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새벽 5시, 미국 뉴저지 이모부집
아침에 일찍 깨어났다. 거실에 나와보니 이모부와 이모, 어머니는 커피를 한잔하고 계셨다. 커피를 마시며 이모부는 신문지 위에 땅콩 껍질을 까고 계셨다. 우리가 먹으려면 그릇 위에 담아야 하는데, 신문지 위에 땅콩들을 올려놓는 게 희한하기도 했지만 한참 하던 이야기를 끊기 싫어서 그냥 두고 보았다.
그리곤~
잠시 후 거실 뒤 편 창문에 손님이 찾아왔다.
이모부는 창문을 열고 껍질을 까지 않은 땅콩을 밖으로 던져주었다. 다람쥐들이 신속하게 땅콩을 가져간다. 어떤 다람쥐는 뒷마당에서 바로 껍질을 까서 알맹이만 쏙 가져간다. 이모는 얌체라며 다람쥐를 내어 쫓는다.
그리고, 잠시 지나자 작은 다람쥐가 나타난다. 알록달록한 비단 줄무늬가 있는, 우리가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던 다람쥐이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나가셨다. 그리고, 직접 땅콩을 다람쥐에게 전해주셨다. 다람쥐는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아간다. 어머니도 자신의 손에서 직접 받아가는 다람쥐가 귀여우셨는지 얼굴에 미소를 지으신다. 이번에도 땅콩은 껍질을 안 깐 땅콩이었다.
어머니는 80년대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까지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3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할머니, 친할머니, 아버지의 병 수발을 드셨다. 자신의 바로 아래 동생이 미국에서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돌보시느라 한번도 가보시지 못하셨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동생 집에 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슬픔이 가장 크셨겠지만 모든 짐을 내려놓은 허무함 또한, 있으셨던 것 같다. 우리 가족 모두는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계획했고, 드디어 이모집에 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곳에서 동물로부터 작은 힐링을 받으셨다. 아침부터 어머니를 작은 추억으로 시작하게 해준 다람쥐가 고맙게 느껴졌다.
잠시후 블루제이(Blue Jay)가 왔다. 중간중간 참새들이 다람쥐들을 피해가며 땅콩들을 가져갔는데, 블루제이는 크기가 커서 그런지 여유롭게 다람쥐와 함께 있었다. 자신이 집을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듯 창문 쪽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서있었다. 그리고, 먹을 것을 다 먹었는지 자신의 길을 간다. 이번에도 땅콩을 껍질을 안 깐 땅콩이었다.
블루제이가 떠난 후 우리 모두는 씻은 후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약간의 후식과 차를 가지고 뒷마당으로 나왔다.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하는 여행이었고, 이제 어머니, 이모, 이모부는 자신들에게 주어졌던 버거운 짐들을 내려놓으신 상태이기에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시고 계셨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었다. 뒷마당 창 밖에선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새소리가 났다.
이모부와 함께 밖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카디널(Cardinal)이 왔다.
앵그리버드 그 모습 그대로. 조금 통통한 모습으로 왔다. 하지만 성격은 정반대이다. 앵그리버드의 늠름하고 화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겁 먹은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눈 앞에 땅콩이 있어도 주위를 살피며 다람쥐가 오는지, 다른 참새들이 오는지를 살피다가 땅콩을 하나 물고 바로 도망가 버린다. 만약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게 된다면 땅콩 없이 그냥 도망부터 갔다가 주위를 다시 살피고 돌아온다. 크기도 작고 부리도 작은 앵그리버드는 겁이 많기 때문에 껍질을 깐 땅콩을 던져주어야 신속하게 가지고 도망가 버릴 수 있다.
“도대체 이 겁 많은 새에게 앵그리버드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입힌 건지…..”
이 밖에도 토끼와 까마귀도 온다. 까마귀는 자신이 이 집 뒷마당의 주인인 양 뒷짐을 지고 마당을 배회한다. 토끼들은 이모부 속을 썩이는 최대의 적들이다. 그 이유는… 짐작하셨듯이 다 가꾸어 놓은 꽃들을 맛있게 드셔 주신다.
그들에게는 순서가 있으며, 우리에게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먼저, 최대의 강자는 다람쥐이며, 약자는 새!! 그 중에서도 카디널이 최약자이다.
다람쥐는 땅콩을 뿌리면 언제든지 온다. 껍질을 깐 것이건, 안 깐 것이건 모두 가져가서 자신의 창고에 쌓아두는 것이 이들 욕심쟁이들의 목표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먼저 껍질을 안 깐 것을 던져준다. 그러면 다람쥐들이 그것들을 챙겨서 자기 은신처로 간다.
그 사이에 껍질 깐 것을 던져주어야 참새와 카디널이 가져간다. 블루제이는 힘이 세기 때문에 껍질 안 깐 것을 던져 주어도 잘 가져간다. 하루는 실수로 껍질 깐 것을 먼저 던져주었다가 다람쥐가 독식한 적이 있다. 우리들이 보기엔 재미있어 보이겠지만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우리들의 작은 의무는 순서를 지켜서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
하루는 이모부가 뒷마당에서 바베큐를 구우신다. 창 안으로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평안해 보인다. 이렇게 이모부 집과 뒷마당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을 종합해보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생각된다.
식사를 모두 마친 후 이모부가 화단 쪽을 가리키며 따라오라고 손 짓 한다. 잘 정리된 화단에는 꽃이 만발했다. 이모부의 정성이 돋보이는 화단이었다. 이모부는 꽃 위의 벌을 살펴본다. 그리고 벌들의 등을 쓰다듬는다.
벌들은 이모부의 손길을 느끼며 그대로 있다. 보통 곤충이었으면 사람의 손을 피해 벌써 날아갔어야 됬는데….. 벌들이 겁을 상실한 것이다. 아니,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이모부 집이 처음부터 이렇게 동물들이 모이고 곤충들이 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한 주말은 잔디를 정리하고 그 다음 주말은 화단을 만들어보고 약간의 꽃도 심어보고……그러다 보니 뒷마당이 꾸며지고 동물들이 모이고 곤충들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모부의 뒷마당에 꽃 하나 심고 잔디 한번 정리하는 간단하고 소소한 일상의 변화가 모여져서 뒷마당을 인간과 동물, 곤충이 함께 즐기는 동물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거창한 것이 아닌 작고 소소한 변화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간단해 보이는 변화가 다른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화단의 꽃도 부지런히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폈다, 닫았다 한다.
이모부 집이 매우 부유하거나 거대하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을 기쁨으로 시작하는 것은 굉장한 일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기분 좋은 힐링을 받는다. 작은 습관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그것을 누리는 것은 인간과 자연 모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