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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Dec 18. 2019

동요 '꽃밭에서' 2절을 들었다

아침에 활짝 피는 채송화.

새끼손가락 물들이던 봉숭아.

짧은 시간 피고 지는 나팔꽃.


동요 '꽃밭에서' 가사를 보면,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 봉숭아, 나팔꽃이 활짝 피어 있다.


우연히 2절을 듣게 되었다.


애들하고 재미있게 뛰어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을 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


동요 속 아빠는 이렇게 말을 한다.


"꽃을 보며 살자."

"꽃같이 살자."


돈 보고 살지 말고

꽃 보고 살자고 말한다.

세상에 찌들어 살지 말고

살면서 꽃을 보는 여유를 갖자고 아빠는 말한다.


오늘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대뜸 아버지는 충북 영동에 있는 2억짜리 전원주택을 사자고 하신다.

또 '유튜브'를 보셨다.


"우리 형편에 어려워요"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지만

나는 아버지가 어머니 말씀처럼 '미쳤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잔한 마음에 확 대출이라도 받고 싶다.

하지만 아내는 태권도 1단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아내의 발차기가 두렵다.


"마당에는 꽃을 가꾸고 잔디와 나무를 심을 거야"

아버지는 손자, 손녀들과 내가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하신다.

중국에 나가 있는 동생네 가족이 한국에 오면

아래층 주민이 항의하는 불편한 아파트 말고

편한 주택에서 마음껏 놀자고 하셨다.


"돈이 없잖아요"

나는 꽃밭에서 놀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동생은 혹시 돈이 있을까 싶어 연락을 하고 1억을 부탁했다.

당연히 없지만 돈이 있어도 차라리 밭을 사서 '태양광 사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위대한 자본주의는 먼동 머금은 아침 햇살을 바라보는 인간이 '태양광 사업' 따위를 떠올리도록 바꿔 놓았다.  


'아버지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를 보며 꿈을 꾸시겠지?'

40년을 넘게 가족을 위해 일하셨는데 꽃밭에서 못 놀게 해 드려 죄송하다.

아버지는 작년에 칠순을 넘기셨다.

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채송화, 봉숭아, 나팔꽃이 핀 꽃밭에서 뛰놀던 그 아이...

나중에 꼭 아빠 말씀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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