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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Aug 21. 2023

수도권, 부동산, 지방분권 이야기

※ 서울지도 / 출처 서울연구원


우선 읽으시기 전에 먼저 이 글은 부동산업과 관련 없는 비전문가가 작성한 개인의 생각임을 알려드립니다.     


나는 반포에서 태어나서 20년을 살았다. 1990년대 말 아버지께서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일주일에 세 번 혈액투석을 받으셔야 되었고 그 때문에 우리 가족은 2003년도에 일원동으로 이사했다.      


반포의 장점은 서울의 중심으로 서울 어디로든 편하게 갈 수 있는 교통과 한강시민공원이라는 자연, 교육(학원과 학군)으로 유명했다는 점이다. 지금 사는 일원동은 교육(학군, 학원으로 유명한 대치동 근처)과 삼성의료원, 대모산 공원이라는 이점과 더불어 대한민국 어디로든 갈 수 있는 SRT가 근처에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초, 강남에 살고 있지만 그냥 여기 살다가 보니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내가 생각할 때에 진짜 부자는 평창동, 한남동, 성북동의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이다. 대기업 총수이자 한양의 전통적인 부자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강남 강남하는 것일까?      


평창동, 한남동, 성북동의 단독주택은 일단 오랫동안 살 것을 생각한다면 넓은 공간에 담을 쌓고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을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넓은 단독주택은 거주하기에 좋지만 아파트처럼 사고팔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아파트는 매매가 잘 되고 부동산 매매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렇다면 무엇이 강남을, 더 나아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켰을까?      


그것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서초구에서 20년, 강남구에서 20년을 살았다.      



1.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입지


먼저는 입지가 있다. 즉, 지역적으로 ‘서울 중심부 또는 교통이 좋냐’이다. 서울 지도를 펼쳐놓았을 때, 정 한가운데에 한강 남으로는 반포가, 한강 북으로는 동부이촌동이 있다. 한강을 중심 삼아 평형으로 반포에서 동쪽으로는 잠원동, 신사동, 압구정동이, 동부이촌동에서 동쪽으로는 한남동과 옥수동이 있다. 조금 더 동쪽으로 가보면 강남으로는 압구정로데오역과 잠실이, 강북으로는 요즈음 한창 뜨고 있는 서울숲과 성수동이 나온다.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이 되는 한강변은 대체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높은 편이다.    

  

반면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입지만이 전부가 아닌 것은

반포에서 서쪽인 사당동, 흑석동으로 가면서 아파트 가격이 주춤했다가 중심과는 더 먼 서쪽인 양천구 목동 그리고 서남쪽인 경기도 과천으로 가면서 다시 높아진다. 중심부만 놓고 보면 사당과 흑석동이 더 중심에서 가깝지만 중심에서 조금 더 먼 목동과 과천의 아파트 가격이 더 높다. 그 이유는 대단지 아파트인 점과 살기 좋은 환경, 그리고 교육이 작용을 했다.           




2. 교육


목동은 계획도시로서 사교육 비중이 높은 강남 8 학군을 벤치마킹하여 개발하였다.      


나는 일원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이웃들도 있지만 우리 동네는 3년을 주기로 이웃이 바뀌고 그 바뀌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학군이 좋은 일원동에서 고등학교를 보내고 다시 이사 가는 경우 때문이다. 일원동은 대한민국에서 학원가로 가장 유명한 대치동에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학군과 학원을 보고 일원동으로 전세 이사를 오는 것이다.      


또한, 우리 아버지와 같이 삼성의료원에서 주기적인 치료를 받으시기 위한 경우도 있다.      

즉, 살고 계신 분들의 대부분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거나 우리 집처럼 삼성의료원에서 주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가족이었다.      


친구가 서울에서 살다가 이직을 하게 되어 부산으로 이사 갔는데,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가자 서울과의 교육 차이로 다시 서울로 오고 싶어 한다. 내가 취업교육을 해보아도 부산 해운대의 마린시티나 대구의 수성구 정도가 서울 및 수도권과 준비된 스펙이 비슷한 교육생이 많다.      


현재 사설 교육기관에서 매년 조사하는 ‘수능을 본 후 선호하는 대학의 순위’를 보면 일부 특수대학을 제외하면 서울 내의 대학이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젊은이들의 거친 말을 빌리자면 대학교는 등급이 있고 in서울, 지거국대(지방거점 국립대), 지잡대 등으로 나눈다. 이러한 점들도 서울이라는 곳이 대학부터 고등학교, 중학교, 사교육까지 교육 전반에 관한 강세를 나타내도록 한다.      


서울 시내에서 학군, 사교육 등으로 주거 선호지역이 된 곳은 대치동, 반포동, 목동, 동부이촌동 등이 있다.      

1990년대에 대표적인 신도시로 일산과 분당을 꼽을 수 있는데, 흔히 진보 정치인이 이야기하는 “천당 밑에 분당, 압구정 위에 옥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분당의 부동산은 상승했지만 일산은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일산 내에서도 정발산 주변은 중심에 있다는 입지적인 요건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고 후곡마을은 학원가가 있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면 교육만 있을까?      




