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본질은 유지하고, 정신을 바꾸다.
쿼츠는 어떻게 글을 쓰나. 라는 글에 이은 두번째 글입니다. 쿼츠의 스타일가이드 Section 2: On Writing 부분을 번역해 요약한 겁니다. 이전 글에도 말씀드렸듯, 아주 옛날 버전입니다. 쿼츠는 스타일가이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감상평을 먼저 말씀드리면, Section 1과는 달리 이 부분은 제가 기자시절 배운 글쓰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장론'에 대해 고민한 많은 위대한 소설가들, 작가들, 기자들과 맥을 같이 합니다. 쉬운 단어를 쓰라, 단문을 쓰라, 명사화 하지 마라, 복문을 쓰지 마라, 형용사 부사 남발하지 마라, 멋내지 마라. "어쨌든 쉽게 써라!!!!!"
기성 언론과 다른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목을 쓸 때 원칙 같은 점이 그렇습니다. 소셜과 모바일을 제 1 원칙으로 삼습니다. 준엄한, 명령하는 식의 제목을 삼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언론이 많이들 그러는데) 어설프게 객관화 시키려고 전문가 멘트를 따지 말라고 합니다. 니가 하고 싶은 말 하려고 어설픈 권위에 의지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분명히 하고 충분히 설명을 쓰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독자를 기만하지 말라는 겁니다.
1. 분명하게 써라
“꼼꼼한 작가는 매 문장을 쓰기 전에 스스로에게 네가지는 묻는다. 내가 뭘 말하려고 하는가, 어떤 단어가 이것을 설명해 주는가, 어떤 이미지나 관용구가 이를 더 분명히 해주는가, 이 이미지는 영향을 줄 만큼 충분히 신선한가. 그리고 아마 그는 두 가지를 더 물어볼 것이다. 더 짧게 쓸 순 없는가. 피할 수 있는 어글리한 문장을 쓰진 않았는가." 더 짧게 얘기하면 “딱 하나의 원칙만 본다. 분명하게 써라.” 요즘 글쓰기에서의 문제는 이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2. 간명하게 써라
인터넷에서 진짜 한계는 공간이 아닌 관심이다. 핵심을 깔끔하게 정리해라. 그게 품위있고 즐겁고 정보가 풍부하고 흥미로운 글쓰기의 모든 것이다.
목표는 서두부터 끝까지 읽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이어질 때 끊기는 부분을 줄이는 것이다. 이 끊김이 독자들을 떠나게 한다. 만약 한 문장이 다른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읽어지는 것을 돕는다면, 당신은 30만 단어의 소설을 읽을 수 있다.
3. Don’t Clear your throat
언제나 글을 쓸 때는 깔끔하게 정리된 장면이나 몇 개의 레토릭으로 시작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이걸 ‘throat clearing’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글쓰기를 생각해라.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볼 때 그저 빨려들어가듯 읽어야 한다. 두번째나 세번째 패러그래프에서 시작해도 아무 문제 없는 글이라면, 거기서 시작해라.
4. 짧은 단어를 골라라
관료들이나 마케터나 정치인이나 난독을 즐기는 사람들은 긴 단어를 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긴 단어가 더 공식적이고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짧은 단어는 스타일 상 중요할 뿐 아니라 언어학적으로 중요하다. 짧은 단어는 당신과 당신이 묘사하고 있는 대상간의 거리를 벌려준다. 그러므로 당신은 그들에 대해 다른 언어로 쓰게 된다. 그들의 뷰로 묘사하지 말고 너만의 뷰로 묘사해라.
짧은 단어는 읽는 속도도 빠르게 해 준다. 힘도 있고 공간도 적게 먹는다. 언젠가 이코노미스트가 쓴 대로 한음절로만 구성된 문장을 쓰는게 최고다.
“짧은 단어가 최고다. 담백할 뿐 아니라 힘이 있다. 분명하고 날카롭고 바로 포인트로 간다. 혀가 한번에 발음할 수 있고, 스펠링도 외울 수 있고 눈과 뇌와 입이 친구처럼 한번에 움직이다. 그게 중요하다.”
5. 짧은 문장을 써라.
단문이 좋다. 긴 문장의 콜론이나 콤마는 아예 문장으로 짤라 버릴 수 없는지 생각해라. 만약 한 문장이 하나 이상을 말할 때는 아마 그런 식으로 문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어떻게 문장을 다룰 수 있는 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긴 문장을 마음껏 쓰고 싶을 때는, 접히는 부분이 없고 모호한 부분이 없고 쓸대없는 형용구로 방해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6. 패러그래프는 블록을 쌓아올리듯 활용해라
문장은 주로 정보들의 총합이다. 패러그래프는 생각의 총합이다. 문장을 돌아보면서 콤마나 콜론을 짧은 문장으로 대체할 수 없을 지 검토하듯이, 패러그래프를 검토하면서 더 짧게 끊을 수 없는지 찾아라. 하지만, 한 문장짜리 패러그래프는 피해라.
7. 좀비 명사를 쓰지 마라.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봐라.
