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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Sep 01. 2016

 뉴욕 예찬론자도 홀딱 빠져버린 런던의 매력

City Of London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 빅벤(Big Ben)과 국회의사당(Parliament), 타워 브릿지(Tower Bridge), 런던아이(London Eye), 빨간색 전화부스와 이층버스, 웨스트 엔드(West End) 뮤지컬은 런던을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나는 뉴욕 예찬론자이다. 이모 가족이 뉴욕에 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자주 다녀왔지만 뉴욕은 금융, 정치(UN), 미디어, 음악, 뮤지컬, 문화, 박물관 등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코펜하겐 예찬론자이다. 세계 제일의 도시는 아니지만 자그마한 그 곳을 갈 때마다 덴마크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고, 깨끗한 정치와 동화 같은 그 자체의 모습이 항상 기억에 남아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런던으로 자주 이끌도록 만드는 런던의 매력은 서두에 얘기했던 런던의 대표적인 핫 스팟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를 다 가보았음에도 나를 런던으로 계속 이끄는 런던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런던의 도심가(City Of London)이다. 이 시간은 런던 시내에 대해 말 그대로 ‘멋지다’라는 단어가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클래식과 하이테크가 공존하는 이상한 도시


2층 버스를 타고 구석구석 런던 도심을 질주한다. 런던 도심가를 지나가며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을 지나친다. 런던이 유럽에 있기 때문에 클래식한 건축물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런던만의오래된 아파트들과 브릭맨션들은 런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런던은 또한, 하이테크 건축물들의 견본과 같은 곳이다. 30 세인트 메리 엑스(30 St. Mary Axe), 더 샤드(The Shard), 런던로이즈 빌딩(Lloyd's of London), 런던 시청(LondonCity Hall) 등이 대표적인 하이테크 건물이다. 예전에 ‘런던을 빛낸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있다. 이른바 런던 하이테크 건축을 이끈 노만 포스터(NormanFoster),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 렌조 피아노(Renzo Piano), 마이클 홉킨스(Micheal Hopkins) 등에관한 다큐멘터리였다. 이들 거장 중 일부는 작위도 받았다.


제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금융시장이 세계에서 최고로 발달한 런던에서 하이테크 건축이 붐을 이룬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유럽 특유의 클래식컬한 옛 건물과 도심 주택가의 브릭맨션, 새로운패러다임을 보여주는 하이테크 초고층 빌딩의 조화가 런던 시내의 매력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 30 세인트 메리 엑스(30 St. Mary Axe)

 생김새가 오이를 닮아서 The Gherkin이라 부름. 베를린 국회의사당 라이히슈타크, 홍콩 첵랍콕 공항을 설계한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 남작의 작품


← 런던 로이즈 빌딩(Lloyd's of London)

 1986년 리차드 로저스(RichardRogers)에 의해 건축됨. 리차드 로저스는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함께 1977년 파리에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를 설립했음.



→ 더 샤드(The Shard)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작품으로 309.6 미터 높이(1,016 피트)의 초고층 빌딩. 렌조 피아노는 1977년 리차드 로저스와 함께 파리 퐁피두 센터 건립.


← 런던 시청(LondonCity Hall)  

달걀모양으로 the glass egg라고도 불리움. 2002년 노만 포스터에 의해 설립.






2. 런던은 유럽에선 보기 드문 바쁜 도시이다.


흔히 유럽하면 드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파리 세느 강변에 앉아 우아하게 푸아그라를 먹는 장면, 이탈리아 노천 레스토랑에서 남국의 따스한 햇살 아래 파스타를 먹는 장면, 독일의 크고 작은 성들에서 물씬 느끼는 중세의 느낌, 스페인 토마토 축제의 열기, 북유럽이나 스위스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며 하이킹하는 통쾌함일 것이다.     