3. 의료


내가 사는 일원동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수서역이 있다. 수서역은 SRT 정거장이 있는데 고속열차를 내리고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면 몇 개의 무료셔틀버스 지도를 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영동 세브란스병원의 셔틀버스 정거장 지도이다. 수서역에서 삼성서울병원과 영동 세브란스병원, 현대아산병원이 가깝기 때문에 서울에 주거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이 오신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성균관대 의대), 현대아산병원(울산대 의대), 서울대학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대 목동병원과 서울병원, 신촌/영동 세브란스, 강남 성모병원(가톨릭대), 순천향대병원, 건국대병원, 중앙대병원 등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병원은 대체적으로 기업과 대학교의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진다.  

    

지역적으로는 송파/강동에 현대아산병원, 강남구에 삼성서울병원과 영동 세브란스병원, 한남동에 순천향대병원, 성동/광진구에 건국대학교병원, 흑석/사당에 중앙대학교병원, 서울 시내에 서울대학교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서울 서북부에 신촌세브란스병원, 남서부에 이대목동병원과 이대 서울병원이 있다.      


대형병원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점점 심해진다. 며칠 전 이케아(IKEA)에 가기 위해 광명역을 가보았는데, 그 큰 도로 새로 지은 거대한 건물이 있어서 보니 중앙대학교병원이었다. KTX광명역에서 도보로도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으니 지방에서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실 것 같다. 이처럼 수도권 거점의 대단지와 신도시에 병원이 자리 잡는다.           




3. 대기업 본사


얼마 전 부산 출신의 후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산에는 대기업이 없다고..... 그러고 생각해 보니 포항, 울산, 거제, 창원 등 지방 거점도시에 우리가 흔히 아는 대기업이 있지만 공장과 현장일 뿐 본사는 대부분 서울 및 수도권에 몰려있다. 이러한 점들이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유입을 점점 가속화하고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다.      


앞서 이야기한 교육이 서울 내에서 부분적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었다면 의료와 대기업 본사의 서울 집중화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전체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2023년 7월 행정안전부의 인구통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는 약 5,100만 명이고 이중 서울, 경기, 인천 등의 인구수는 약 2,600만 명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서울에 모든 효율성을 집중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의 단적인 예가 인천공항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집 앞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동북아시아 외의 다른 나라를 가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에 오기 위하여 휴가 중 하루를 더 사용해야 한다. 효율성이 집중되었지만 그 효율성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편함의 편차가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하나밖에 없는 공공시설은 누구에게나 사용하기에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숲이나 한강과 가깝냐는 것도 있지만 그 부분은 지엽적인 요인인 것 같다. 숲과 한강이 있더라도 그 동네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가 더 큰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4. 독일 이야기


유럽의 대표적인 선진국 독일은 지정학적으로 각 지역이 고루 발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먼저, 북부 경제중심인 함부르크(독일 제2의 도시), 표준 독일어로 유명한 하노버, 북서부 라인강 공업벨트인 뒤셀도르프/쾰른/마인츠, 중부에 있으면서 유럽 국제항공 허브의 역할을 하는 프랑크푸르트, 독일 남서부에 있으며 벤츠와 포르쉐로 유명한 스투트가르트, 남동부에 있으며 BMW 생산공장이자 경제적으로 부유한 바이에른주 뮌헨, 동부에 있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 음악으로 유명한 라이프치히나 드레스덴까지 독일은 동서남북 고루 발달하였다.      


또한, 하나의 큰 도시에 대기업 하나가 있다면 그 주변의 작은 도시에도 관련 협력업체가 함께 있어 지역적으로 균형된 발전을 이루어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의 물가가 뮌헨, 함부르크, 스투트가르트에 비해서 높지 않다는 것이고 흔히 잘 사는 도시를 이야기하면 바이에른주 뮌헨을 이야기한다.     

 

반면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 금융, 문화시설, 교육, 의료 등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에 중심을 이룬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은 서울로 집중화되어 있는데, 주거지는 한정적이고 정부의 정책은 서울 집중화 일변도로 향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반드시 필요한 부동산 대책


부동산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청년들이 결혼을 못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도 주거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교육기회, 의료는 모두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이주는 불가피한데, 부동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가격이 상승한다.     


서울 및 수도권의 부동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다주택자들이 그것을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하여 주거가 필요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주택자에게 세금이라는 제재를 가함으로 집을 내어놓게 하여 서울 및 수도권의 일시적 공급물량을 늘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원천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기엔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울시 송파구와 인천 서구는 신도시 개발로 젊은 층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양질의 일자리(대기업 본사), 교육기관(대학교, 사교육시설), 의료시설(대기업/대학병원)이 점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이에 따른 다수의 구성원들도 지방으로 이전되리라 생각한다.  

    

조금 이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대학생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그 지방이 젊어지고 활기를 되찾는다. 그리고 지방의 대기업에서 취업하여 일하고 지방에 세금이 많이 걷어지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개발된다. 또,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기 위해 서울로 오지 않아도 된다. 한정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것이 아닌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수도권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기 때문에 이렇게 이전을 추구하면 해당 정부기관은 과반수가 넘는 국민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방으로의 이전 대상자인 교육계, 대학생, 의학계, 대기업 근로자와 더불어 수도권 국민들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해당 지역의 단기적 부동산 가격 상승, 사업예산 확보 불가능 등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정책이다.      


불가능한 것은 알지만 한 번 정도 정리해 보고 나누어 보면 언젠가 점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해결책이 모색되고 반영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한 번 적어 보았다. 부동산 가격상승, 지역 도시재생, 지방분권 등은 큰 틀에서 보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하는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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