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 어느 날, 노르웨이에서 목적 없이 어딘가를하염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연이라는단어는 스위스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회색의 암석과 산 위의 만년설들, 크고 끝이 없어 보이는 피오르드를보면, 노르웨이는 거대한 ‘야생’이라는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내 ‘야생’이라는 단어도 지워봅니다. 무엇보다도 저에게 노르웨이는 신비의 땅이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겐 북유럽 선진국으로서 룩셈부르크, 스위스와 함께일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이 나라는 지구의 북쪽 끝에 있는 마지막 미지의 땅과 같습니다.
여기 이 돌들은 과연 누가 쌓아놓고 간 것 일까요?
혹시 트롤이 우리가 오기 전에 몰래 쌓아놓고 도망간 것은 아닐까요?
신비한 기운이 우리의 몸을 감싸기 이전, 트롤이 나타나서 장난치고 도망간 것 같습니다.
넓은 샘과 이끼, 회색의 돌무더기들 가운데 비밀의 숲이 펼쳐집니다.
밤 사이에 트롤은 뚝딱뚝딱 의자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만약, 내가 앉았다가 미끌어지기라도 하면 갑자기 나타나 얄궂게 비웃고 도망갈 것 입니다.
밤사이 차가운 공기에 요정이 입김을 불어넣어 온기로써 꽃을 되살립니다.
뒤에 있는 용의 눈이 꽃을 바라봅니다.
요정이 손으로 짚은 자리엔 이끼들이 피기 시작합니다.
요정의 빛은 추운 북쪽 나라 공기도 온화하게 만드는 가 봅니다.
여기 누군가는 산속의 요정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안전 장비도, 보호대도 없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만약 다치기라도 한다면, 저 산 너머 살고 있는 요정이 날아와서 치유해줄 테니까요.
인적이 드물어진 이 길 뒷 편에는 과연 누가 숨어있을까요?
이 길은 혹시 나에게만 특별히 보여지는 것은 아닐까요?
누구든지 이곳에서 혼자가 된다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뒷 모습의 노부부도 트롤의 흔적을 찾나 봅니다.
이 암반 위의 바위는 누가 올려놓고 간 것 일까요?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요?
날이 어두워지고 사람들이 없어지면 바위들이 '송!송?송~'
일어나 트롤로 변하여 돌무더기를 쌓기 시작할 것입니다.
요정이 마법을 부려 우리 눈을 현혹하여,
알록달록한 산과 풀이 물과 함께 대칭을 이룹니다.
다 부질없는 것이라고~
산도, 숲도 물로써 대칭을 이루면서 동일하게 보인다는 진리를 요.
그런가 보면 행복은 현실의 기쁨을 얼마나 나 자신이 우리 마음 속에 투영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바다가 노래를 부르며, 잠자고 있는 암석을 깨웁니다.
피오르드 꼭대기의 암석은 지금이라도 갑자기 일어나 숲과 이끼의 망토를 두르고 바다로 걸어갈 것 같습니다.
지구 반대편 북쪽 땅 노르웨이는 줄 곳 머나먼 미지의 세계, 신비한 기운을 느끼게 해 줍니다.
오늘도 바위 위로 이끼가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