1)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모티베이션의 하락과 연관이 있다.
2) 회사가 임금을 삭감하면, 직원들은 모티베이션을 잃는다.
두번째 문장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문장의 두 부분이 ‘주어-동사-목적어’의 형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문장은 명사들로 채워져 있다. 누가 누구에게 뭘 했는지가 분명치 않다.
형용사나 동사를 명사로 바꾸거나 다른 명사를 명사로 바꾸는 것을 명사화라고 하는데, 그래서 생겨난 명사를 좀비 명사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동사를 집어삼켜버리고 형용사의 피를 빨아먹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헬렌 스워드는 말했다.
학자들이나 사업가, 정치인들은 좀비 명사를 쓰기를 좋아한다. 길고 복잡한 단어들이다. 그들은 조직화된 기관에서 일하고 책임을 회피한다. 그러므로 이런 표현 쓰지 마라.
8. 완곡 어법이나 전문 용어를 쓰지 말라
길고 전문적이고 완곡한 표현은 뭔가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피할 때 쓴다. 이런 ‘구’들은 날카로움을 줄이고, 진짜 의미를 생략하게 한다. 아래 왼쪽에 있는 단어를 쓰고 싶을때는, 오른쪽 단어를 쓰면 안되는지 다시 생각해봐라.
individual (as a noun)/ person
9. 은유를 쓰는 것을 조심하라
지겨운 은유를 쓰지 마라. 이코노미스트의 스타일북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게으른 산업 기자들은 ‘위험에 빠진’ 기업을 묘사하길 좋아하고, ‘작은 장치’(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혁명의 희생양이라고 말하는데, 이런거 쓰지 마라”
10. 비속어를 너무 많이 쓰지 마라.
사려 깊게, 약간 슬랭을 쓰는 건은 피곤한 문장을 산뜻하게 해 준다. 하지만 신중해라. 너무 많으면 상투적이 된다. 그리고 지나친 미국식 표현은 많은 쿼츠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스포츠 관련 슬랭이 그렇다. 미국에서는 지나치게 많이 쓴다. 필요하지 않은 용어를 쓰지 마라. Priority 앞에 Top을 쓰는 건 필요 없다. 형용사 부사 쓰지 마라.
11. 과장하지 마라
아주 큰, 아주 작은 같은 표현을 쓰는데 현혹되기 쉽다. 대부분은 필요 없다. 자주 잘못 쓰인다. 대부분은 뭔가를 중요한 것 처럼 보이게 만드는 게으른 행위다. Exponential growth는 fast growth로 쓰면 된다.
12. 사람들이 공유하고 클릭할만한 제목을 달아라.
많은 우리의 트래픽은 소셜에서 온다. 제목이 핵심이다. 일단 클릭하게 하는게 우선이다. 쉐어하는 건 그 다음이다. 아래 가이드를 참조해라
- 당신은 기사를 어떻게 트윗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제목이 트윗된다. 기사를 쓰고 트윗이 좀처럼 안된다면, 스토리가 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 일반적으로, 제목은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이지 모호한 ‘구’가 아니다. “내년엔 전체 신발의 50%가 3D프린터로 찍힐 수 있다”가 제목이지 “3D프린트 신발의 트렌드”가 제목이 아니다.
- 너무 과장된 약속을 하지 말고 비판적으로도 가지 마라. 스토리가 뒷받침 해 줄 수 없는 제목을 달 지 마라.
- 숫자나 기억할만한 이름을 담기 위해 집중해라. 흥미없는 숫자나 아무도 관심없는 이름은 물론 빼고
- 답 정해놓고 질문형 제목 달지 마라(블랙베리의 미래는 어두울까) 의문형을 달려면 진짜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만 의문형을 달아라.
- 제목은 쉐어가 가능하고 클릭이 가능한 것을 제일 먼저 생각해라. 검색엔진 프랜들리는 그 다음이다. 만약 제목에 적절치 않은 단어가 있으면 URL에 넣어라.
- 깔끔한 영어를 써라. 신문형으로 축약하지 마라. 정관사나 and 같은거 빼먹지 마라.
- 문장을 쓰고 대문자로 꽉 채우지 마라
13. 공정하고, 팩트를 먼저 체크해라
“누가 말했다” 식의 가짜 객관적 저널리즘을 피해라. 차라리, 공평하게 너의 주장을 펼치고 이유를 분명하게 대고 증거를 제시해라.
다 쓴 다음에는 문장 문장을 뜯어봐라. 그리고 단어 중에서 200% 팩트가 아닌 것 같은 것은 하나씩 다시 살펴봐라. 이름이나 날짜, 숫자 틀리면 진짜 쪽팔리다.
만약 주장을 하고 싶으면 충분히 입증해라. 니가 사람이나 기업을 조지고 싶으면, 코멘트 할 기회를 반드시 줘라. 누군가의 쿼트를 따고 싶으면, 확인해라. 말을 너의 언어로 바꾸고 싶으면, 분명하게 바꿔라. 살짝 뒤트는 건 쉽지만, 사람을 열받게 한다.