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발병한지도 일 년 반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미 서너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을 텐데 지난 2년간 자리만 지키게 되었네요. 그래서 여행을 갈 수 없기에 세상을 제방에 담기로 했습니다. 바로 레고로 말이죠.
1. 런던
하이테크 빌딩 숲 바로 뒷골목에 클래식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브릭 맨션들이 공존하는 런던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거실의 한쪽을 런던으로 꾸몄습니다. 여기 한 털복숭이 아저씨가 해리(해리포터)를 데리고 다이애건 앨리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런던을 한 번만이라도 다녀온 사람들은 이 거리가 바로 전형적인 런던의 뒷골목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골목의 끝에는 북샵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겨준 영화 노팅힐을 생각하며 북샵을 세팅하였는데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런던 하면 빨간색 이층 버스와 찰스 디킨스 뮤지엄도 빼놓을 수 없겠죠. 어쩌면 우리가 지금 보는 해리 포터와 같은 판타지의 시작점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일 수도 있겠네요. 모든 길은 클래식으로 통하니까요. 그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나타내어 주는 도시가 바로 런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밤이 되면 다이애건 앨리는 빛을 발합니다. 코로나19로 격리된 시기에 누군가에겐 이 작은 빛이 소소한 감동이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레고 : 75978, 10270, 40410, 40220]
2. 파리
파리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세상에 파리만큼 우아하고 낭만적인 곳이 있을까요? 젊은 남녀가 파리의 레스토랑 노천에 앉아있습니다. 남자는 프러포즈를 하는군요.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와 에스까르고(달팽이 요리)를 시킵니다. 오늘 같은 날은 아무리 지갑을 열어도 돈이 아깝지 않겠죠.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이루는 것만큼 위대한 것이 있을까요? 오늘 이곳에서 기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레고 : 10243]
3. 뉴욕
이제 바다를 건너 뉴욕으로 갑니다.
여기에 오래된 소방서와 경찰서가 있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이라는 단어는 바로 뉴욕과도 딱 맞아떨어지죠. 그 메트로폴리탄에서는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 때문에 경찰서와 소방서가 매우 중요하답니다.
오른쪽 붉은 건물은 뉴욕 맨해튼의 트라이베카(TriBeCa) 지역의 소방서입니다. 1903년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본부로도 유명하지만 2001년 9/11이 터졌을 때 가장 가까운 소방서로서 그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헌신과 희생의 상징이 된 곳입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9/11 기념식도 열리곤 합니다.
왼편의 경찰서는 건물의 색깔과 건축양식이 뉴욕 대표적인 쇼핑 거리인 소호(SOHO)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소호는 제가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죠.
뉴욕 소호(SOHO)
재미있는 사실은 세계 제일의 도시라고 부르는 뉴욕에선 경찰서(NYPD)와 소방서(FDNY) 조차도 브랜드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기념품 상점, 심지어는 공항에 가더라도 뉴욕 경찰서와 소방서의 옷과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브랜드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 그것이 바로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레고 : 10278, 75827]
4. 중국
이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중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설날이 되어 가족들이 중국 전통식 정원에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네요. 제 서양 친구들에게 때론 가족 중심의 동양문화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물 위에 등을 띄우고 완탕을 먹으며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네요. 어쩌면 코로나 19로 친척들과도 모이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더욱 부러운 모습입니다.
이제 눈을 들어 정원의 뒤를 보니 꿈에서나 볼 듯한 산이 하나 나타나는군요. 여러 원숭이들이 복숭아를 먹으며 서로 장난을 치고 있는데 우리가 어릴 적에 읽었던 제천대성(손오공)이 부하들과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모습은 우리가 생각해온 태곳적 동양산의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장가계]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으십니다.
부디 올해의 추석에는 가족, 친척 모두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누게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레고 : 80107, 80024]
5. 캠핑
사실 올해 처음으로 레고를 시작하면서 코로나19로 해외여행에 제한이 있어, 여러 도시를 레고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제일 안 할 것 같은 것들을 레고로 표현해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귀찮을 것 같아 잘 안 해본 캠핑이 있었죠. 무엇인가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벌레도 많고 화장실은 불편하며 항상 더위, 모래먼지와 사투를 벌일 것 같아 그 모든 노동을 레고에게 전가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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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하우스에서 한 가족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락해 보이는 방에는 비교적 많은 물품들로 꾸며져 있으며 욕실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오붓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다만, 실제였으면 방에 들어가자마자 벌레와 모기로 고생을 좀 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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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 작은 호수 근처에는 캠핑카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낚시하는 사람,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사람, 잡은 물고기를 구워 먹으려는 사람, 작은 아이가 있는 단란한 가족, 서핑을 소망하는 꿈이 야무진 사람도 보이네요.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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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핑장 사진들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이파리를 보시면 알 수 있는데요.
바로 여름과 가을이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천국은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여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여름이.....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을이.....
그러한 우리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곳.
그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수년, 수개월 코로나 19로 답답한 우리의 마음 가운데 우리가 꿈꾸는 날들을 희망하며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