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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Sep 27. 2016

태곳적 스웨덴으로의 여행

스톡홀름 스칸센(Skansen) 공원 산책

햇살이 사그라드는 초겨울 스톡홀름의 어느 날 스웨덴 민속공원이라 불리우는 스칸센(Skansen) 공원에 가게 되었다. 공원은 야외에 있었고 북유럽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스웨덴 친구가 강력히 추천하여 속는 셈 치고 발걸음을 향했다. 


스칸센 공원은 아바(ABBA) 뮤지엄, 바사 박물관(Vasa Museet), 북유럽(Nordiska) 박물관, 아쿠아리움, 유니바켄(Junibacken) 등 박물관과 놀이공원이 모여있는 Djurgården 지구(섬)에 위치한 민속 박물관이다. 

스웨덴 민속 박물관이라고 하면 당연히 스웨덴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재현한 거리, 집과 상점들이 있는 것을 기대하겠지만, 1891년에 지어졌다는 역사와 더불어, 스칸센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북유럽의 살아있는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찰구에서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스웨덴의 옛 거리와 불그스름한 전통 가옥들이 반겨준다. 


붉게 물든 전통 가옥들에는 스웨덴 전통 장식품과 기념품을 파는 공방들, 옛방식으로 구워내는 베이커리, 커피 샵, 대장간, 농장 등이 있었는데, 옛 모습 그대로의 작은 마을이 우리를 마치타임머신을 타고 스웨덴의 옛 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득템하신 냥~ 맛있는 빵을 들고 나오시는 아저씨

흔히 보는 민속촌은 옛 모습의 건물들만 있을 뿐, 실제로는 텅 비어있을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창 안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사람들이 빵을 굽고, 상품을 만들거나,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의 눈이 마주쳐서 어색해진 경우가 집집마다 반복되었다. 그만큼 이 곳은 민속촌이라고는 하지만 그야말로 실제 거주 지역처럼 리얼하게 일을 하고 있는 곳이다. 



스웨덴 전통의 붉은 마을을 지나면, 목가적인 분위기의 전원 풍경이 나온다. 전원 풍경 속에는 북유럽의 농촌 가옥이 농업 및 낙농업에 쓰이는 여러 도구들과 함께 있어 그 옛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가옥들 중에서는 차가운 지반의 냉기를 끊을 수 있도록 나무로 지탱하여 바닥에서 약간 띄운 북구 특유의 가옥들도 눈에 들어왔다.    

 

19세기 북부 스웨덴을 재현한 이 집들은 수렵과 사냥을 했던 북부 여러 지역의 숲 속 집들을 가져와 설치한 것이다. 그 중에선 곡식과 고기를 말리기 위한 사우나도 있었고, 여러 용도에 쓰이는 창고들도 있었다. 이 창고들은 오래된 것은 1470년부터 가장 최근의 것은 1816년까지 시기도 다양하게 지어진 여러 곳의 건물들을 그대로 이 스칸센 공원에 가져와 재현해 놓은 것들이다. 


북유럽의 성수기는 낮이 긴 여름이었던가…? 


걷는 동안 사람들이 많이 없어 조금은 한산했지만 입김이 나오고 낙엽이 어울리는 초겨울이야말로 북유럽을 상징하는 스칸센 공원에 딱 어울리는 시기 아닌가 싶다. 느긋하게 진정한 북유럽의 농가를 걷던 그 길에 끝에선 소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말코손바닥 사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무스의 지긋한 눈 빛~

농촌의 풍경과 어울리는 소와 산양들이 토실토실 살이 찐 채로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뒤 편에선 북극권의 골칫거리 무스(Moose)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무스는 여러 방식으로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북극권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찻길에 자주 출몰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한편, 무스 떼가 도로를 점거하면, 비킬듯~ 말 듯~ 차를 쳐다보며 도로 한가운데 그대로 서 있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은 무스를 위험하게 생각한다. 

무스 옆에선 하늘을 향해 뿔을 뻗은 엘크(Elk)들이 산책을 나왔다. TV에서는 우아한 뿔이 친근하고 온순하게만 보였는데, 실제로 가까이서 본 모습은 늠름하고, 강인해 보였다. 내 몸무게가 80kg이 넘게 나감에도 저 뿔에 조금이라도 치이면 그대로 날라갈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른 한쪽 편 물가에선 회색 바다표범(The Grey Seal)이이 북유럽 초겨울의 추위를 무시한 채 수영을 하고 있었다.

이제 너무 추워진 몸을 녹이고자 붉은 탑 너머 실내 학습장으로 들어갔다. 학습장에는파충류, 곤충, 쥐, 새 등 다양한 작은 동물들이 있었다. 실내 학습장 끝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곰의 형태를 그대로 벗겨 만든 곰 가죽이었다. 


바로 떠오른 한 단어,  


“베르세르커”


베르세르커(Berserker)는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오딘(Óðinn,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의 왕)의 친위대이자 용병집단이다. 그들은 곰가죽을 뒤집어 쓴 살육과 파괴의 광전사이다. 고대 북유럽에서광기로 악명을 떨친 인간 전사들이자, 북유럽의 왕을 수호하는 충성심 강한 병사들로도 기록되어졌다. 참고로 일본 인기 애니매이션 <베르세르크>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이렇게 광기 설인 곰 가죽 옆에 아이들이 놀고 있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 했었다. 아니, ‘오히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순수함이야말로 가장 큰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실제로 베르세르커가 앞에 있었더라도 이런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안 건드렸을 듯~’

몸을 어느 정도 녹이고 다시 나오니 새 장 앞에서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앵무새를 보고 있었다.

