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기자를 연결하라
많은 기자들이 열심히 일합니다. (기레기 얘기는 일단 뺍시다. 저도 요즘 기레기 때문에 짜증 많이 납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특종 쓴다고 아주 큰 보상을 해 주진 않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그달 제일 큰 특종한 사람한테도 100만원 정도밖에 안줬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일합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기자 중에 밤에 취재한다고 추가 수당 달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새벽에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예를 위해, '물 먹지' 않기 위해 일합니다. 일종의 문화입니다.
기자 때부터 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열정에 비례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열심히 일할까" 취재한만큼 기사쓴만큼 비례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열심히 할까. 그리고 그 열심히 전반적인 저널리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같은 생각의 걸림돌은 플랫폼입니다. 여기서 플랫폼은 언론사도 되고, 네이버 같은 포털도 해당됩니다. 플랫폼은 수익을 자기가 독점하려 하거든요. 크리에이터에게 나눠주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같은 구조가 취재 열의를 떨어트리고 저널리즘의 질 저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크리에이터에게 과감하게 수익 분배를 하고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게 하면 어떨까요. 크리에이터들(혹은 기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테고, 홍보도 열심히 하겠죠. 그러면 플랫폼 전체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파이가 커지면서 플랫폼도 더 꾸준히 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QUE가 1인 미디어를 위한 소셜 서비스 큐피드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자에게 수익을 더 많이 배분해 주려는 시도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스팀잇'도 그런 시도의 일부지만, '언론사'로서 '기자'에게 수익을 더 많이 주려는 시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시도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1. 시빌(Civil)
블록체인 기반 저널리즘 플랫폼입니다. 아예 'save journalism'을 목표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언론은 아니고 언론사에 언론에 최적화 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임대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하면 될 듯 합니다.
내세우는 강점은 두가지 입니다. 가벼운 것 부터 얘기하자면 블록체인 특성상 한번 올라간 콘텐츠에 손을 대지 못합니다. 자연스레 외부 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수익입니다. 스팀잇과 비슷한 구조로 기자들에게 수익이 갑니다. 자신이 쓴 기사가 많이 노출되거나 댓글이 많이 달리면 기자가 돈을 법니다.
재미있는 점은 독자가 직접 저널리즘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Civil이 발행한 CVL 토큰을 사면 기사에 관여할 권리가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남윤선 기자가 쓴 기사가 마음에 안들거나 내 생각에 팩트가 틀린 것 같다. 그러면 돈(CVL)을 겁니다. 도전을 하는 겁니다. 남윤선 기자는 이를 받아들이고 수정하거나, 혹은 같은 양의 돈(CVL)을 걸고 승부를 합니다. 그러면 커뮤니티의 다른 멤버들이 서로의 설명을 듣고 누가 이겼나를 판단합니다. 이긴 쪽은 양측이 건 돈의 상당수를 가져갑니다. 이같은 구조를 통해 가짜 저널리즘이 플랫폼 안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면서 플랫폼의 퀄리티를 유지합니다. 위키피디아랑 비슷하지만, 거기에 돈이 걸립니다. 물론 CVL을 많이 모으면 파워가 올라갑니다. 이 부분에서는 스팀잇과 비슷합니다. 다만 좀 더 저널리즘에 집중한 구조입니다.
단순히 기사에 대해서만이 아닙니다. 개발자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능이 필요하다라든지, 혹은 지금 있는 기능이 이상하다면 위의 방법과 마찬가지로 '승부'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플랫폼의 기능적 퀄리티도 선순환을 그릴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2. 팩티오(Factio)
두번째는 팩티오 입니다. "사람들은 언론사 보다는 자신이 믿을만하다고 판단하는 개인을 더 신뢰한다"는 철학에서 생겨난 플랫폼입니다. (아직 나오지 않았고 4월 중 런칭된다고 합니다.)
일종의 소셜미디어 구조라고 합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기자를 팔로우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펀딩을 통해 해당 기자에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취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팩티오에는 기성 언론사의 기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데, '취재 뒷얘기' 같은 것을 여기서 풀어주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혹은 지면 제약으로 담지 못한 사례들이나 기자의 인사이트도 좋습니다.
멤버십 프로그램도 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처럼 "이만큼만 내면 다 볼 수 있다"인 것 같습니다. 3달러, 5달러, 10달러 3단계 구독 시스템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기자에게 70%를 배분한다고 합니다. 나머지 30%로 팩티오는 마케팅도 하고 플랫폼도 운영하고 수익도 남긴다고 합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대형 플랫폼들이 요즘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번 페북의 정보 노출 사건은, 사람들이 페북을 끊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대안이 될 만한 다른 미디어를 찾는 시도를 하게 되는 계기는 될 것 같습니다. (QUE라든지/3월28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뉴스앱 1위라나.)
좋은 크리에이터를 페북보다 나은 조건으로 영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업계에서도 이런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기레기 정말 많습니다. 저도 치를 떱니다. 그래도 저는 잘 훈련받은 기자만큼 좋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즘의 혁신은 기자로부터 시작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