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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Aug 08. 2016

청수단애 VS 세븐 시스터즈


청수단애(淸水斷崖) 


몇 년 전 대만에 방문했을 때, 타이루거(太魯閣)에 가기 위해 화련(화리엔, 花蓮)행 열차를 탄 적이 있었다. 화련행 기차가 대만 동부해안을 거쳐가기 때문에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였는 데, 그 때에 해안가를 지날 때 신기한 광경이 눈으로 들어왔었다.

깎아지를 듯한 회색의 절벽 밖에 옥 빛 바다와 검은 바다가 만나고 있는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그 때에 우리 무리의 주 관광지는 타이루거였기 때문에 바닷가절벽에 대하여 무리 속에 공론화 시켜서 가보지는 않았지만 나무 사이사이, 절벽 사이사이로 보이는 옥빛 바다와 회색의 절벽은 내 뇌리 속에 가득 남아있었다. 


몇 년 후 기억 속에 그 옥 빛 바닷가가 계속 생각이 났고, 그 곳에가고 싶다는 마음이 끊이지 않아 참을 수 없었기에 대만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간단히, 타이베이에서 대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청수단애(淸水斷崖)라는 바닷가’라고 이야기 했다. 그 얘기를 듣던 친구들이 청수단애는 타이완 10경에 들어간다고 이야기 해주면서 본인들도 가보지는 못했지만가는 길이 쉽지 않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고맙게도나에게 화련행 기차 티켓을 사 주었다. 행운을 빈다며……


다음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청수단애를 보기 위해 화련으로 출발했다. 

그 때 대만 여행의 주목적은 첫번째는 청수단애요, 두번째는 그 옆에있는 치싱탄(七星潭)이라는 바닷가였다.


사실, 치싱탄은 화련역에서 자전거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지만 청수단애는 절벽을 깎아 만든 왕복 2차선 도로이기 때문에 위험하여 청수단애로 가는 대중버스도 없었으며, 자전거로 간다면 서너 시간 정도 가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로 혼자 가기에는 상당히 힘들었다.


아쉽지만 택시 한 대를 불러 가격을 흥정하여 치싱탄과 청수단애를 둘러보기로 했다.

택시를 탄 후 약 10분여가 흘렀을까? 간단히 치싱탄에 도착했다. 

북두칠성이 가장 잘 보인다고 하여 칠성담(七星潭, 중국발음 치싱탄)이라고 불리우는 바닷가~ 

하지만 정작 바다의 색은 낮에 더욱 빛을 발한다.


양 옆으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자갈 바닷가, 파도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들리는 자갈소리, 멀리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도 내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파도, 가까운 바다, 먼바다로 층이 나누어진 흰색, 파랑색, 인디고 색의 색깔이었다.


그리고 맑고 투명한 파랑 바닷물 아래로 자갈들이 보이는데….. 지금유행하는 ‘사이다’라는 표현이 완벽히 맞았다. 해안가 뒤 편으로는 호텔들이 있었다. 이곳에서 저녁 노을과 밤 하늘의 북두칠성을 본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부지런히 청수단애까지 돌아보아야 했기에 그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대만도 열대기후와 비슷하기 때문에 낮이지만 소나기가 오려고 날이 어둑어둑해졌다.이에 빠른 속도로 택시에 타고 다시 청수단애를 보기 위해 달렸다. 택시로 다시 20분쯤 간 것 같다.


화련(花蓮)에서 치싱탄(七星潭)을 지나 소화공로(蘇花公路, 쑤화궁루)를 따라 해안도로로 계속 올라가면, 타이완 10경의 하나라고 불리우는 청수단애(淸水斷崖)가 나타난다.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이고, 해안가 절벽 옆으로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버스가 없고, 버스로 온다면갓 길에 세울 수도 없는 길이다. 이에 보통은 차량을 렌트하거나 여럿이 모여 택시를 대절하여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충더(崇德)에서시작하여 북쪽으로 뻗은 해안도로이다. 

택시기사 분께서 중간에 차를 세우고 절벽 군데군데를 데려가 주셨는 데, 해안선의절벽을 따라서 옥 빛 바닷가가 펼쳐졌다. 절벽 곳곳에 어두운 동굴이 있고, 낭떠러지에는 가드레일도 없어서 많이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이 없었으며, 택시기사 분께서는 연거푸 조심조심하라고 말씀하셨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을 덮고 있는 숲들, 그 아래 펼쳐진 회색 해안도멋있었지만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바다가 옥 빛과 검은색 두 색으로 확연히 나뉘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두 물의 구분선은 대만 동부해안 절벽을 따라 뒤로 뻗어있었다. 


