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인기 Dec 29. 2016

매형과 함께 했던 추억의 여행

지난 몇 개월 동안 가족여행을 하던 중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옛 친구들과 재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모두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직장에서 미국 지사로 발령받은 친구들이 많아 우연히 미국에서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인끼~ 매형이랑 여행다녀왔어? 페이스북 보니까 매형이랑 잘 다니더라.” 

“어~ 가족여행하던 도중매형이랑 하와이 빅아일랜드 몇 곳이랑, 본토 서부여행 같이했는데?!”


친구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내가 매형이랑 단둘이서 여행다니는 것이신기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리가 가족여행을 하면서 하와이 코나(Kona)에한동안 있었을 때, 큰누나의 허가?!로 매형과 둘이 빅아일랜드(Big Island)를 간단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두남자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사우스 포인트(South Point)

끝없이 펼쳐진 코나의 해안도로를 무한질주로 달렸다. 한국에서도 185km/h까지 밟는 나였기에 매형은 운전대를 나에게 절대로…절대로 맡기지 않았고, 나의 악명 덕분에 나는 질주하면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블랙샌드 비치(Black Sand Beach)

모두들 매형과의 여행에 대해 의아해 할 수 있겠지만 매형이 결혼하여 우리 가족이 되었을 때, 딱딱한 집안 분위기에 진정한 활력소가 되었다. 솔직히 부모님께는 미안하지만 자식들보다 우리 부모님께 더욱더 잘 해드렸던 매형 덕분에 뻣뻣했던 집안 분위기도 차츰차츰 누그러졌다. 내 개인적으로는 형이 없었기에 매형을 정말 편하게 형처럼 대했다. (아직도 매형을 그냥 ‘형’이라고부른다.) 성격이 강한 우리 집 사람들에게 매형은 어느 순간 스며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펴지 않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매형을 우리 모두는 좋아한다.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매형이 가장 좋아했던 풍경 (사우스 포인트에서 블랙 샌드비치 가는 길)

두 남자가 사우스 포인트(South Point)에서 블랙 샌드 비치(Black Sand Beach)로 질주하는 도중 매형이 갑자기 차를 세웠다. 이름도 없어 전망대라고 하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 도로에서 매형은 물끄러미 산과 초원, 바다와 구름을 바라보았다. 평소에 크게 내색을 하지 않는 매형이기에 이렇게 멈춘 것이 신기했다. 매형에게는 유명한 경승지가 많은 하와이 여행 중에서 이름조차 모르는 이곳 풍경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후 매형과 둘이 미국 서부여행을 한적도 있었지만 매형이 자의적으로 차를 세워 감탄했던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 

화산 국립 공원(Volcano National Park)

나의 사진찍기로 인한 늑장으로 저녁이 다되어 화산 국립공원에 도착하였다. 국립공원 내에서 여러 유명한 관광 포인트를 가던 도중 길을 잘못 들어 조금은 으슥해 보이는 길을 달렸을 때의 일이다. 한참을 달려도 끝이 다다르지 않아 걱정을 하였는데, 매형이 갑자기 “여기 무슨 마법의 나라 같지 않니? 저 나무 뒤에서 오크나 마법사가 튀어나올 것 같아.”   


“어~ 맞아맞아.”

나 자신도 이 길의 시작부터 여기가 조금 음산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매형이 정확한 표현을 잡아주었다. 그러면서도 나이는 많지만 오크나 마법사를 생각할만큼 생각이 말랑말랑한 매형이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은 음산한?! 길을 40분간 한참을 달렸다. 물론, 길은 그렇게 음산했지만 우리는 그 길을 함께 달렸다. 용암이 쓸어버린 초원 위로 공룡과 오우거가 튀어나오고 마법사가 날아다니는 이 길의 끝을 달려 우리는 별 빛이 쏟아지는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 매형과 함께 했던 그 로드트립의 여운은 계속 남는다. 




몇 개월 후 매형과 큰누나, 조카는 매형의 공부를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지내게 되었고, 우리 가족 모두는 인생의 한때에 그 곳에서 날씨만큼이나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매형과 또 한번의 로드트립을 결심하였다. 이름은 서부 사막투어~! 

