별로 없어 차분한 마음으로 영원할 것 같아 보이는 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 나에게 닿을 것만 같은 우렁찬 파도는 통쾌하다 못해 후련하게 느껴진다. 도시에서 느낀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들을 씻어내고 리셋...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다.      

경포해변의 또 다른 매력은 바다와 호수가 앞뒤로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렁차게 움직이는 파도를 품은 차가워 보이는 바다 바로 뒤편으로 잔잔하게 펼쳐진 호수가 대조적으로 보인다. 한편은 역동적이고 한편은 평화로워 보이는 두 가지 모습을 함께 품었다.        

    

이제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자 강문해변 앞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창밖으로 펼쳐진, 나의 눈높이보다 높아 보이는 바다 수평선. 그 수평선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나는 관찰하고 있다. 창가에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시는 아주머니 두 분이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고와 보인다. 그리고 행복해 보인다. 곱게 늙는 것 그리고 그때 마음에 맞는 한두 명의 친구는 거창하진 않지만 진정한 축복처럼 느껴진다. 부디 지금의 친구들과도 저렇게 아름다운 관계로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길. 하늘의 구름이 갖가지 모습을 뽐낸다. 때론 시원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잔잔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그림처럼 특이해 보이는 구름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더욱 재미있게 해주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밝은 날 본 무지개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처럼 조금만 더 달리면 손에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아 신기했다.      


“여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구나.”     


잔잔하지만 강렬했던

그날 본 하늘, 구름, 바람, 산, 바다, 양떼, 풍차... 가을 자연의 모습이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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