자세를 낮춘 후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았다. 예전에 중국 구채구(九寨沟)에 갔을 때, 옥 빛 호수는 본적이 있었지만 바닷가가 옥 빛 색깔을 내고 바다 중간에서 이렇게 색이 갈라지는 것은 처음 보았다. 

<구채구(九寨沟) 사진>

구채구도 석회암 재질이 호수에 스며들고, 그 호수를 태양이 비추면서옥 빛으로 보이는 것인데, 이 곳도 석회암에서 흘러나오는 돌가루들이 바닷물과 만나고, 그 물에 햇빛이 비치면서 이렇게 빛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보통 사람들이 화련에 오는 이유는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타이루거를 보기 위해서이지만 내 개인적으로 타이루거 보다는 청수단애가 가장 인상 깊은 곳이었다.


치싱탄과 청수단애는 너무나도 임팩트가 있었기에 향후 배낭여행을 하면서 일주일 정도 자전거로 여유롭게 다시 오리라고 다짐했다.


※ 치싱탄 바다와 청수단애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하는 날씨에 따라 바닷물 색도 변하기 때문에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 내가 갔던 2월에는 오후 12시반~ 2시 사이에 스콜과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서 그때는

    치싱탄과 청수단애(淸水斷崖)의 바다가 빛을 거두긴 했다. 그래도 내 개인적으론 더욱 더 운치 있었다. ^^




그로부터 1년 뒤, 런던브릿지(London Bridge)역에서 브라이튼(Brighton)행 열차를 탔다. 제목, 그리고…….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신기한 절벽 두 곳에 관한 이야기란 것을 아는 분이시라면 알만한 그곳에 간다. 하얀색 절벽이 펼쳐진 곳, 화이트 클리프로 유명한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



기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간 후 브라이튼(Brighton) 역에 도착하여역 한쪽에 있는 티켓 구매소에서 세븐 시스터즈로 가는 일일 왕복 티켓을 구매하였다. 그리고, 브라이튼 역에서 정면으로 직진하여 15분 정도 걸어가 Churchill Square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세븐 시스터즈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세븐 시스터즈까지는 버스로 1시간정도 간다. 워낙 생뚱맞은 곳, 전혀 그 곳이라고 생각하지않는 곳에 내리기 때문에 기사 분께 잘 여쭈어 보고 내려야 한다. 이렇게 설명은 하지만 워낙 한국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다른 분들이 내리는 곳에서 함께 내리면 된다. (우리 버스의 70%이상이 한국 분이었다.) 


우리 일행은 넷이었는데, 이곳에서 의견이 갈렸다. 절벽 자체를 올라가려는 자와 절벽 밖에서 절벽을 보려고 하는 자….. 절벽밖에서 절벽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 나를 포함하여 세 명으로 더 많았지만 나중에 이 갈라진 의견은 결국…… 우리들의 현 상황을 구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


우리는 서로의 갈라진 의견이 너무나도 확고했고, 이 곳에 온 것도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였기에 서로 갈라지기로 했다. 결과는 3대 1~!!! 


내가 속한 3명의 무리는Information Center에 들러서 절벽을 보기 위한 최적의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출발했다. 절벽을 가는 것이긴 했지만 중간중간에 펼쳐진 초원과 양떼 목장의 영국 특유 목가적 분위기가 소풍 온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양떼목장을 걸은 지 50분이 됬을까…..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았던 초원이 끊기고 절벽이 나왔다. 초원 끝에서 나온 절벽이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가파른 절벽이 마치 칼로 자른 듯이 보였다.     


석회암과 물이 만나서 이루는 옥 빛 바다로 유명한 대만 청수단애, 거대하고 높은 산세에서 떨어지는 협곡의 끝에 선 절벽인 하와이 빅아일랜드(Big Island)의 와이피오 밸리(Waipio Valley), 호주의 행글라이딩 포인트 등등 각 나라의 개성있고 유명한 절벽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세븐 시스터즈와 같이 하얀색 절벽(White Cliff)은 처음 보았다.     