물론, 런던이 제국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맞겠지만 런던의 또 다른 모습은 바쁘고 부산한 메가시티라는 것이다. 업무시간에 런던 시내에 나가보면 넥타이를 휘날리며 정장차림 또는 버버리 코트 차림으로 바쁘게 이리저리 오가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바쁜 시간을 틈타 샌드위치를 들고 서서 먹거나 시장, 건물 계단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모습은 느긋함과 복지를 상징하는 유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사회인 뉴욕 월 가(Wall St.)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세계 금융시장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면 런던은 1차 세계대전까지는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지금은 단일국가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의 뉴욕과 더불어 세계 2대 금융시장을 이룬다. 금융이 발달한 곳은 사람들이 항상 바쁘다. 일찍이부터 금융산업이 발달해서 그런지 런던도 사람들이 바빠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이지만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상징인 미국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은 퇴사한 내 옛 회사의 구주총괄도 영국에 있다.

하지만 유럽 어느 도시와 다르게 바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 느낌이 멋져 보인다. 때로는 버버리 코트를 날리며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큰 시장 속에서 경쟁하면서 살고 싶다는 야망이 생기기도 한다.


바쁘지만 메가시티 런던이 좋다는 스웨덴 북극권 키루나에 사는 친구 토바이어스도, 더 큰 시장을 꿈꾸며 런던에서 영화 연출을 하고 있는 노르웨이 친구 알렉산더도 그러한 야망이 있기 때문에 런던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싶다. 이렇게 런던은 소위 유럽에서는 가장 큰 물이라는 명목으로 내 안에 ‘나도 더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야망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러한 생각을 반영하여 옥스포드에서 공부하는 친구와 런던 시내에서 만나 한 명은 정장에, 한명은 버버리코트를 입고 노천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으며 런던 금융회사의 동양인 마케터를 흉내내보기도 했었다는…….




3. 오후 4시 30분


바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하이테크 빌딩 숲 런던도 오후 4시 30분이면 신기한 모습이 펼쳐진다. 일제히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많은 넥타이 부대들이 거리로 나와 맥주 한잔 하는 장면이다. 이제까지의 바빴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나와 근처 펍(Pub)에서 수다를 떨면서 맥주 한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면 벌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맥주가 생활의 일부인 런던만큼은 아니다. 어쩌면 오늘 하루의 일과가 이들의 이야기 꺼리 일 수도 있고, 요즈음 분위기 물어가고 있는 이성교제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김없는 모습은 손 위에 맥주를 들고 길가에 서 있다는 것이다. 넥타이에 정장 차림, 정장 차림에 배낭을 맨 채 하루의 스트레스를 맥주 한잔으로 날려버리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인다. 이들은 저녁 7시가 되기 전에 헤어질 것이다. 그들의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4.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아


한 프랑스인 친구가 ‘파리 사람들은 쌀쌀맞고 불친절하다. 그것이 런던과 다른 것 같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규정과 정확함을 좋아하는 깐깐한 독일사람, 친절함 속에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는 북유럽 사람 역시 다소 차가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국, 런던은 아니다. 런던이 메가 시티이지만 미국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은 사람들의 친근한 말과 따스한 행동에 있다.

카페에서 화장실에 갈 때에 문을 열어주면서 ‘Pal~!’ 하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나 길을 물으면 웃으면서 과~한 리액션으로 친절히 설명해 주는 모습, 맥주를 주시면서 ‘Catch You Up Later~!’를 외쳐주신 펍(Pub) 주인 할머니 등등 런던에서 만난 사람들은 개인의 울타리를 세우고 방어하는 느낌이 아닌 진정한오버 액션으로 다가와 주었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유럽 다른 도시에 비하여 대체적으로 친절하다. 이렇게 도심 한복판이지만 남녀노소 구분없이 쉽게 친해지고 편하게 말을 걸을 수있는 문화가 런던을 유럽내 다른 도시들과 구분해주는 중요한 점이라 생각된다.

→ 작년 11월에 찍은 왼쪽 사진 왼쪽 끝의 할아버지를 같은 펍에서 올해 5월에 다시 보았다. (오른쪽 사진 가운데) 그 할아버지는 약간 어색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름 포즈를 취해주고 계셨다.^^


이렇듯 클래식컬한 옛 것을 지키지만 하이테크로 새로운 획을 완성하는, 하루 일과로 바빴지만 맥주 한잔의 여유를 간직한, 제국의 자부심은 있지만 뻣뻣하지 않은 친근한 모습이 런던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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