미국 서부의 캐니언과 모뉴멘트 밸리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이번에도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매형은 운전을, 나는 사진을 찍게 되었다. 지난번 빅아일랜드에서 해안가와 용암지대를 달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사막과 초원을 달렸다. 지난 빅아일랜드를 여행했던 6개월 뒤 다시 두 남자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


앤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


홀스 슈 밴드(Horseshoe Bend)

여행을 한참 다니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사진을 찍고, 필요하면 매형한테 세워달라고 하고 사진을 찍고, 풍경사진이 있으면 정신없이 집중해서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덕분에 좋은 사진들도 많이 건졌지만…..


반면에 매형은 최소한의 사진만 찍고 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찍고, 내가 절벽 근처에 서면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덕분에 내 인생 사진들은 모두 형한테서 카카오톡으로 받았지만 나는 형의 결정적인 사진이 없었다. 이것이 형과 나의 차이였던 것 같다. 나는 내 목표가 있으면 정신없이 그것에만 집중했지만 형은 여행을 하면서 우리를 생각했고 내가 추억에 남을 장면들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루트66 윌리엄스 (Route 66 Williams)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모뉴먼트 밸리에 갔을 때였다. 해가 점점 지고 있는 가운데, 나는 모뉴먼트 밸리에서 해가 지는 것을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찍고 싶었다. 적어도 세시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조심성 없이 형한테 기다려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매형은 ‘오케이’라고 답했고, 한참 동영상 촬영에만 집중하는 나를 이리저리 체크하면서도 기념품 가게를 왔다갔다했다. 그리고, 어느덧 기념품 가게는 문을 닫았다. 덕분에 나는 타임랩스로 모뉴먼트 벨리 선셋 동영상을 촬영했다.     

촬영을 마친 후 매형을 찾아 다녔다. 매형은 전망대 옆면에서 방영하는 존웨인(John Wayne)의 흑백 영화를 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겨웠을까….. 형을 찾았을 때 전혀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않고 우리는 숙소로 이동했다. 형한테 정말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캐니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화장실에 가고자 튜바시티(Tuba City)라는 곳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렀다. 인디언 보호구역 내에 있는 도시 같은데….. 슈퍼마켓에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를 제외하곤 모두가 인디언들이었다. 구릿빛 피부에 덩치가 커 보이고 눈 주위가 검은,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인디언과 같은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본 후 화장실을 나와서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떠났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빅 아일랜드의 마법사가 나올 것만 같았던 그 어두웠던 길 이후 최고의 위기였다고 이야기하며 그 마을을 빠르게 벗어났다. 단, 두 번의 묘한 위기였지만 그 경험은 우리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사막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후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늦은 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였지만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반면에 매형은 운전에 너무 피곤했는지 저녁을 먹자마자 호텔에서 완전 뻗어버렸다. 벨라지오(Bellagio) 호텔에 머물렀지만 형은 그 유명하다는 분수 쇼도, 야경도 보지 못한 채 잠자리로 들어가버렸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일찍 잠에서 깨어서 캘리포니아 집으로 향하였다.

라스 베이거스(Las Vegas)

섬에서 그리고, 대륙에서 우리는 함께 해안과 용암지대, 사막과 초원, 때로는마법사와 공룡이 튀어나오는 신비의 숲으로, 때로는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인디언인 마을을 우리는 함께 달렸다. 정말 산전수전 다 겪은 것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 곳에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형이 없었기 때문에 매형을 따랐고, 어떠한 때는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매형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근본적으로 내가 좋으면 그냥 그것 자체로 이해해 주려고 했고 더욱더 친근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도 매형과 여행했던 이야기들을 하면 친구들은 놀람 반, 부러움반이다.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 유럽여행은 전문가라고 자부할 수 있지만 땅이 넓은 미국에서는 자동차로 달리는 거리를 측정하며 숙박과 함께 동선을 잡아야 했기에 모든 것을 매형한테 부탁했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을 마련해준 매형한테 이 자리를 비로소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금은 특별했던 크리스마스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