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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Feb 23. 2017

내가 덴마크를 좋아하는 세가지 이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덴마크

“15년만에 덴마크를 다시 찾았다. 오랫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유럽여행 제일의 목적은 언제나 덴마크였다.”  


약 15년전 유럽 배낭여행을 하였을 때, 잠깐 들렀었지만 덴마크에 대한 느낌이 너무나 좋았었다. 안데르센이 살았던 곳이자 동화 속 마을처럼 알록달록한 뉘하운(Nyhavn) 운하, 세계 최초의 놀이공원이라 불리우는 티볼리(Tivoli) 공원, 코펜하겐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인 인어공주상 등 덴마크 시내의 동화와 같은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그 시절 배낭여행을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와 신문을 보니,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가 바로 덴마크였다. 

나에게는 단지 요쿠르트와 레고로 유명했던 던마크가 이렇게 행복한 나라였다니? 그이후 덴마크에 대한 호감은 더해 갔었고, 몇 년 후 미국에 사시는 이모부와 사촌 동생들에게 덴마크 왕에 대한 전설을 듣게 되었다.




1. 크리스티안 10세(ChristianX) 이야기


덴마크의 국왕 크리스티안 10세(1870 ~1947)는 1, 2차 세계 대전 당시 국민을 통합시킨 용기의 상징이 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유럽 전역을 점령하였고, 독일 바로 북쪽에 있는 덴마크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티안 10세는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여 나치의 공습 2시간만에 국내정치에 대한 독립성 보장을 조건으로 나치에 항복하게 되었다. 주변의 다른 국가들의 왕가들이 모두 피난길에 올랐던 것과 달리 크리스티안 10세는 덴마크에 남아 끝까지 덴마크를 지켰다.     


크리스티안 10세는 자신의 위엄과 덴마크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매일 경호원 없이 말을 타고 시내를 다녔었다. 이는 권위를 없애기도 하였으며 덴마크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통합의 상징이 되었다. 크리스티안 10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하루는 크리스티안 10세가 경호원 없이 말을 타고 시내를 돌아보는 것을 본 독일군 병정이 덴마크 소년에게 ‘어떻게 국왕이 경호원 없이 말을 타고 시내를 돌아 볼 수 있는가’ 묻자, 덴마크인 소년은 ‘국민 모두가 국왕의 경호원이다.’라는 짧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또, 한번은 덴마크를 점령한 나치가 유대인과 비유대인을 구분하기 위해 유대인들의 가슴에 노란별을 달도록 명령하였다. 그 때, 크리스티안 10세는 유대인과 비유대인 모두 덴마크 사람들이기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었고, 그 고민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다음날 아침 크리스티안 10세는 어느 때와 동일하게 말을 타고 도시를 돌아보았다.   


단, 그의 가슴에는 노란별이 달려있었다.   


이에 모든 덴마크인들은 국왕의 뜻을 이해하여 가슴에 노란별을 달았고, 나치는 유대인, 비유대인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나치에 항거하여 국민을 통합시켜 국가를 지킨 여러 일화들이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던 미국 이모부와 사촌동생들이 이야기한 덴마크의 국왕이 바로 크리스티안 10세 이며, 이 전설은 책으로도 전해진다. 


<The Yellow Star: The Legend Of King Christian X of Denmark>

번역본 <노란별 : 평화와 평등을 실천한 덴마크 왕의 이야기> 





2. 검소하되 위엄을 잃지 않는 리더십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세 개의 궁전이 있다. 바로, 아말리엔보르 궁전(Amalienborg Kongehuset),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로젠보그 궁전(Rosenborg Slot)이다.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


그 중 가장 화려하고 거대하다고 여겨지는 궁전은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이다. 왕가는 그 화려한 궁전을 국가에 헌납하고 자신들은 가장 초라해 보이는 저택 중 하나인 아말리엔보르 궁전에 거주하고 있다. 


아말리엔보르 궁전(Amalienborg Kongehuset)


그리고, 지금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의 일부는 관광으로 개방하고 있으며, 일부는 국회, 법원, 정부가 들어서 있다. 이러한 모습에선 "검소하되 위엄을 잃지 않는....."이라는북유럽 왕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덴마크의 국회 앞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는데, 의원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의 거치대라고 한다. 국왕의 권리포기에 의원들도 화답을 하듯이 청렴하고 검소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참고로 2015년 덴마크 부패인식 지수는 세계 1위였다.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 뒤편 의회입구에 있는 자전거 거치대


*사진출처 : 세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홈페이지




3. 아이들의 천국


코펜하겐에 있는 국립박물관에 가면, 아이들을 위한 특별관이 별도로 있다. 이 곳에는 아이들이 고대, 중세의 텐트나 건물에서 그 당시 복장을 입고 도구를 사용하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즉, 어린이들이 당시의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코펜하겐 시내 중심에 있는 국립박물관이었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관의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내가 유럽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에서도 볼 수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대 미술관’이 모토인 이곳에 수많은 덴마크인 가족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동반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데,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며, 조각상에 쉽게 올라 탄다. 미술관 언덕에서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마음껏 뒹굴고 있으며 미술관 어디에 사진기를 갖다 대고 사진을 찍어도 어린 아이들이 있다. 이처럼 덴마크에선 어렸을 적부터 거리낌 없이 예술에 쉽게 다가가며, 역사와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많이 투자한다.

본을 보여주는 통합의 리더십과 국회, 정부기관의 정치 청렴도, 자신의 미래인 어린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교육 등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인 덴마크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여행이었고, 개인적으로는 화려하고 찬란한 유산을 가진 남서부의 대도시보다는 깔끔하고 깨끗한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본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여행하고 싶었다. 대학생이었던 15년전에 덴마크를 좋아했던 시선과 회사에서 과장까지 한 지금의 시선은 다르지만 덴마크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역시 최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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