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예매해 드렸다. 나는 책으로 먼저 만났는데 읽고 나서 귀가 시간이 두 시간 빨라졌다. 아버지도 여자로 살아온 어머니의 수고를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영화를 추천했다.
그날 저녁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소감을 여쭤봤다.
“영화 어땠어요?”
“슬프더라, 영화 보는 내내 울었어. 우리 딸도 저렇게 힘들었을 텐데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아, 어머니는 영화를 보면서도 여동생 걱정을 하셨나 보다.
“아, 아빠는? 뭐라고 안 하셔?”
“응, 별말 없으셔. 영화 '조커'가 더 재미있다고 보래.”
실패다. 82년생은 어림없다. 영화가 ‘52년생 김영자’ 정도는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