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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Nov 22. 2020

춘천 소양강댐 - 구름의 파노라마

예기치 못한 감사

오후 두 시 서울.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조금 멀지만 그래도 춘천을 향해 차를 달렸다. 창밖에는 비까지 내리고 있다. 나 자신이 조금 흐린 날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출발하기로 결정했지만 객관적으로 한 사람이 당일치기로 여행을 간다고 하기엔 최악의 시간대에, 최악의 날씨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비 오는 날씨의 산에 낀 구름도 수묵화 같으리라.’      


생각하며 기꺼이 차를 달리고 있다.      


서울을 벗어난 지 십 여분이 지나자 빌딩 숲은 온데간데없고 주변은 산과 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조금만 벗어나도 이러한 풍경이 나오는구나.”      


어쩌면 집에서 십 여분만 차를 달려 나오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을 너무나도 새롭게 느끼며 그렇게 나는 강원도를 향하여 간다.      


한 시간반을 달리자 어렵지 않게 소양강댐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차를 주차하자 감사하게도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



비가 그친 바로 다음이어서 그런지 소양호를 둘러싼 산 위로 뭉게구름이 떠 있는 데, 그 모습이 절경이었다. 그저 비구름을 품은 하늘과 자연을 보고 싶어 온 것이었지만 날씨도 나를 축복하는지 비를 그치고 뭉게구름의 장관을 선사해 주었다.      


늦가을의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인지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하지만 바람도, 지금의 풍경도 모두 도시에서 온 나의 조급한 마음과 분주한 생각을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저편으로 날려버리고 있었다. 마음이 뻥~뚫리는 기분이었다.      


‘이래서 강원도에 오는구나.’      


걷다 보니 어느덧 댐 위에 다다랐다. 그리고 마치 구름 가운데를 산책하듯 뭉게구름이 내 머리 위를 감쌌다. 발아래는 소양호의 물이, 내 뒤로는 산이, 머리 바로 위로는 구름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비가 오는 날이었기에 사람들 없이 한적한 이곳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댐 위에서 아래 소양강을 바라본다. 강줄기가 길어 보인다. 이 강은 돌고 돌아 한강으로 이어지고 나의 집까지 닿을 것이다. 강을 따라 산과 구름이 펼쳐진다. 세찬 바람에 구름이 빠르게 이동한다. 그리고 구름이 이동하던 중 한 줄기의 빛이 새어 나온다. 날이 저물어갈 무렵이기 때문에 산과 구름, 호수, 강 모두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는데, 한 줄기의 빛이 뚜렷하게 비춘다. 구름이 또 한 번 나를 축복해 주는지 그 빛이 내 발밑을 향하고 있다. 그렇게 자연은 나에게 너무 멋진 선물을 주고 있었다.           

    


늦가을 강원도의 해는 길지 않아 보인다. 5시가 조금 안 되었는데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노랗기만 했던 빛이 진한 주홍빛을 띠며 호수 건너편 산을 비춘다. 산도, 산 위의 정자도, 호수도, 하늘의 구름도 그리고 하늘마저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주황색의 강렬한 빛이 산을 비추었다. 마치 무채색의 세상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곳에만 색깔로 물들인 것처럼 보였다. 온기를 내려주는 듯했다.          

                     


이제 날은 완전히 어두워지고 다시 차를 몰고 집으로 간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한번 찍듯 빨리 보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어두운 밤길 천천히 차를 운전한다. 지금 나에겐 자연과 날씨가 함께 만들어낸 파노라마에 감사함이 충만하고 밝은 마음뿐이다. 이래서 자연으로의 노출이 필요한가 보다. 이 좋은 기분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더욱 천천히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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