우리 세 사람은 한동안 말을 잊고 계속 사진만 찍었다. 서로 프사를 찍어주며, 각각 컴퓨터 배경사진을 위하여 여러 각도를 찍기도 하고, 다른 외국사람들의 사진들을 몰래 찍기도 하여 한참 사진을 찍으니 어느 덧 40분이 지나있었다.     


우리는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브라이튼에서 미리 사온 샌드위치를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세븐시스터즈에 오기 위해서는 두가지를 미리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세븐 시스터즈를 구경하는 약 2,3시간 동안에는 화장실에 갈 수 없기 때문에 Information Center에서 화장실을 미리 다녀와야 한다.     


두번째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세븐 시스터즈가 하얀색 절벽이지만 두 세시간씩 허기지게 다니다 보면, 하얀색 절벽도 노랗게 보일 수 있다. 세븐 시스터즈로 가는 길에 식사할 수 있는 꺼리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브라이튼에서 간단한 샌드위치와 물을 사가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점심을 먹으면서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니, 이제 주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왼편으로는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하얀색 절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가운데 대칭으로 오른편에는 젊은 연인이 잔디에 앉아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부부도, 젊은 연인도 모두 아름다워 보였다.   

‘아름다운 절경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낭만적인 광경이 아닐까’ 싶다.    


양 떼 초원 끝에서 끊기는 절벽이란 점, 지구 반대편 영국 도버해협(Dover) 한쪽 끝에 있는 바다를 바라본다는 점도 좋았지만 하얀색 절벽이란 특이한 지형이 이 곳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절벽 위에서의 경치 관람을 마치고 바닷가로 내려가 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자갈 밭 위로 따스한 도버해협의 바다 바람이 볼을 스치고 있었다. 세븐 시스터즈의 벽면은 하얀색이지만 그 아래로는 형형색색의 자갈밭이 펼쳐진 것이 신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얀색 자갈을 줍고 있었고, 몇몇은 절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절벽 위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놀랐다. 우리의 또 다른 일행도 저 곳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겠지?    


몇 개의 자갈을 주워서 바닷가로 멀리~ 던진 후 다른 한 명의 일행 A와 만나기 위해서 Information Center로 출발했다. 돌아가는 길에서는 소들이 우리에게 작별을 고하는 듯 전송해 주고 있었고… 그 뒤로 보이는 초원 언덕으로는 양떼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또, 다시 뒤로 돌아보아 절벽을 바라보았다. 물론, 하얀색 절벽이 가장 신기하지만 ‘어떻게 초원이 갑자기 끊기고 흰색 절벽이 나타날까?’ 하얀색 지반 위에 초원이 덮인 것도 신기했다.     


Information Center에 다다랐을 때, A도 그곳으로 오고 있었는데, 그의 주위로 우리나라 젊은 분들이 정말 많이 오고 있었다. ‘절벽을 보려는 자보다 오르려는 사람들이 많구나…..’


우리는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브라이튼으로 향했다. 브라이튼에 도착하니, 화창한 오후 햇살과 높은 하늘, 바닷가의 낭만스러운 분위기가 우리를 반겼다. 오후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펍으로 나와서 맥주 한잔을 하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이 나른해 보였다. 브라이튼 자체가 분위기도 좋고,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브라이튼에만 이틀 정도 머무르면서 영국 도버해협의 해안가를 만끽할 것이다. 

  

여러가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런던행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여담이지만 우리와 헤어져서 절벽에 올라갔던 A씨는 우리에게 절벽에서찍은 사진 한 컷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서 절벽 앞, 초원바닥에는 흰색 돌로 하트와 함께 A와 A의 여자 친구의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뒤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많은 한국 분들이 절벽에 오르는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절벽을 오르는 자와 절벽을 바라보는 자들은 이렇게 구분되어 진다. A씨는 반드시 절벽에 올라갔어야 했던 것이다. 사진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 Tip. 런던브릿지 역에서 브라이튼 행 열차표를 구매할 때에 현장에서 4명이 왕복권을 함께 구매하면

         가격이 많이 저렴해진다.






산과 바닷가에 비하여 절벽으로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절벽은 비교적 외딴 곳에 있으며, 낭떠러지로 가는 교통편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접근은 힘들지만 이 글을 보신 분들이 절벽 여행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 여행하시는 데, 도움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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