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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lings Dec 08. 2016

#01 퇴사의 추억

평균의 삶을 그만두다.

#01

나는 어떤 생각으로 살았나, 그리고 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나.



평균의 삶을 지향하다.


시간은 우리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시간은 단지 우리를 펼쳐 보일 뿐이다.
막스 프리쉬


고등학생 시절까지 무엇에 특별한 관심을 쏟지도,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으며 지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도 별로 없었다.

누가 물으면 당당하게 만화의 대사를 읊조리거나, 이도 저도 안되면 일본에 가서 초밥이나 배우겠다고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항상 생각했던 것 같다.

평균 이상만 하자.
쪽팔리지만 말자.


그래서 공부를 하다가 안 하고, 또 안 하다가 했었다.


운칠기삼이라 했던가,

운의 힘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하고, 입학해서 밴드도 가입해 놀다 보니 어느새 적응해 있었다.


그리고 재수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었지만, 합격 소식을 전했을 때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생각을 접게 되었다.

아마 그 순간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됐다.. 

그리고 특별한 목표가 없으니 다시 공부하는 게 귀찮기도 했다.




꿈이라 믿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봤자 소용없다. 필요한 일을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윈스턴 처칠 


어렸을 때의 막연한 꿈은 아침에 깨어나면 불현듯이 변해있곤 했다.

편하게 돈을 버는 것 같았던 한의사에서부터, 러브하우스를 꿈꾸던 건축가까지...

그리 많은 꿈을 꿨던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꿈을 꾸게 된 강한 동기도 없었다.


누가 나에게 꿈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한적도 내가 나에게 물은 적도 없었다.


그렇게 문득 떠오른 직업들을 꿈이라 여기며 대학 진학까지 오게 되었고,

부모님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적정 대학과 꿈이라 믿던 전공을 찾던 중 자율전공학과에 들어가게 되었고, 성적순위에 치여 건축은 포기하고 도시계획을 전공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느새 "바뀐 전공도 맘에 들고, 전공으로 삼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라는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고 졸업할 때는 해당 분야에서 이름 하나는 남기고 죽겠다는 이야기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까지도 나는 왜 내가 그 분야에서 먹고살려고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졸업할 때가 돼서 취업을 하고, 취업을 하면서 마땅한 이유를 둘러댄 것이다.



성장을 믿다


쉽게 빠져나가는 방법은 없다. 있었다면 그 방법을 썼을 거다. 
정말이지, 그런 방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일 거다!
오프라 윈프리


박봉과 야근/휴일 출근에 시달리는 2년을 보내고 난 뒤,

꿈이라 믿던 것은 다 사라지고 그저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고, 갑의 위치에 가까울 수 있는 분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회사로 옮긴 뒤 생활은 나아졌지만 삶은 큰 변화가 없었다.


취업 공고에 떠있던 회사의 비전과 부서의 비전은 언제 시도할지 모르는 버킷리스트에 불과했고,

그렇게 나는 그저 월급을 받기 위해 회사의 일을 맡는 것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상황 속에서도 나는 계속 자기합리화를 시도했다.


지금 순간에도 나는 성장하고 있고, 언젠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거야...


그렇게 기회가 주어지고 나면, 나는 더 큰 경험과 지식을 갖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사는 걸까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자리에 들며 그 사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것이다.
밥 딜런


그러다 진급을 하게 되고, 진급 교육 강사로 3P바인더 대표인 강규형 대표님의 강의를 들으며 

멍하던 삶에 도끼를 찍은 듯 갑자기 정신이 번쩍 깨었다.


인생을 왜 살고 있는지, 인생을 계획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질문을 하셨는데,
전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직장에서 성장하며, 더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되는 것에만 급급했으며, 내 인생은 전혀 계획하지 못했다.


그렇게 교육이 끝나고, 나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 평일 저녁과 주말에 도서관에서 비전 관련된 책을 펴놓고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대체 뭘 하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노트에 적으며 고민했다.


그렇게 진짜 시도해보고 싶은 일을 찾았고, 이듬해 회사를 다니며 대학 후배 K군과 취미 같은 첫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끝을 봐버리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윈스턴 처칠


회사를 다니며 준비한 첫 프로젝트는 설계과정에서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하여 중단되었으나, 

나는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의 부족함과 직장생활에서 오는 피로감을 핑계로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하게 되었고,

나는 결국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퇴사 시점을 정했던 순간은 회사의 본질을 깨달은 때였다.


계약하고 서로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 그것이 비즈니스의 기본이라 한다면,

그들은 나와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었고 내 이익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 회사의 주인은 가까이에 없었고,

대리인들은 그저 내 월급값을 뽑아내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계약관계에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 비용이 지불된 기계와 비슷했다. 


그러다 인사팀장과의 면담을 진행하게 되었고, 회사의 컨트롤타워는 텅텅 비어있음을 깨달았다.


이러려고 이 곳에서 4년 반을 보냈나 자괴감 들어..


물론 배운 것도 많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하게 된 것은 감사한 기회였지만,

4년 반의 시간은 좀 아까웠다.


그렇게 결국 나는 회사와의 고용계약을 파기했다.



요약.
1. 아무 생각이 없이 살아왔다
2. 꿈이라 생각하며 가봤지만 결국 내 꿈이 아니었다
3. 왜 사는지 생각하다 보니, 결국 회사에 남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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