‘나는 사실 새보다는 북유럽의 아이들이 더 알록달록해 보이던데…..’하며 다시 뒤를 돌아선 순간 



"다람쥐였다." 


내 무릎 위로 다람쥐가 올라온 것이다.


순간 주위의 연인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일제히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날 스칸센 공원에선 이 지구 반대편 끝에서 온 한국 청년?!에게 정말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전통 가옥 그 이상의 체험을 하게 된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약간 겁이 나기도 해서, 


사람들에게 “We are in Skansen.” 하고 “V’자를 한번 날려주고 다람쥐를 떨구어 냈다. 

무릎을 타고 올라온 다람쥐


한창 소란을 떤 후 북방 올빼미(Great Grey Owl) 사육장에 들어갔다. Strix nebulosa라고도 불리우는 북방 올빼미는 올빼미과 중에서는 가장 크다고 한다. 실제로 올빼미 크기가 60cm는 넘어 보였다. 날개를 핀 모습은 1.5m 정도가 될 정도로 상당히 거대해 보였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사육사가 먹이를 던져주든 딴청 부리듯이 먼 산만 바라보다가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곳에 집중되면 어김없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먹이를 먹는다. 

올빼미가 난간 위의 쥐를 응시한다.
먹을 것을 먹었으니 이제 다시 딴청 부린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올빼미 인형을 보면 동글동글 귀여운 이미지였었는데, 올빼미의 실제 모습을 보니 상당히 매서운 눈 빛에, 날카로운 발톱이 공격적으로 보였고, 딴청 부리다가 갑자기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은 교활하기까지 느껴졌다.     


북유럽 서식 동물에 집중되어있는 듯, 스칸센 공원에는 평소 한국의 동물원에서는 보지 못했던 동물들이 많았다. 올빼미나 무스 뿐만 아니라 스라소니(Lynx)와 울버린(Wolverine), 버팔로, 조랑말(PONY)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조금도 가만히 있지 않고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장난꾸러기 울버린


한참을 걷다가 공원 한쪽 끝 낭떠러지가 있는 벤치에 앉았다. 북유럽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인지 이 낭떠러지에는 철조망 조차도 없어 보인다. 덕분에 이곳에서 스톡홀름 시내를 원하게 볼 수 있어서 마음이 확 트였다. 


북구에서만 볼 수 있는 무스와 엘크, 회색 바다표범, 차가운 냉기와 함께 자라는 숲, 그리고, 이끼는 흰 구름에 덮여진 하늘 아래 스웨덴에 대해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날씨가 너무 화창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완벽한 북유럽만의 모습을 연출했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공원의 중심으로 향했다. 지붕 위에 잔디를 얹은 스웨덴과 노르웨이 특유의 오두막의 모습이 들어왔고, 사선 무늬로 나무를 세운 스웨덴 북부의 울타리가보였다. 그 곳의 산양들은 내가 사진 찍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귀찮은 듯 너무나도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나도 관광객인데 일어나서 인사 좀 하시지~”

마을 중앙에 세글로라 교회(Seglora Kyrka)가 있어 가 보았다. 1730년도에 지어진 교회였는데, 1916년 스칸센 공원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교회의 외관은 붉은 색으로 스웨덴 전통적인 교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은 웨딩 장소로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작고 오래된 앤티크한 느낌과 목가적인 분위기, 스톡홀름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동물들의 축복을 받으며 이루어지는 결혼식이라면 스웨덴 사람 누구라도 누리고 싶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거대 달라해스트(Dalahäst)가 있는 공원으로갔다. 


스웨덴의 상징 달라해스트~ 


달라해스트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간단히, 밤이 긴 북유럽에서 아버지들이 집에서 아이들의 장난감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설과 주변국과의 오랜 전쟁으로 집을 떠나 전쟁터에 있던 남자들이 전쟁을 기다리던 중 나무를깎고 색을 입혀 만든 달라해스트를 숙소를 제공해준 이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로 남겨주었다는 설 두 가지가 있다. 두 개의 설 중 어떤 것이 기원이든,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이 말 조각상은 1939년 뉴욕 전시회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지금은 스웨덴 제일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북유럽의 해가 져가고 있다. 초겨울의 햇살 가운데,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한적함 속 스웨덴의 옛모습을 진정 북유럽스럽게 본 것 같아 뿌듯했다. 물론, 아바 뮤지엄, 유니바켄, 바사호 뮤지엄 등 스톡홀름에는 북유럽의 과거와 현재의 유행과 문화, 역사 등을 볼 수 있는 여러 박물관이 있지만 스웨덴의 실생활과 야생에 대해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스칸센 공원이 으뜸 아닐까 싶다. 


※ 참고로 이곳을 방문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공원이 매우 넓기 때문에 최소 3시간 정도 느긋하게 잡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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