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번성한 도시를 가득 메운 인파로 주차 공간이 매우 부족한 곳이기도 하다. 도착해서 동네를 서너 바퀴 돌며 주차할 곳을 찾고 있었다. 마침 서있는 차들 사이로 비어있는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잽싸게 주차를 하고 나니 눈앞에 작은 팻말 하나가 보였다.
"쓰레기 수거 지역"
"쓰레기 수거차에 방해될 시 견인 조치함!"
어렵게 찾은 자리를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 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후진기어를 넣고 조심스레 후진.
그때였다.
"꽝! 꽝! 꽝!"
우렁찬 소리 세 번.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나는 누가 내차 뒤에서 총을 쏘는 줄 알았다.
'이게 무슨 소리지?' 사이드 미러를 보는 순간 몸은 떨리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차 옆으로 흘러나오는 수많은 국물들... '뭐지?' 아. 내가 건드렸다. 음식물 수거통 흔히 짬통이라고도 하는 그것.
나는 짬통 세 개를 차례로 들이받아 엎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괜히 왔다'
'내 여자 친구도 아니고 봐서 뭐한다고 왜 여기까지 왔을까'
후회했지만 소용없다.
엎질러진 짬통이다.
세 개의 통들은 도미노 현상으로 나란히 쓰러져 누워있었다. '왜 이렇게 면발들이 많은 거지?' '아, 옆에 중국집이 있구나' 그 집 매상을 자랑하듯 쏟아진 짬뽕 국물과 면발.
지나가는 학생들은 코를 막고 수군거렸다.
지금 저 여학생이 친구와 귓속말로 무슨 말을 하는지 물리적으로 들리지 않아야 했음에도
다 들리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차 안에서 내 몸은 얼어붙어 바보가 되었고 창피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몇 분의 정적이 흐르고 나는 어떻게든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 도망치자!" 비겁하지만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재빠르게 전진 기어를 넣고 차를 앞으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달~ 당~ 달~ 당~" "무슨 소리지?" 차에 내려 뒤를 보는 순간 기절할 뻔했다. 짬통이 차에 박혀 따라오고 있었다.
짬통에 국물과 면발들은 거리에 기찻길을 수놓았다.
짬통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때 SUV 차량 아래 스페어타이어 밑으로 부딪혀 밀려 들어갔다. 짬통은 스페어타이어와 정확히 맞물려 있었다. 맨손으로 짬통을 잡았다.
빨리 빼내고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은 생각뿐 이였다. '더럽다는 생각?'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찌나 깊이 박혔는지 정말 죽어도 안 빠졌다. 주차선을 나온 내차는 1차선 도로를 막고 있었다.
앞뒤로 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길을 비켜달라며 서로 빵빵댄다.
비켜주기 위해 다시 차에 올라탔다. 후진기어 넣고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야 했다. 또 "당~ 달~ 당~ 달~" 소리가 들렸다. 주차를 다시 하고 차에서 내렸다. 아뿔싸! 후진을 하자 조금 전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짬통이 더 깊숙이 박혀 버렸다. 그 사이 지나가던 학생들은 두 배로 늘어났다. 아예 자리를 잡고 구경하는 이들도 생겼다. 나는 황급히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일 났어. 빨리 와서 나 좀 도와줘. 제발"
"왜 무슨 일이야?"
"쓰레기가 꼈어!! 지금 국물 때문에 미칠 거 같아"
"뭐?"
"아. 죽겠네! 빨리 와봐!"
다행히 친구들은 잽싸게 나와주었다.
어이없는 상황을 확인한 친구들은 나에게 욕을 한 바가지 먹였다. 투덜대는 친구들이 차 뒤에서 짬통을 붙잡기로 했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서 앞으로 차를 조금씩 이동했다. 짬통을 빼내고 다들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있을 때 요리 학원에 다니던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