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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Jan 09. 2020

아이 셋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다섯 명이잖아요. 택시 타면 안 돼요.

우리 부부는 아이가 셋이다. 9살, 6살, 4살. 자랑을 조금 해야겠다. 막내는 딸이다.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도착했다. 김해공항 국제선을 나왔을 때 커다란 여행용 가방은 두 개, 아이는 셋.  

“다섯 명이잖아요. 택시 타면 안 돼요!”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기사가 승차를 거부한다.  
“밴(van)을 타고 가셔야죠.”
그랬다. 여행 내내 그랬다. 여행은 녹록지 않았고 돈은 만만치 않았다. 

밴(van)을 타면 돈이 더 들고 버스를 타면 힘이 더 들었다. 돈을 줄이려면 버스에서 잠든 아이를 둘러업고 커다란 가방을 내리는 어려움까지 견뎌야 했다. 여행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해외여행 일정을 계획하면서 우리 부부는 세 가지에 합의했다.

첫째, 숙소는 자주 옮기지 않는다. 다양하게 보는 즐거움보다 숙소를 옮기는 번거로움을 우려했다.

둘째, 이동 시간을 줄인다. 한적한 시골보다 시내 한복판에 숙소를 잡고 머무르기로 했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버스 대신 기차, 택시, 배를 타는 데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셋째, 하루에 한 곳만 관람한다. 결혼 10년 차. 하루에 두 가지 이상의 행위는 아이들을 잠들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무리한 여행 계획은 군대 행군이 될 수 있다. 고작 서너 군데 둘러보는데 5박 6일 자유여행으로 계획한 것도 고스란히 여행으로 남기고 싶어서 그랬다. 

저녁 식사는 음식을 포장해서 숙소에 풀어놓고 우리끼리 편하게 먹기로 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떼쓰는 아이들과 먹는 스파게티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먹는 짜파게티가 더 맛있을 때가 있다. 음식 맛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고 흔히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음식 맛은 식탁에 함께 앉은 아이들 기분이 늘 좌우한다.


“떠나지 않으면 추억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떠났고 추억이 생겼다.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아이들이 경험한 추억을 부모와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역설이지만, 힘들면서 기쁘고 불편하지만 즐겁다. 어른들을 웃음 짓게 하는 능력을 지닌 아이들과 함께하면 언제나 행복하다. 아이들은 길거리 재즈 연주에 흥겹게 춤을 추었고 아내와 나는 맥주 한 잔에도 행복했다. 활짝 핀 꽃들은 거리를 수놓았고 밤하늘 빛나는 별과 조명은 거리를 빛으로 물들였다.


나는 중학생이 되고 부모님과 여행을 함께 하지 않았다.
“나 집에 그냥 있으면 안 돼?”
중학교 1학년 때 외갓집에 같이 가자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에게 나는 퉁명스레 말을 내뱉었다. 요즘 아이들은 시기가 더 빠르다고 한다. 아이들과 가족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아이들이 없으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왠지 서운한 기분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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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아이들은 12살, 9살, 7살이다.

해외여행.

짜증 나고 힘들고 즐거웠던 여행이

재미있고 신나고 즐거운 여행으로 기억에 남았다.

다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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