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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Mar 01. 2020

하필이면 신천지고 공교롭게도 대구다

원망스러운 코로나19 

하필이면 신천지고 공교롭게도 대구다.

우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욕을 먹는다.

신천지 신자가 아닌데도 밝혀진 동선을 따라 온갖 비방하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욕이고 커피숍을 가도 그렇다.    

만약 술집에 노래방이라도 갔다면 친일파 맞먹는 댓글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라고 별 수 있겠나'

내 이동 경로가 밝혀질 수 있다.

상가 건물 화장실 가는 것도 신경 쓰이는 요즘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기관사는 회사와 가족, 지역사회를 비롯해 지인들에게까지

감염관리, 기피대상 1호가 되었다.

나는 그래도 다행이다.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직장 동료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 판국에 사람들이 건네는 농담 섞인 말 한마디가 따뜻하게 들리겠나.   

만나면 한 숨부터 쉰다.


중국 칭다오에서 일하는 사촌 누나는 대구 사람이다.

두 달 전 일찌감치 한국으로 피난(?)을 와서 줄곧 대구에만 있었는데 일이 터졌다.

이제는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누나는 중국에서 온 대구 사람인 거다.

현대판 주홍글씨가 따로 없다.

'그나마 종교가 없어서 다행인 건가'


사촌 누나가 입국하고 뒤를 이어 중국 상하이에 사는 여동생도 입국했다.

일하는 남편을 중국에 두고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지 한 달이 넘었다.

동생은 부모님 댁과 우리 집을 오가며 지낸다.

아내는 중국에서 동생네 가족이 오자마자 막내딸을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았다.

주변 부모들에게 괜한 오해 사기 싫다고 한다.  

나도 중국에서 동생이 왔다는 얘기를 회사 동료들에게 굳이 하지 않았다.


한 달째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데 죽을 맛이다.

우리 아이 셋과 조카 둘을 합치면 다섯이다.

두 집 살림을 한집에서 하는 기분이랄까.

가끔 아내가 두 명인 거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동생은 퇴근 시간과 휴일을 맞춰 우리 집으로 온다.

퇴근 길이 두렵다.

'그래도 나는 동생이지만 아내는 표현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괜찮다고 하지만 나보다 17배는 힘들 거다.

심지어 동생은 아내보다 나이가 많다.

여동생과 아내가 어릴 때 동네에서 알던 친한 사이고 평소에도 잘 지내 다행이지만...

그래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무조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나도 안다.

남편이라는 이유로 나중에 욕을 먹게 되어 있다는 걸.  

하지만 우선 상황을 넘겨야 한다.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우선이다.

욕은 나중 문제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남편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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