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얻었지만, 아들을 잃었다

사랑한다는 말만은, 늦지 않기를

by INKiTH

그 일은 내 인생 한 단락의 종결이자,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가족이라는 든든했던 울타리가

언제부턴가 교도소의 담장처럼 느껴졌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 벽은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무너져 내렸다.

평생 함께할 것이라 믿었던 관계가 조용히 끝을 맞았고,

나는 자유를 얻었다.


낯설고 어색한 자유였다.

혼자가 된 일상에 적응하려 애쓰던 사이,

아들과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졌다.

어느새 연락이 닿지 않는 날이 이어졌고,

그제야 깨달았다.


몇 번이나 메시지를 쓰다 지웠다.

“미안하다”는 말까지 적어 놓고도 결국 보내지 못했다.

화면에는 쓰다 만 문장만 남아 있었다.


어렸던 아들에게는

그 모든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아팠을까.

아빠가 미웠을지도 모른다.


아들과의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애썼지만,

그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낯선 자유를 얻은 대가로

나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다.


아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후회와 그리움,

하나뿐인 손자를 보지 못해

속상해하시는 부모님 앞에서의 죄스러움,

그리고 지금의 현실 앞에서의 무력감이

하루하루를 짓눌렀다.


길을 걷다 보면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웃음소리,

아빠와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

어디선가 "아빠"라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한마디가,

잊고 지내려 애써도 내 안에 남아 있는 그리움을 흔들었다.


몸은 피곤한데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 많아졌다.

눈을 감으면 아들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웃음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기약 없는 희망이 나를 지치게 했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아들을 걱정하며 "너무 애쓰지 마라." 하시던

부모님의 말씀이 위로이자 또 다른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날 이후,

잊고 싶었다.


잠시라도 잊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의미 없는 술자리도 가져보고,

영화도 보고, 평소 하지 않던 게임도 해봤지만

돌아서면, 다시 그 자리였다.


그때서야 알았다.

문제는 잊는 게 아니라, 견디는 일이었다.

여름휴가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아무 계획 없는 휴가 기간

그저 조용히 책 한 권을 읽고 싶었다.

검색을 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고명환 작가의 『고전이 답했다』였다.


별생각 없이 펼친 책 속에는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한 글들이 담겨 있었다.

읽는 동안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지금까지 나는

고통을 피하려고만 했던 건 아닐까.

힘든 시간을 피하지 않는 것,

그게 내가 다시 일어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책을 찾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문장을 읽다 보면

마음이 조금은 덜 흔들렸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에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문장을 붙잡았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고요한 새벽,

아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그립다.

얼굴을 맞대면 느껴지던 부드럽고 뽀얀 살결,

품에 안으면 전해지던 따뜻한 온기와 숨결이

이 차가운 새벽 공기를 포근히 감싸줄 것 같다.


그리움은 여전히 내 안에 있지만,

이제는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는 버티는 법을 조금씩 익혔다.


창밖으로 희미한 새벽빛이 번져온다.

나의 어둠도 이 빛처럼, 조금씩 옅어질 것이다.


언젠가 아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아빠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되길 바란다.

내 아들 태민아 사랑한다. #송태민

#INKiTH #잉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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